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서커 소재의 언밸런스 오프숄더 원피스는 MSGM by 비이커 제품.
새침한 사람과는 쉽사리 대화가 풀리지 않는다. 겉으로는 “네”라고 해도 속으로는 ‘아니오’일 것 같아 쉽사리 경계가 풀리지 않아서다. 지난해 TV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나 <마스터-국수의 신>에서 본 정유미는 똑똑하고 강단 있는 여자 같았다. 좀 허술한 면이 있어야 대화가 재밌을 텐데, 내심 걱정했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스튜디오에 들어선 정유미가 갑자기 “배고프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모든 근심이 사라졌다. 물만 마실 것 같던 그녀와 피자를 나눠 먹으며 나의 일방적인 오해를 한 꺼풀 벗겨냈다. 평소에는 물론이고, 화보 촬영에서 한 번도 입어본 적 없다는 색감 진하고 과감한 디자인의 옷을 걸쳤다. 과감한 포즈도 척척 해냈다. 홀리는 듯한 표정도 꽤 어울렸지만 그래도 싱그럽게 웃을 때가 제일 예뻤다. 대화를 나눠보면 더 매력 있다. 씩씩하고 밝고, 꾸밈이 없다. 이 매력을 나만 알기엔 아쉬웠다. 그래서 정유미에게 다음 작품에선 반드시 본인의 성격을 빼다 박은 솔직하고 활기 가득한 캐릭터를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 정유미는 또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정유미의 FM 데이트>를 7개월째 진행하고 있다. 매일 규칙적으로 방송국에 출근하는데, 일상의 풍경도 바뀌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하루에 2시간만 진행하면 되겠지 싶어서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가끔 녹음도 따로 해야 하고, 오늘처럼 ‘보이는 라디오’ 진행도 해야 하고, 할 일이 꽤 많더라고.
작년 인터뷰에서 ‘언젠가 라디오 DJ를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그 꿈을 금방 이뤘다. 막상 DJ를 해보니 할 만한가?
진짜 좋다. 규칙적으로 뭔가에 얽매인다는 부담감이나 압박감보다는 훨씬 더 큰 무언가가 있다. 2004년부터 연기를 시작했는데, DJ는 전혀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었다. 도전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데 라디오라는 매체가 생각보다 매력이 많더라. 왜 많은 분들이 라디오 DJ를 시작하면 쉽사리 놓지 못하고 오래도록 하는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정유미의 매력을 발견한 사람들도 많다.
이전까지는 내가 연기한 배역으로 평가하거나 매체 인터뷰 혹은 예능에 비치는 모습으로만 나를 이야기하곤 했다. 나라는 사람 그 자체보다는 무언가 만들어진 모습을 보고 평가할 수밖에 없어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정유미의 FM 데이트>는 이제 7개월간 진행하면서 진짜 나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다. 꾸미지 못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주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정말 좋다.
라디오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지 않나? 특히 음악 하는 사람들을 알게 돼서 인맥이 넓어졌을 것 같은데?
맞다. 특히나 배철수 선배님과 친해진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웃음) 선배님이 내 프로그램 앞 시간대를 진행하신다. 내가 방송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 준비하고 있으면 거의 매일 뵙는다. 그리고 방송을 통해서도 내 얘기를 자주 언급하신다. 내가 방송 시작 전에 뭘 우물거리고 있으면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정유미 씨 뭐 먹나요?’ 물어보시기도 하고. 그 외에도 다른 뮤지션들을 알게 된 것도 정말 좋다. 처음에 DJ 맡으면서 ‘초대석’ 같은 코너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그저 친하게 지내는 연기자 친구들 위주로 가끔 초대했는데 6개월 넘어가면서 정식으로 ‘초대석’을 마련해 가수 분들을 만나고 있다. 나의 역량이 넓어지는 느낌이라 재미있다.
학창 시절에 라디오를 매일 들었는데, 지금도 가끔 들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청취자 사연이 비슷하다는 점이 참 신기하다. 공부, 연애, 친구나 가족 관계에 대한 고민들. 이런 것들을 친근하게 상담해주는 게 DJ 역할 아닌가?
감성적이고 나긋나긋하게 진행하기보다 편하고 털털한 게 좋다. 내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애교도 없고 예쁜 척도 잘 못한다. 그래서 그런 사연을 읽으면 정말 친한 언니나 누나처럼 툭툭 내 생각을 던지게 되더라고. 보통 친언니나 친오빠가 간질간질하게 말해주진 않잖아. 하하. 그래서 청취자들이 더 편안하게 생각하시는 거 같다.
오늘 화보 촬영에 너무 즐겁게 임하더라. 보는 나도 즐거웠다.
지금까지와는 달라서 재밌더라고. 평소에도 나는 새로운 걸 시도하길 정말 좋아한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스타일만 고수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걸쳐본다. 내 인생이고, 내 옷이고, 내 몸뚱아리니까, 내 맘대로 하고 싶어 하는 편이다. 하하. 그런데 유독 화보 촬영을 할 때도 그렇고 캐스팅되는 작품의 역할도 그렇고 뭔가 항상 고정된 이미지에 맞춰져 있어서 늘 아쉬웠다. 이번 촬영은 그런 이미지를 전복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진짜 즐거웠다.
