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부분만 들어도 벌써 기분이 좋아지면서 어깨에서 흥이 뻗어나가는 노래가 있다. ‘데이브레이크’ 하면 떠오르는 ‘들었다 놨다’는 밴드의 대표 곡이다. 밝고 긍정적인 멜로디, 약간 유치할 수 있지만 연애 중인 사람들에겐 더없이 설레는 유쾌한 가사는 데이브레이크를 친근하고 편안한 ‘아는 형님’ 같은 밴드로 만들어줬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10년 차를 훌쩍 넘은 밴드의 견고한 연주 실력, 편곡과 사운드의 세련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거다. 늘 긍정의 에너지로 넘치는 데이브레이크 팬이 되었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 있다. 2013년부터 매년 여름 열리는 ‘섬머 매드니스’ 공연이 바로 그것이다. 2017년 공연은 어떻게 더 뜨겁고 대단하게 준비했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홍보에 여념이 없는 데이브레이크를 만났다.
데이브레이크 하면 여전히 ‘들었다 놨다’를 부른 형들이라는 게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대표 곡이 있다는 것, 기분이 어떤가?
이원석 좋지 않은 점은 하나도 없다. 앞으로 음악을 하는 데 있어 뛰어넘어야겠다는 부담도 없다. 그때그때 우리의 좋은 생각을 음악에 담으면 될 일이다.
김선일 마음먹기 달린 것 같다. 어렵고 부담스럽게 생각하면 끝도 없다. 그리고 밝은 노래들만 만들고 부른 건 아니다. 대표 곡을 통해 데이브레이크의 다른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기는 것 같다.
‘들었다 놨다’ ‘좋다’ 같은 히트 곡이 데이브레이크에게 미친 가장 좋은 영향은?
정유종 수익이다. 하하. 확실히 원동력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음악을 찾아 들어주는 것도 좋다.
김장원 공연할 때 훨씬 수월해졌다. 예전엔 관객에게 어떻게든 어필해보려고 안간힘을 썼다면 이제는 전주만 나와도 환호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좋다.
10년 넘게 함께 음악을 하고 있다. 이거 대단한 일 아닌가?
김선일 부부와 비슷한 거 같다.
정유종 그건 부부를 비하하는 거 아닌가?
김선일 부부끼리 ‘우리 벌써 같이 산 지 10년이 됐는데 어땠어?’라고 따로 시간을 내서 묻지 않잖나. 우리도 데이브레이크가 10주년이 넘은 걸 다른 인터뷰를 하다가 알았을 정도다. 정규 4집 앨범 작업할 즈음이었는데 그냥 우리끼리 기념을 했지, 뭐. 시간이 참 빨리 간다.
밝고 신나는 멜로디가 데이브레이크의 음악적 색깔 같다. 그런데 최근 다른 앨범들을 들어보면 발라드나, 1980년대 뉴웨이브 사운드처럼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지금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단계인가?
김선일 장기적인 목표나 계획을 세우진 않는 것 같다. 지금 혹은 바로 눈앞의 계획에 충실해왔고 지나고 보니 그런 것들이 건강한 변화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잠깐 이런 고민을 한 적은 있었다. 정규 3집 앨범을 내기 전이었는데 ‘우리가 더 나이를 먹어서까지 ‘들었다 놨다’ 같은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좀 더 스펙트럼을 넓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이후에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이런 노래해보고 싶은데 어때?’ ‘좋아’ 그런 식이었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느낌이 있지 않나. 예를 들면 넬이 새 앨범을 낸다고 하면 모두가 기대하는 그런 이미지. 우리에게도 그러한 포지션이 있는 것 같고, 그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실제로 만나본 적 없는데 데이브레이크는 왠지 친근하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 부르기 좋은 멜로디, 그리고 일상에서 쓰는 단어들로 가사를 만들어서가 아닐까 싶다. 보통의 언어들로 친근한 노래를 만드는 것이 밴드의 지향점인가?
정유종 정확하게 어떤 지향점을 두는 건 아니다. 잘 안 돼서 그렇지 현학적이려고 애쓴 노래도 있긴 하다. 하하.
이원석 연주나 편곡은 좀 더 멋을 부리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사의 메시지까지 너무 어려워지면 듣기 부담스러울 것 같아 가볍고 일상에서 많이 쓰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음악적으로 균형이 맞춰지는 게 아닐까 싶다.
확실히 공연을 보면 ‘연주 정말 잘하는 밴드’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하더라. 이번에 처음으로 데이브레이크 공연을 즐기러 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준비해야 할 건 없나?
이원석 그냥 마음 편하게 오시면 된다. 우리가 친절하게 다 설명해줄 거다.
정유종 작년 세트리스트는 도움이 많이 되지 않을 거다. 매해 콘셉트가 달라서 선곡도 바뀐다. 작년엔 클럽 투어였고 올해는 더 큰 규모의 공연이다.
김장원 멜론 등 온라인 음악 서비스에서 인기 순으로 10곡 정렬해 들으면 공연에서 나올 확률이 높지 않을까?
더 하고 싶은 말 있나?
이원석 ‘섬머 매드니스’ 얘기 좀 더 해도 되나? 2017년 섬머 매드니스의 부제는 ‘더 레드’다. 빨간색이 가진 열정, 뜨거움, 야함까지 공연에 녹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무대 영상, 조명 등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기존에 데이브레이크가 행사나 페스티벌에서 보여주던 모습 말고 훨씬 더 드라마틱한 연출을 하려고 한다. 눈과 귀가 굉장히 호강하는 공연이 될 거다. 아, 그리고 미공개 신곡을 최초로 연주할 계획도 있다. 우리 공연이 매해 다른 주제로 진행되니까 작년에 참여했다고 해서 올해 생략하면 안 된다. 내년엔 또 달라지니까 매번 오는 게 좋다. 콜드플레이 공연에서 본 LED 밴드도 나눠 줄 거고, 돈 많이 썼다. 하하. 이 정도면 충분히 오고 싶어지겠지? 이상이다.
이달의 신보
짙은 〈UNI-VERSE〉
2008년 첫 정규 앨범 〈짙은〉을 발매한 이후로 섬세하고 담백한 가사와 절제된 감성으로 새벽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초창기 멤버였던 윤형로가 다시 돌아와 성용욱과 함께 2집 활동을 시작했다. 우주 속 한 점 먼지 같은 인간의 존재를 노래한다.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침잠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유용한 BGM이다.
서사무엘, 김아일 〈Elbow〉
요즘 대한민국 블랙 뮤직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뮤지션, 서사무엘과 김아일이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에 관한 설명도 꽤나 철학적이다. ‘자유롭게 발생하는 행동 의지를 그대로 따르는 형태로 만들어졌다’는데, 일단 타이틀 곡 ‘Mango’를 들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거다. 감각 있는 두 뮤지션이 만들어낸 세련된 비트가 넘실댄다.
로드 〈Sober〉
생각날 때마다 ‘Royals’를 들으며 로드의 신곡을 그리워하던 이들에겐 더없이 기쁜 소식이다.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16세로 ‘최연소 빌보드 차트 석권’ 등의 기록을 세운 그래미 위너 로드가 두 번째 정규 앨범 〈Melodrama〉를 발표하기에 앞서 싱글들을 공개했다. 로드 특유의 몽환적이고 음울한 분위기에 힙한 비트를 더한 ‘Sober’ ‘Greenlight’ 등을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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