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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고요하게

예성은 차분하게 때를 기다렸다. 기회는 고요하게 찾아왔다. 그는 드라마 <보이스>와 솔로 앨범 <Spring Falling>으로 자신에게 온 기회를 꽉 움켜쥐었다.

UpdatedOn May 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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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반소매 셔츠는 커스텀멜로우, 흰색 팬츠는 유니클로, 벨트는 꼼 데 가르송 옴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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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브레스트 재킷은 맨온더분, 풋볼 저지 티셔츠는 엄브로, 트레이닝팬츠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스웨이드 스니커즈는 컨버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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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성은 아직도 소년 같다. ‘소년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 오늘 화보 주제라고 말하자 “서른 중반이 되니까 이젠 나도 어려 보이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런데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아도, 그는 예민한 감성을 지닌 소년처럼 보였다. 때로는 엉뚱한 농담으로 촬영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 줄도 알았다. 솔로 활동을 앞둔 탓에 배달 온 따끈한 피자를 입에도 대지 않았지만, 그는 순간의 포만감보다 자기가 맡은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택하고 싶다고 했다. 예전엔 뭔가를 빨리 보여주고 싶다는 조급함도 있었는데, 이제는 기회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기 전, 포토그래퍼에게 양해를 구하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자신이 찍힌 한 컷 한 컷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내가 이런 표정이 있구나, 이런 포즈를 취하면 이렇게 나오는구나. 그는 열심히 자신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 같았다. 그렇게 꼼꼼히 모니터링을 하고 난 뒤에 다음 촬영에서는 반드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고 보면 예성은 늘 급하지 않게, 천천히 뭔가를 이뤄낸다. 그는 슈퍼주니어의 예성이자, 연기자, 솔로 뮤지션으로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더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TV에 나오는 아이돌 그룹의 이름도 헷갈리고, 멤버들 이름과 얼굴을 매치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슈퍼주니어는 ‘국민 아이돌 그룹’이 확실하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슈퍼주니어 멤버를 알고, 히트곡을 따라 부를 수도 있다. 여전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리고 음악 방송에서 우리는 슈퍼주니어를 만날 수 있다. 슈퍼주니어의 리드 보컬 예성은 2005년부터 SM에 소속된 ‘장기 근속자’다. 드라마 OST에서, 또 〈불후의 명곡〉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그가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는 이미 보여준 바 있다. 더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 그는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그때가 지금이다. 지난 3월 종영한 드라마 〈보이스〉에서 천재 해커 ‘오현호’를 연기하며 호평을 받았고, 이어 두 번째 솔로 앨범 〈Spring Falling〉을 발표했다. 차분하고 고요하게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던 예성은 마침내 그 기회를 잡았고,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물방울무늬 재킷은 YMC, 아노락은 커스텀멜로우, 저지 팬츠는 퍼즈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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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가 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생각보다 연기를 잘해서 놀랐다. 정식으로 연기 데뷔한 것이 2015년 드라마 〈송곳〉이었다고?
군대를 다녀와서 연기를 시작했다. 아이돌치고는 늦은 나이일 수 있지만 연기자로 보면 적합한 나이에 시작한 것 같다. 물론 더 어린 나이에 학생 역할도 해보고 싶었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더라고. 그래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노래와, 잘하고 싶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뮤지컬에 먼저 도전했다. 〈송곳〉은 ‘노조’라는 어려운 소재를 다룬 작품이었다. 대본 리딩을 해본 적도 없는 내가 ‘황준철’ 역할을 맡았다.
아이돌로 데뷔해 연기에 도전하면 대체로 밝고 경쾌한 역할로 시작한다. 장르로 따지자면 로맨틱 코미디 같은 것? 그런데 〈송곳〉은 ‘노조 문제’가 소재인 드라마고, 〈보이스〉는 잔인한 사건을 파헤치는 수사물이다.
무엇이 됐건 일단 시작해보자는 마음뿐이었다. 첫 연기였지만 열정적으로 임했기 때문에 〈송곳〉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캐스팅 디렉터가 내 눈빛을 좋게 봐주셨다. 마침 절친한 지현우가 주인공으로 낙점된 상태라 더 함께하고 싶었다.
