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내가 많이 끌고 가려고 했다면 이제는 같이 만들어나가는 게 더 시너지가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노력했다. 남들보다 잠을 조금 잤다.
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날 볼 텐데,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볼 때 더 떳떳하다. 가서 얻은 것도 많다. 업계를 벗어나 대중의 관점이나 생각을 직접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빨간색, 또 누군가에겐 파란색으로 보일 수 있도록.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각각 느낄 수 있게 다채로운 색을 띠고 싶다.”
크림색 더블브레스트 수트·러플 장식 셔츠 모두 김서룡 옴므 제품.
유노윤호의 선이 굵어졌다. 물론 선입견일 수 있다. 군대라는 한국 사회의 어떤 상징을 뚫고 나왔으니까. 어쩌면 선입견이 아닐 수 있다. 사람은 경험에 따라 결이 달라지니까. 어떤 의미로든 군대는 낯선 환경일 수밖에 없다. 오크통에 담긴 위스키처럼 환경에 영향받는다. 그 안에서 숙성되고 성질이 변화한다. 그는 전과는 조금 다른 밀도로 카메라를 바라봤을 수도 있다. 그 차이는 미묘하면서도, 때론 확연하다. 선입견 또한 그 차이에 일조하는 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유노윤호 스스로 명확히 인식한다. 그 공간이, 그 시간이 그를 더 단단하게 했다고. 그가 말했다. “군대가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선이 굵어진 느낌이 꼭 느낌만은 아니었다.
전역하고 첫 화보다. 갖춰 입고 대중에게 멋지게 선보이는 첫 번째 모습이다.
그래서 더 떨렸다. 원래 푹 자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맞는데 전역하고 오랜만에 화보로 인사하는 거라 설레서 잘 못 잤다. 약 2년이란 시간 동안 정윤호가 성장한 느낌, 분위기가 바뀐 느낌을 한 컷에라도 담고 싶었다.
수도 없이 사진을 찍었겠지만 이번에는 오랜만이다. 예전처럼 카메라 앞에서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떨렸겠다. 특별히 신경 쓴 감정이 있나?
예전에는 보여드리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군대에 다녀오니까 내려놓을 줄도 알게 되더라. 좀 더 어른스러운 느낌? 그동안 정윤호는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그런 스타일을 바꿔보려고 했다. 자연스럽게 여유 있는 모습이 나온 거 같다. 기분이 묘하다.
찍힌 사진을 보니 예전보다 선이 굵은 모습이 보이더라. 물론 ‘군대를 다녀왔다’는 문장 속 선입견일 수도 있겠지만.
단지 군대를 다녀왔다는 것보다는 2년이라는 시간이 많이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스스로 질문하다 보면 뭔가를 알아간다고 하잖나. 그런 시간들이 묻어 난 게 아닐까.
주로 무슨 질문을 파고들었나?
첫 번째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아닌 한 인간 정윤호로서 뭘 할 수 있지? 하는 생각. ‘내가 뭐라고’ 하면서 내려놓기 시작했다. 요새 친구들과 스태프들에게 장난치는 나만의 표현이 있다. ‘아직도 저를 챙겨주시네요, 제가 뭐라고’, 하하. 예전에는 내가 많이 끌고 가려고 했다면 이제는 같이 만들어나가는 게 더 시너지가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건 정말 무시할 수 없다. 조만간 그 시너지가 폭발할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좋은 게 뭔지 다시 생각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그동안 활동하면서 여러 포인트가 있었다. 그 포인트의 시작점은 비슷했다.
당시에는 힘들지만 나중에는 뭔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군대가 내겐 또 다른 포인트가 됐다.”
군대라는 단체 생활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인가? 본격적으로 군대 생활 얘기를 해보자.
정말 난 군대 생활을 재밌게 했다. 정말, 너무 재밌었다. 그 추억이 오래갈 거 같다. 내가 전역할 때 함께 생활한 친구들이 진심으로 울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군 생활을 나쁘지 않게 했구나, 느꼈다. 군대라는 경험이 내 인생에 한 번밖에 없잖나. 밑에서 시작해 단계별로 올라가는, 작은 사회라고도 할 수 있으니 최대한 즐겼다. 물론 힘든 점도 있었다. 군대를 늦게 가서 띠 동갑인 어린 사람과 같이 생활해야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잘 섞이지 못할 수 있는 조건이다. 하지만 난 그 안에서도 나만의 매력을 보여줘야겠다고, 그게 아티스트라는 걸 느꼈다. 어떤 위치에 있든 사람 자체가 괜찮으면 통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면서 정윤호와 유노윤호가 만나는 접점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한다.
군대에서 두 존재가 만나는 접점을 찾은 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제대할 때 애들이 편지를 많이 써줬다. 남자 대 남자로서 그 시간들이 뜨거웠다. 무조건 응원한다는 말도 너무 좋았다. 이런 응원이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굉장한 무기가 될 거다.
뭘 어떻게 했길래 눈물을 흘리고, 편지를 써주나?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노력했다. 남들보다 잠을 조금 잤다. 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날 볼 텐데,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먼저 가서 하고. 밖에 나가면 스포트라이트 받는 직업이고, 스태프들이 많이 해줄 테니 그 안에선 내가 먼저 나서서 했다.
챙겨주는 사람이 많은 삶을 살다가 군대에 간 거라 처음에는 괴리감이 컸을 텐데?
