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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ond Round

에르메네질도 제냐 꾸뛰르의 2018 S/S 시즌 컬렉션이 열린 다음 날, 밀라노의 쇼룸에서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를 만났다. 시종일관 온화하고 긍정적인 그의 태도에서 브랜드에 대한 애정, 컬렉션에 대한 만족을 엿볼 수 있었다.

UpdatedOn August 2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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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네질도 제냐로 돌아와 벌써 두 번째 시즌을 마쳤다. 소감이 어떤가?
감사하다. 현재 브랜드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좋은 기운이 감돈다. 2017 F/W 컬렉션에 대한 반응이 좋았고, 기자와 바이어들에게 칭찬도 많이 받았다. 그에 힘입어 2018 S/S 시즌 역시 열심히 준비했다. 기분이 좋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끼고 있다.

브랜드와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 보인다.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제냐란 브랜드의 가장 큰 장점과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알찬 역사와 장인 정신, 흥미로우면서도 품질 좋은 소재와 정교한 핸드메이드 기술 등이 아닐까? 이 모든 요소가 Z 제냐와 에르메네질도 제냐 꾸뛰르의 DNA에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제냐는 신선하고 쿨하다. 유구한 역사를 지녔지만 진부하지 않고, 오히려 우아하고 편안한 뉘앙스를 풍긴다. 이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2018 S/S 시즌의 주제에 대해 듣고 싶다.
컬렉션의 타이틀은 ‘비밀 정원에서의 스케치(Sketches from a Hidden Garden)’다. 자신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의 옷을 아주 다른 방식으로 입는 어떤 남자를 상상했다. 이 남자는 핑크나 레드 재킷, 그린 수트를 입으며 슈즈에 트리플 스티치 디자인을 넣기도 한다. 이를 반영하여 색감은 화이트 핑크, 베이지, 제라늄, 그린 등의 파스텔컬러를 클래식한 매트 블랙, 그레이 등과 섞어 신비한 분위기를 내려고 했다. 컬렉션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줄기는 유연함과 가벼움이다. 이 남자는 아버지의 옷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입는다. 재킷은 더 이상 재킷이 아니고, 블루종 역시 다르게 연출한다. 룩 대부분이 가볍고 편안하고 유연한 실루엣인 걸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그중 키 룩을 꼽는다면?
모든 룩이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고르라면 이렇다. 탠저린색의 실크 리넨 수트 룩, 스웨이드 소재가 들어간 보머 재킷과 스웨트 팬츠를 짝지은 첫 번째 룩.

브랜드의 강점 중 하나가 바로 소재다. 이번 시즌엔 어떤 특별한 소재를 만날 수 있나?
핵심 소재로는 퍼포레이트 레더와 다양한 리넨, 실크, 블리치드 데님을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중점을 둔 건 실크다. 구김이 별로 생기지 않으면서도 아주 가벼운 실크 소재는 여름에 알맞다. 조거 팬츠와 재킷, 보머 그리고 블루종에 이 소재를 활용했다.

베뉴가 특히 아름다웠다. 짙은 주황색 바닥의 정원, 밀라노 대학에서 쇼를 연 이유가 무엇인가?
특별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장소가 필요했다. 개인적으로 학생 때 이곳에 자주 왔다. 다른 디자인 스쿨을 졸업했지만 이 정원에 종종 들러 스케치를 하거나 공부를 했다. 이곳은 밀라노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이며 내게 영감을 주었던 특별한 곳이다. 심지어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다. 밀라노의 숨은 공간을 패션쇼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던 터라 이 정원을 선택했다.

성공적인 판단이라고 본다. 특히 마지막에 43개의 룩과 공간이 어우러진 장면은 앞으로도 잊기 힘들 것 같다.

감사하다. 이번 시즌의 키 컬러 중 하나인 탠저린을 넓게 사용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바닥에 자잘한 탠저린색 돌을 깔았고, 미래적인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 미러 단상을 만들었다.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비밀 정원, 이는 클래식을 유연하고 모던한 분위기로 풀어낸 컬렉션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다른 프로젝트 이야기를 해볼까? 얼마 전 밀라노 비글리 가에 비스포크 아틀리에를 열었다고 들었다.