〈보이스〉도 오디션을 거쳐 합류한 건가?
두 작품 모두 미팅을 따로 두 차례 정도 했다. 〈보이스〉도 경쟁자가 꽤 많았다. 이미 내 앞에 2명이 면접을 보았고 내 뒤에도 2명이 있었다. 심지어 그중 한 명과는 마주치기까지 했다. 가수 후배였는데, 그분도.(웃음) 그래서 더 마음을 비웠다. 기쁜 마음으로 ‘오현호’ 역할을 맡아 촬영하면서도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실 줄은 상상 못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송곳〉과 〈보이스〉 관계자 여러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수상 소감인 줄 알았다. 이번 드라마에선 초반엔 주로 앉은자리에서 무전과 전화로 독백하는 장면이 많았다. 그리고 중반부터는 장혁과 함께 현장에 투입됐고.
후반부에는 정체성을 잃었다.(웃음) 나도 속상했지만 제작진 역시 많이 미안해했다. 어찌됐건, 이 작품을 하면서 엄청나게 연기가 발전했고, 도움이 됐다. 아쉬움을 얘기하는 시청자가 계시는데, 나는 모든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송곳〉과 〈보이스〉는 장르도 다르고, 또 맡은 캐릭터도 완전히 달랐다.
‘황준철’은 원래 내 성격과 정말 많이 비슷해서, 오히려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보이스〉는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다나까’체를 사용해야 했고, 어려운 수사 용어도 많았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대사가 있다. “코드 제로 사건 발생, 코드 제로 사건 발생, 오늘 오후 4시 23분경 성원 지방 경찰청 근처 골목 본처 11 센터장 강건주 경감” 이렇게 시작해 쉬지 않고 계속 대사를 했다. 흥분한 상태로 급하게, 그것도 무전기를 잡고 독백으로 연기하려니까 정말 어려웠다. 장혁 형이 이 장면을 보고 한 말씀 하셨다. “예성아, 나는 네가 ‘간장공장콩장장’을 하는 줄 알았다. 차라리 추운 바깥에서 몸으로 때우는 게 훨씬 편할 것 같다”고. ‘오현호’ 역할을 통해 ‘독백의 끝’을 달린 것 같다. 그 자체로 내게 큰 도전이었다.
2001년부터 SM에서 연습생으로 준비했다. 그리고 슈퍼주니어로 데뷔해 13년 차에 접어들었다. 슈퍼주니어로서 최초, 최고의 기록을 나열해보자면?
요즘에야 슈퍼주니어 같은 팀이 많아졌지만, 2005년 당시엔 신선했다. 한류의 시초는 아니지만 가열차게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특히 중화권은 우리가 발판이 되지 않았나 싶다. 대형 그룹의 시작을 함께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의 멤버들 모두 한 회사에서 10년 이상 활동하는 것도 기록적인 일 아닐까? 아이돌 그룹으로는 최초로 ‘트로트’ 유닛을 만들었고 신인상과 대상 등 그랜드슬램도 이뤘다. 아, 그리고 우리가 데뷔하는 날 〈인기가요〉에 한국 팬들만 1천5백 명 넘게 찾아왔었다. 연습생 활동도 길었고 연기자로 먼저 데뷔한 멤버가 있어서 가능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꽤 놀랍다. 음악 방송 끝나고 근처 공원에서 간단한 팬 미팅을 한 기억이 난다. 그때 우리와 만난 그 팬들, 여전히 잘 지내는지 안부 한 번 묻고 싶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데님 톱은 오디너리 피플, 챙이 짧은 모자 코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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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 말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끝도 없이 얘기하고 있는데?
아, 프랑스 공연과 남미 투어도 거의 시초였다. 프랑스 팬들이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쏘리쏘리’ 춤을 추면서 공연하러 와달라고 시위하기도 했다. 대만에서 1백21주 연속 1위를 한 것도 기록적인 일이었다. 이 소식이 뉴스에도 많이 나왔고, 또 한국 그룹 최초로 연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특별 강연을 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니까 굉장한 기록들이다.