그 점은 내려놓았다. 군대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싶어서 나 자신하고 약속했다. 가자마자 연습생 때 생각이 나더라. 초년생으로 돌아간 거 같았다. 그래서 뭐든 남들보다 먼저 했다. 먼저 해야 사람들의 편견을 깰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팬이 아니라 남자 대 남자로 평가하는 사람이기에 행동으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임들이 되게 좋아해주고, 후임들도 도와줬다. 고마운 분들이 많다.
군대 가기 직전 인터뷰에서 이 말이 인상적이었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많이 성장했지만, 인간 정윤호는 고등학생 시절에서 멈췄다고. 군대라는 공간이 정윤호라는 한 남성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기간, 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기회가 됐겠다.
아직도 유노윤호가 더 큰 거 같지만, 이제는 합쳐질 수 있지 않나 싶다. 전에는 너무 차이가 컸지만 지금은 그래도 정윤호로서 경험이 늘어났으니까. 그래서 후배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군대, 갔다 올 만하다고.
그래도 다시 생각하면 가고 싶지는 않잖나.
그렇진 않다. 난 너무 잘 갔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볼 때 더 떳떳하다. 가서 얻은 것도 많다. 업계를 벗어나 대중의 관점이나 생각을 직접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대중은 다른 건 필요 없고 딱 봤을 때 좋아, 나빠, 하는 느낌이 제일 중요하더라. 그동안 내가 쥐고 있던 게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를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좋은 게 뭔지 다시 생각하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그동안 활동하면서 여러 포인트가 있었다. 그 포인트의 시작점은 비슷했다. 당시에는 힘들지만 나중에는 뭔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군대가 내겐 또 다른 포인트가 됐다.
부대에서 TV로 다른 사람 무대를 볼 때 기분이 묘했겠다. 앞으로 저곳에 다시 속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겠다.
그건 내 그림자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먼저 무대에 서고 싶었다. 기회가 생기면 마음껏 펼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불안해하면 진짜 불안이 시작될 거 같았다. 그냥 재밌겠다, 난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식으로 생각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 다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하면서. 사람들은 자기 그림자를 볼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런데 군대에선 그런 걸 볼 시간이 생긴다. 그러면서 여유라면 여유가 생겼다.
전역일이 가까워지면 정말 슈퍼히어로라도 된 기분이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전역하기 한 달 전부터 매니저 분들과 일로 많이 상의했다. 막상 전역한다고 하니 두려움이 좀 있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잡아달라고 한 거다. 전역일이 다가오니 유노윤호로 어떤 임팩트를 줘야 할지, 생각이 복잡했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로? 아니면 새로운 모습? 또는 예능 같은 걸로 내 독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 다양한 활동을 보여드릴 거다. 창민이가 오기 전까지 정윤호로 보여드릴 수 있는 기간이 있다. 뭐라도 보여주고 그다음에 유노윤호로 보여주는 게 맞지 않을까. 전역 다음 날부터 스케줄 잡아달라고 했다.
바로? 너무 비현실적인 거 아닌가?
정말 갈망했다. 군대 있으면서도 놀 거 다 놀고, 생각할 거 충분히 생각했다. 환경과 문화가 바뀌었으니 바로 적응해야 새로운 걸 창조할 수 있으니까. 나한테 노는 건 생각하는 거다. 재밌을 만한 걸 계획하고 아이디어도 축적해놨다. 이젠 나만의 색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예상하지 못한 활동을 기대해도 되는 건가?
크리에이티브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일례로, 전역하고 나서 나만의 보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브랜드 협업처럼 신발이나 옷 같은 걸 리폼해서 나만의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취미가 생긴 거다. 혼자 재봉틀 돌리고, 하하. 그림을 못 그리지만 마음대로 해봤다. 스타일리스트 얘기로는 센스‘는’ 있다고 한다.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말에서 예전 인터뷰가 또 생각났다. 동방신기로서 멤버 각자가 지향하는 음악을 하고 싶지만 때가 있기 때문에 참기도 한다고. 이젠 참지 않는다는 뜻일까?
동방신기에 관한 건 내 반쪽, 창민이가 공감해야 할 수 있겠지. 그래도 예전보다는 유해진 거 같다. 무게감도 있으면서 훵키하고 퍼니한 음악을 할 수도 있겠다. ‘뻔’한 인생 살지 말고 ‘펀(Fun)’한 인생 살자는 말을 내가 잘 쓴다. 그렇게 살고 싶다. 동방신기에 피해 주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할 생각이다. 아마 창민이도 그렇게 느낄 거다. 휴가 때 창민이와 진짜 많이 연락했다. 10년 동안 연락한 것보다 군대 안에서 더 많이 했다, 하하. 예전에는 형이라서 주로 먼저 연락했는데, 군대 가니 창민이가 먼저 하더라. 그걸 보면서 창민이가 어른스러워졌네, 동방신기가 이제 더 단단해지겠는데, 하고 생각했다. 서로 존중해주면서,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동방신기의, 정윤호의 새로운 색을 입히려 한다.
새로운 색이 말 그대로 어떤 색이었으면 좋겠나?
무지개색이었으면 좋겠다. 무지개는 색이 겹쳐 보이잖나. 보는 사람마다 각자 다른 색이 눈에 들어오는 색 말이다. 누군가에겐 빨간색, 또 누군가에겐 파란색으로 보일 수 있도록.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각각 느낄 수 있게 다채로운 색을 띠고 싶다.
그 무지개를 띄우는 첫 번째 활동은 뭐가 될까?
에스엠타운에서 솔로 무대를 연다. 업그레이드된 유노윤호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할 거다. 창민이도 없으니까 더 평가받는 느낌일 거다. 하지만 자신 있다. 보고 판단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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