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트멍과 취리히
아예 관계가 없는 단어의 나열 같다. 하지만 둘은 이제 무엇보다 밀접한 관계가 됐다. 베트멍이 돌연 파리에서 스위스 취리히로 둥지를 옮기겠다고 선언한 것. 브랜드의 CEO이자 뎀나 바잘리아의 형제인 구람 바잘리아는 파리엔 더 이상 창조적 에너지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좀 더 실질적인 근거도 덧붙였다. 스위스는 프랑스에 비해 세금이 낮고 덜 관료적인 사회라는 것. 전혀 생각 못한 요소를 절묘하게 이어가는 베트멍의 성격을 고려해본다면 이번 결정이 그리 놀라운 건 아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않은, 패션과 상당히 거리가 먼 취리히라는 도시를 택함으로써 다시 한번 파장을 몰고 왔으니 말이다. 실제로 취리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트리트웨어 레이블의 디자이너는 “베트멍의 ‘안티-패션’ 콘셉트로 비추어보아 취리히로 이전한 것은 설득력이 있다.
취리히는 패션으로 소비된 적이 거의 없는 도시다. 다시 말해 백색 도화지 같은 상황이며 젊고 신선한 아티스트들의 에너지가 몽글몽글 피어오르고 있다”고 했다. 그 말대로 취리히는 패션과 동떨어진 도시다. 또 규모가 크지 않아서 그곳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쉽게 연결되고 새로운 협업을 하기 좋은 상황이라고 한다. 신인 아티스트들에게는 뉴욕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도시인 셈이다. 심지어 베트멍의 개척 정신(?)에 힘입어 취리히는 이미 패션 관계자들 사이에서 관심 도시로 떠올랐다. 베트멍의 결정이 패션계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2 지방시와 질 샌더의 새 출발
질 샌더가 드디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팀을 꾸렸다. 루크와 루시 마이어(Luke and Lucie Meier) 부부 디자이너가 바로 그들. 루크는 8년 동안 슈프림에서 헤드 디자이너로 일하다 자신의 남성복 라인 OAMC를 론칭했다. 루시는 내로라하는 프랑스의 거대 하우스를 거의 모두 거쳤다. 마크 제이콥스 시절의 루이 비통, 니콜라 게스키에르 때의 발렌시아가는 물론 라프 시몬스 시절의 디올에서도 일했다. 디올에서는 여성 레디 투 웨어와 오트 쿠튀르 컬렉션의 디자인 디렉터를 맡았을 정도. 이 정도 크레디트라면 다음 시즌 질 샌더 컬렉션에 호기심이 생긴다. 럭셔리 브랜드의 정체성에 지금 가장 트렌디한 스트리트 패션의 요소가 어떤 방식으로 섞일까? 이들은 질 샌더의 2018 리조트 컬렉션으로 데뷔한다.
지방시 역시 리카르도 티시의 후임을 뽑았다. 새로운 아트 디렉터는 끌로에의 수장이던 클레어 웨이트 켈러. 그녀는 5월 2일부터 출근하여 지방시의 남녀 레디 투 웨어 및 액세서리, 오트 쿠튀르를 총괄한다. 브랜드의 성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리카르도 티시와는 아주 상반된 색을 지닌 디자이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지방시가 더욱 궁금하다. 전임자의 고딕하고 어두운 기운은 사그라들까? 그녀는 2017년 10월 파리에서 열릴 2018 S/S 시즌 여성 패션위크에서 첫 쇼를 선보일 예정이다.
3 로에베의 ‘크래프트 어워즈’
조너선 앤더슨은 예술에 대한 사랑이 깊다. 전시와 큐레이팅의 영역까지 섭렵한 그의 감각은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 작년에 시작된 로에베 파운데이션의 크래프트 어워즈를 어김없이 이어 간 건 당연한 수순이다. 그는 크래프트 어워즈를 만들어 로에베를 좀 더 문화적인 브랜드로 확장하고자 했다. 이번 어워즈엔 전 세계적으로 4천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지원했다. 세라믹과 유리, 텍스타일, 주얼리, 메탈, 나무 등 소재 역시 다양했다.
4월 10일, 드디어 우승자를 발표했다. 가구 제작자 에른스트 감펄(Ernst Gamperl)이 바로 그 주인공. 그는 폭풍에 뿌리가 뽑힌 3백 년이 넘은 거대한 오크 나무를 매끄럽고 큰 도자기 모양의 사물로 변신시켰다. 물론 손으로 일일이 작업한 것이다. 조너선 앤더슨은 이 작품에 대해 “사람이 자연을 컨트롤한 결과물이지만 이 오브제는 여전히 자연의 일부로 보인다. 아주 시적이다.”라고 말했다. 파이널리스트 26인의 작품은 지금 마드리드의 로에베 파운데이션에 전시 중이다.
4 후드 바이 에어의 휴식
후드 바이 에어가 당분간 휴식기를 가진다. 공동 창립자인 셰인 올리버(Shayne Oliver)와 레일라 웨인라우브(Leilah Weinraub)는 각기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셰인 올리버는 헬무트 랭의 캡슐 컬렉션을 맡았고, 레일라 웨인라우브는 자신의 첫 필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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