맞다. 유니크한 경험과 남다른 옷, 핸드메이드 제품을 원하는 현대 남성에게 완벽한 옷장을 보여주기 위해 제냐에서 추진한 프로젝트다. 마스터 테일러와 약속을 잡고, 우리가 꾸민 소박하고 우아한 공간에서 자신만의 옷을 주문하는 방식이 기본이다. 재킷과 수트는 물론 스포츠웨어, 아웃도어 룩, 가죽 옷, 청바지, 면바지까지 주문할 수 있는데, 아주 섬세한 디테일까지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A. 댄스 프로젝트와의 협업은 예상치 못한 것이라 흥미로웠다. 어떻게 시작된 건가?
벵자맹 밀피예는 안무가이자 댄서이자 나의 오랜 친구다. 그가 하는 모든 것이 내겐 중요하다. 그의 감성과 가치관, 비전 등이 나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협업을 고민 없이 추진한 이유 역시 그렇다. 제안은 그가 먼저 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장소에서 스트리밍 라이브 비디오 혹은 웹을 통해 모두가 자신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회사를 시작하고 싶다고 말이다. 첫 번째 로케이션은 마파 지역의 버지니아 파운데이션이었다. 댄서 11명의 움직임을 고려한 옷, 나에겐 새롭고도 특별한 도전이었다. 정말 흥미로웠다.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란 뜻인가?
그렇다. 이미 생각해둔 장소가 몇 곳 있다. 벵자맹과 계속해서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중이다.

앞으로 선보일 참신한 프로젝트가 또 있나?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아도 좋다.
최근 아름다운 뮤지션 듀오의 옷장을 완성했다. 바로 영국 뮤지션 허츠(The HURTS)다. 지난주부터 새로운 투어 공연을 시작한 허츠는 에르메네질도 제냐 꾸뛰르의 옷을 입고 무대에 선다. 이 밖에도 많은 프로젝트가 대기 중이다.

제냐와 허츠의 조합이라니 신선하다. 꼭 찾아보겠다. 이제부터는 좀 더 큰 그림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디지털 기술이 기존의 패션계 질서를 바꾸고 있다. 당장 밀라노 남성 패션위크만 봐도 그렇다. 구찌나 보테가 베네타 등의 빅 브랜드가 남녀 통합 쇼를 선보이겠다며 여성 패션위크에만 참석하고 있다. ‘See Now, Buy Now’의 시계를 따르는 브랜드들도 늘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한 제냐의 전략, 또는 대응책은 무엇인가?
물론 언급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고, 순간순간의 아이디어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제냐는 이러한 흐름에 따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디지털 마케팅을 계속 강화할 생각이다. 하지만 쇼 부분은 기존의 질서를 따르려 한다.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패션위크에 참여하는 브랜드 중 자타 공인 톱 플레이어 중 하나다. 우리는 이 포지션을 유지할 생각이다. 몇몇 브랜드의 부재로 밀라노 남성 패션위크의 힘이 빠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제냐는 강한 헌신을 보여줄 것이다. 밀라노 남성 패션위크가 존재하는 한 우리 역시 그 틀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종이 잡지의 미래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결국 사라질 것으로 보는가?
나는 잡지를 모은다. 정말 알차고 품격 있는 몇 가지 매체에 한해서지만 매 시즌 사서 보고 참고한다. 일상에서 아주 중요한 책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컬렉션 작업을 시작할 때도 잡지의 이미지를 참고하고, 어떨 땐 오려서 벽에 붙여두기도 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책을 접한다. 잡지 역시 온라인 플랫폼, 혹은 특정한 디바이스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수준의, 그러니까 소장할 가치가 있을 만큼 좋은 내용으로 채운 종이 잡지는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책들은 잡지라기보단 아트북이라는 시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 남은 일정은 뭔가?
이 인터뷰가 오늘의 첫 일정이고, 뒤로 인터뷰가 몇 개 더 있다. 또 컬렉션 리-시(다시 보는 자리)에서 몇몇 고객들을 직접 만난다. 피곤하긴 하지만 기분이 아주 좋고, 에너지가 넘친다. 시작이 좋은 하루다.

새로운 제냐

새로운 제냐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Z 제냐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다. 이후 벨루티의 레디투웨어를 책임지다 2017 F/W 시즌, 제냐 그룹으로 돌아와 첫 번째 컬렉션을 선보였다. 덕분에 에르메네질도 제냐 꾸뛰르 컬렉션은 스테파노 필라티 때에 비해 실용적이면서 우아한 스타일로 재탄생했다. 2018 S/S 컬렉션에서도 스포티하면서 클래식한 무드를 이어가며 프레스와 바이어들로부터 호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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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안주현
Digital Editor 노지영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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