최고의 기록을 세운 그룹의 멤버로 13년을 보냈다.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만 했다면 이렇게 긴 시간을 조화롭게 보내진 못했을 것 같은데?
나는 노래 콘테스트를 통해서 SM에 들어갔다. 2만2천여 명이 몰렸고 그중에서 뽑힌 거다. 당시만 해도 내가 2만2천 대 1의 경쟁을 뚫고 SM에 들어왔다는 것이 기뻤다. 그런데 남자 연습생만 한 80명 정도 있었고 3개월이 지나니까 그중 30명이 물갈이됐다. 모두 다 잘생겼고 뭐가 돼도 될 사람들 같았다. 나는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궁리해보니 노래가 답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물론 많았다. 슈퍼주니어에도 간신히 합류해 데뷔했다. 팀이 잘돼서 행복했지만 나 개인의 활동은 지지부진했다.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어떨 때는 데뷔 전에 천안과 서울을 왕복하며 연습한 시절보다 더 힘들게 느끼기도 했다. 우리 팀은 잘됐지만 나는 잘된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근데 내가 봐도 우리 멤버가 당시엔 워낙 잘생기고 잘나긴 했다.
엇, 굳이 과거형으로 말하는데? 그럼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
지금이야 대등해졌다고 봐야지. 하하. 어쨌든 당시엔 나이도 어렸고, 모든 게 힘들었다. 어렵게 데뷔했는데 내 모습이 카메라에 잘 비치지도 않으니까. 그렇지만 멤버 탓을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시기나 질투는 하지 않았다. 이게 우리 팀이 오래갈 수 있었던 이유다. 오히려 열등감이 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늘 부족하다 느꼈고 그걸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순간의 즐거움을 택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즐거워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먹고 자고 즐기기보다 더 큰 목표를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좀 외롭긴 했다. 집에 DVD가 5천 장 정도 있는데 혼자 영화를 보면서 연기를 연습했다. 그런 노력이 지금에야 보이는 것 같아서 기쁘다.
그리고 두 번째 솔로 앨범도 나온다. 맘 편히 홍보한다면?
작년에 군대 다녀온 직후에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냈는데 홍보를 많이 하진 못했다. 타이틀 곡 ‘문 열어봐’도 내가 썼고, 프로듀싱도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웃음) 원래는 작곡을 할 줄 몰랐는데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만들고 싶어서 배우기 시작했다. 이번에 나오는 두 번째 솔로 앨범은 ‘내 마음대로’라기보다 조금 대중성과 타협했다. 일단 내가 쓴 곡이 타이틀 곡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봄날의 소나기’라는 노래로 활동할 건데, 조금 불안하다.
왜?
제목 그대로 봄날의 소나기처럼 반짝하고 말까 봐. 차라리 ‘사계절 장마’라고 지을 걸 그랬나 보다. 4월에 쟁쟁한 가수들이 많이 나오던데, 일단은 재미있게 활동하는 게 목표다.
올해가 가기 전에 슈퍼주니어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당시 일본 프로덕션 자니스에서 ‘핫’한 신인들이 나왔다. 당연히 그 친구들이 차트 1위를 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활동한 지 20년이 넘은 밴드가 10년 만에 낸 앨범이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해서 놀란 적이 있다. 우리도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활동하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올해 멤버들이 군에서 제대하고 ‘완전체’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모이게 된다. 정말 오랜만에 여럿이 활동하는 시기라 사활을 걸고 있다. 앨범 성적보다도 ‘슈주답게’ 활동하는 것이 목표다.
슈퍼주니어에 대한 애정이 강한 것 같다.
맞다. 슈퍼주니어 안에서도 형인 내가 제대로 활동해서 동생들이 다시 모였을 때 ‘역시 슈주로 돌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힘을 보태고 싶다. 늘 팀에 대한 애정이 많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계속 노래하고 연기할 거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채대한
STYLIST 이잎새
HAIR 김혜연(Vin Hair&Make Up)
MAKEUP 한효은(Vin Hair&Make Up)

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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