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쇼미더머니 6〉가 시작될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프로그램에 지원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니 말이다. 이 프로그램은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결국 한국 대중문화 속 ‘마이너리티’였던 힙합을 완전한 트렌드로 이끈 견인차 역할을 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덕분에 ‘힙합 무식자’였던 에디터마저 최신 트랙을 들으며 고개를 까닥거릴 수 있게 됐다. 더욱이 힙합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물론, 장르 히스토리까지 서당개마냥 읊을 수 있다.
방송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려는 지면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방송 얘기를 꺼낸 이유는 <8마일>이라는 케케묵은 힙합 영화의 재개봉 소식이 근래 힙합 트렌드와 적절히 맞물리기 때문이다. 클래식이라 부를 만한 작품들을 종종 재개봉하는 요즘, 5월 초 스크린에 걸릴 <8마일>은 극장에서 다시 볼 만한 영화다. 굳이 에미넴 팬이 아니더라도, 만일 힙합에 눈곱만큼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꽤 구미가 당길 작품이란 말이다.
<요람을 흔드는 손>
하지만 <쇼미더머니>의 시즌이 거듭될수록 일개 대중인 나조차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닌 우리네 문화 속에서도 충분이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확신하게 됐고, 이제는 그것에 익숙해졌다. 이 즈음 다시 <8마일>을 보노라니 당시의 판타지는 온데간데없고, 힙합 언더그라운드의 일상적인 재현으로 비쳤다. 역설적으로 재개봉하는 이 영화가 더욱 새로웠다. 바꾸어 말하면, 아는 것들이 나오니 반갑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속칭 ‘가사를 절었다’라는 표현이 이야기 초반 에미넴이 마이크를 들고 한마디도 뱉지 못하던 장면과 오버랩되며 쉽게 이해됐으니 말이다.
영화 외적인 이야기이지만 몇 년 전에 에미넴의 내한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그의 수많은 히트곡을, 심지어 랩을 ‘떼창’하는 열정적인 관객을 보며 힙합은 소수 문화가 아닌 대중의 것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런 현상이 있는 시절이기에 이 영화의 재개봉이 다시 한번 반갑다. 지금 들어도 멋스러운 사운드트랙까지 다시 한번 재생하는 기회를 제공하기에 그렇다.
사실 <8마일>은 걸작이라 칭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참 많은 작품이다. 에미넴의 극 중 래빗 역의 연기는 배우 아닌 래퍼의 조잘거림에 가깝고, 한 인물의 자존적 이야기라 하기에는 서사가 미흡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마일>은 힙합 문화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될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현재까지 영향력이 큰 에미넴을 중심에 세워 상당한 흥행력을 과시했고, 지금도 힙합 팬들에게 ‘힙합 영화는 <8마일>!’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참, 커티스 핸슨 감독이 작년 9월 즈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영면을 <8마일>에 붙여 기린다.
Must See
특별시민
감독 박인제 | 출연 최민식, 곽도원 | 개봉 4월 26일
언제나 그랬지만, 최근 한국 정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다. 더욱이 대통령 선거까지 앞둔 마당이라 <특별시민>에 호기심이 동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최민식과 곽도원이 호흡을 맞춰 더 그렇다.에이리언:커버넌트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 개봉 5월 9일
<에이리언> 시리즈의 창시자가 그 야만의 역사를 다시 정립한다. 1979년의 1편을 능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리들리 스콧이라는 노장이 다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 시고니 위버가 부재하는 <에이리언>을 상상하는 게 조금 어렵긴 하다.
킹 아서:제왕의 검
감독 가이 리치 | 출연 찰리 허냄, 주드 로 | 개봉 5월 18일
고대 기사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더욱이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 언젠가 사라진 줄만 알았던 가이 리치 감독이 야심차게 돌아왔다. 물론 그의 스타일대로라면 굉장히 감각적인 이미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런던 프라이드
감독 매튜 워처스 | 출연 빌 나이 | 개봉 4월 27일
언뜻 코미디 영화로 치부하고 넘겨버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굉장한 투쟁을 다룬 영화이며, 동시에 퀴어 무비에 가깝다. 그러니 예상치 못한 의외의 보석을 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극장의 비수기이기에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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