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ouis Vuitton: Objects Nomades
루이 비통의 오브제 노마드는 브랜드의 철학인 ‘여행 예술’을 당대 최고 디자이너들이 재해석한 홈 컬렉션이다. 2011년 처음 등장한 이래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업 디자이너와 꾸준히 협업하며 명성을 더해가고 있다. 4월 4일부터 9일까지 열린 2017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는 10점의 새로운 노마드 컬렉션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보티첼리의 작품 ‘비너스’에 등장하는 조개 껍질에서 영감을 받은 캄파나 형제의 장난기 가득한 소파, 가죽 벨트 모양 끈이 달린 아틀리에 오이의 의자, 말타주 가죽 소재로 섬세하게 엮어 만든 마르셀 반더스의 스크린과 흔들의자, 가죽 상감 세공이 돋보이는 인디아 마다비의 사이드 테이블 등이 바로 그것. 여기에 기존 컬렉션이 어우러져 2017년 버전의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이 완성됐다. 전 세계적으로 한정 수량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소유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미술관에 다녀오면 마음이 정화되듯, 이어지는 페이지를 보며 마음이 풍요로워진다면 그걸로 된 거다.
2 Loewe: This is Home
까사 로에베의 새로운 컬렉션이 베일을 벗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너선 앤더슨은 의자와 그릇, 사다리 등 일상의 가구에 색다른 시각을 접목했다. 대표적인 것이 벌거벗은 남자의 모티브다. 패션 컬렉션에서 선보인 다양한 니트 소재를 실제 크기의 남자 실루엣으로 잘라 완성한 벽 장식은 그 정점을 보여준다. 쥐 모티브 역시 눈에 띄었다. 나무 사다리나 사이드 테이블 곳곳에 작은 쥐를 실감나게 양각한 것. 마냥 아름다운 것보단 독창적인 노선을 택한 그의 용기에 박수를.
3 Fendi: Six Shades of Palmer
펜디 까사는 응웬 토안이 디자인한 팔머 소파의 주문 제작 버전 ‘여섯 색조의 팔머’를 소개했다. 파리 태생의 응웬 토안은 2008년부터 밀라노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리고, 파리와 바르셀로나, 밀라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디자이너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 기간 중 펜디 까사 매장에 등장한 이 소파는 절묘한 그러데이션으로 주목받았다. 연한 분홍빛에서 빨간색으로 이어지는 여섯 단계의 색이 펜디의 상징과도 같은 그래픽 효과를 극대화한다. 주문 제작으로만 판매한다.
4 Ermenegildo Zegna: Zegna Toyz
밀라노 가구 박람회 기간에 몬테나폴레오네 거리의 에르메네질도 제냐 글로벌 스토어에 특별한 물건들이 전시되었다. 브랜드의 혁신적 소재 중 하나인 펠레 테스타를 활용한 제냐 토이즈 컬렉션이 바로 그것. 컬렉션은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명함 지갑, 선글라스 케이스 등으로 이루어진 ‘에센셜’, 도미노 세트와 카드 세트, 게임 큐브 등이 포함된 ‘토이즈’, 헤드폰과 이어폰, 스피커, LP 플레이어 등으로 구성된 ‘테크놀로지컬(모두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마스터 & 다이나믹과 협업했다).’ 또 이탈리아 건축가 마테오 툰과 함께 디자인한 가방과 군더더기 없이 각진 폴트로나 프라우의 암체어를 선보였다.
5 Cos: New Spring
코스는 이번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위해 스튜디오 스와인과 손을 잡았다. 스튜디오 스와인은 일본 건축가 아즈사 무라카미와 영국 아티스트 알렉산더 그로브스가 공동 설립한 디자인 그룹. 이들은 밀라노 중심가의 극장으로 사용하던 공간 시네마 아르티에서 코스와의 협업 작품 ‘새봄’을 선보였다. 대부분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6m 높이의 설치작은 마치 거대한 흰색 나무 같은 모습이다. 가지 끝에 달린 동그라미는 수증기로 이루어진 물방울. 특이하게도 피부에 닿으면 터지지만 옷(패브릭)에 닿으면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다. 어두운 극장 조명과 대조를 이루는 흰색 줄기와 거기서 계속해서 뿜어내는 안개 방울들. 밀라노 가구 박람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 Marni: Playland
마르니는 밀라노의 쇼룸을 형형색색 모래로 물들였다. 서로 다른 색의 동그란 모래밭엔 전통적인 놀이터의 기구들, 이를테면 그네나 농구대의 후프 등을 재해석한 위빙 가구들이 놓였다. 하나같이 밝고 경쾌한 색으로 모두 콜롬비아 여성 장인이 메탈과 색칠한 나무, 구부러지는 PVC 선 등의 재료를 활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든 것이다. 방문객들은 마르니의 놀이터에 자유로이 들어가 가구에 앉고, 기구를 가지고 놀았다. 친절한 마르니는 모래 위에 깔 만한 담요 역시 준비해두었다.
7 Jil Sander x Nendo: Invisible Outlines
질 샌더 쇼룸엔 일본의 대표급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의 설치작이 자리했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인 건 ‘젤리피시 베이스.’ 꽃병의 본래 형태와 질감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모습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큰 수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얇은 실리콘 소재로 각기 다른 모양의 꽃병들을 만들어 넣은 것. 푸른빛을 띤 실리콘 꽃병은 물의 흐름에 따라 흐느적거렸다. 흡사 바닷속 해파리 같았다. 딱딱하고 고정된 꽃병의 실루엣은 변화무쌍하게 변했고, 원래대로라면 그 안에 담겼을 물이 꽃병의 형태를 좌우하는 역할로 바뀌었다. 흥미로운 발상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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