요즘 특히나 즐거워 보인다. 인스타그램 봐도 여유와 행복이 느껴지던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좋은 시기다. 언제 또 이런 시간 보내나 싶을 만큼. 인스타그램에도 예전엔 주로 일터에서 힘들고 피곤한 모습을 포스팅했다면, 요즘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더 여유롭고 건강해진 느낌이다. 무엇보다 규칙적으로 지내다 보니, 술 약속도 확실히 자제하게 된다. 술을 덜 먹으니까 몸에 활력이 돌더라고.(웃음) 한편으로는 연기자로 쉬지 않고 쭉 활동해왔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일단 정유미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부터 깨야 할 것 같다. 이를테면 되게 새침할 것 같다거나, 취미도 요리나 자수일 것 같다는 선입견 말이다. 알고 보면 다이빙에 서핑을 즐기는 활동적인 여성 아닌가? 대중의 대표적인 오해를 말한다면?
참하다. 아니면 혹은 착하다. 단아하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사극을 많이 해서 그런지 굉장히 정적인 인물로 많이 보신다. 주변 지인들의 평가와는 사뭇 다르다. 그들은 나를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는 활동적인 애’로 이야기한다. 그래서 대중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를 의외라고 말한다. 내 인생의 모토가 ‘더 나이 먹기 전에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경험해보자’는 거다. 이것저것 할 게 너무 많은데 다 즐기지 못하고 죽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사람들은 배역을 통해 나를 보니까 그런 오해를 하는 거겠지. 그리고 실제로 예전엔 좀 내성적이기도 했다.
지금 이렇게 밝고 쾌활한데? 외향적으로 성격이 바뀐 계기가 있나?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 정확한 시점을 꼽을 순 없지만 연기를 시작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쌓아가면서 마음이 열린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내 안에 자신감이 부족한 시기를 지나 연기자로서 꾸준히 역할을 맡으면서 좀 더 단단해졌다. 주변의 말에 잘 휘둘리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이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
오늘 처음 봤지만 왠지 정유미에게 뭔가를 맡기면 야무지게 잘해낼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기려고 한다. 예를 들어 배역 때문에 승마를 해야 한다고 하면 선수 수준으로 혹독하게 훈련할 것 같다. 실제로 어떤가?
나 그런 거 좋아한다. 아주 막 격하게 뭔가를 이루는 거. 요즘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 더 하면 미칠 것같이 힘든 순간이 온다. 바로 그 시점에 딱 5개만 더 해야지, 한다. 그걸 해내지 못하면 나 자신에게 지는 것 같은, 그런 쓸데없는 승부욕이 있다. 방금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고 여유롭게 말했으면서도, 사실 아직까지 뭔가를 맡으면 끝까지 붙잡고 될 때까지 하고 싶어진다. 나중엔 이런 면에서도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참, 요즘도 영화 명대사를 노트에 적나?
라디오를 시작하면서 노트 한 권을 만들었다. 내 이름을 건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를 맡은 게 처음이라, 이 시간을 통해 만나고 알게 된 사람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방송 중에 청취자와 전화 연결을 해 대화를 나누는 코너가 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글로 적어서 남겨놓고 싶더라고. 나중에도 계속 이 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그리고 영화 명대사를 적게 된 건, 라디오 시작하면서 괜히 좀 ‘오바’한 면이 있다. 포부가 워낙 커서 매주 내가 좋아하는 영화 한 편과 OST를 소개하는 코너를 진행해보겠다고 했다. 직접 원고도 쓰고 곡 선정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두 달 지나니까 너무 힘들더라.(웃음) 일주일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그래도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서 영화 선정하고, 다시 보면서 명대사를 받아 적고. 정성껏 열심히 했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뭐 하나 맡기면 끝장을 볼 것 같더라니.
근데 그 코너 6개월 하고 폐지됐다. 하하. 영화를 말로만 설명하기엔 지루하다는 평 때문에 없어졌다.
작년에 다이빙과 서핑 열심히 하는 거 같던데 실력은 얼마큼 늘었나?
올해 초에 다리 다쳐서 움직이질 못했다. 다이빙도, 서핑도 더 잘하고 싶었는데 아예 시도를 못했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다이버 선생님한테 연락을 드렸다. 슬슬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고. 라디오 때문에 긴 여행은 꿈도 못 꾸겠지만, 다이빙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문득, 오늘 만난 활기 넘치고 솔직한 정유미를 극 중에서도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작품은 꼭 자신의 성격과 닮은 배역을 연기해달라.
나도 그렇다. <육룡이 나르샤> 끝나고 <마스터-국수의 신>을 곧바로 이어 하면서 패닉이 왔다. 내가 소모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단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고, 연기가 의무적으로 다가왔다. 어떤 큰 인상 없이 무난하게, 패턴화된 연기를 하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더욱 더 한 템포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1년 가까이 쉬다 보니 다시 조급해지기 시작했지만.(웃음) 그동안 워낙 쉴 틈 없이 계속 연기를 해왔던 터라, 살짝 초조하긴 하다. 그런데 다음 작품 캐릭터가 정말 중요할 거 같아서 기다리는 중이다.
마지막으로, 아주 열심히, 과감한 포즈를 취해줘서 더욱 고마웠다.
일단 열심히 했으니까 좋은 보정 부탁드린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