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청년들은 느닷없이 등장해 그해 음악 페스티벌을 평정한 글렌체크다. <Haute Couture>(2012)는 신시사이저를 비롯해 총천연색 사운드를 가득 담은 신나는 데뷔 앨범이었다. 평단과 리스너들에게 얼마나 호평을 받았는지,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 정도다. 그리고 다음 해 발표한 <YOUTH!>는 록을 기반으로 한 밴드 세트 버전과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는 인스트루멘틀 세트 버전, 두 개의 CD로 구성했다. 앨범 타이틀 그대로 지금 이 시대의 젊음을 따끈따끈하게 담아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신보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2017년 봄, 드디어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기에 글렌체크를 불러냈다. 김준원과 강혁준은 그동안 홍대와 이태원 등지 클럽에서 DJ도 하고, 스트리트 문화에 엄청 영향을 받으면서 지냈다고 했다. 일단 새 앨범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하니 돌아오는 대답은 “다 알고 들으면 재미가 없다”는 것.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추궁한 끝에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늘 방에서 곡 작업만 하던 편이었는데, 지난 3년 동안 활동 반경을 넓혀 새로운 문화를 많이 접했다. 가장 큰 고민은 빠르게 유행이 바뀌는 요즘 시대에 글렌체크의 앨범만은 그렇게 소모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김준원은 새로운 곡을 써도 일주일만 지나면 이미 트렌드를 벗어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계속해서 옛것과 새것의 질리지 않는 조합을 실험했다고 말했다.
“이번엔 힙합도 들어 있고, 서브컬처에서 영향을 받은 요소를 음악에서 느낄 수 있을 거다. 그래서 어쩌면 예전 앨범보다 더 어렵게 들릴 수도 있고, 어쩌면 더 쉽게 들릴 수도 있을 거다.” 강혁준은 “훨씬 더 깊어진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앨범을 작업하면서 영감을 얻은 뮤지션을 알려주면 어떤 감성인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 역시 냉정했다.
“이야기해주면 우리 새 앨범을 들었을 때 충격이 덜할 거다. 이번 앨범을 듣고 사람들이 놀랐으면 좋겠다. 앨범 전체를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상심한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그래도 조금 더 힌트를 줬다. 글렌체크의 특징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반복되는 영어 문장으로 된 가사’를 들 수 있는데, 이번엔 보컬 비중이 높아서 영어 가사도 더 길어졌다고. 이 정도로 청문회를 마쳤다. 서울의 젊음이 너무 좋다는 이들은 3월 중순,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으로 향한다.
세계적인 음악 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 때문이다. 벌써 두 번째 방문이다. 아마 여기서 글렌체크의 ‘새 앨범의 비밀’이 풀리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김준원이 말했다. “글렌체크 본연의 색도 있겠지만 아예 새로운 면도 굉장히 많을 거다. 분명 호불호가 갈릴 텐데, 긴 말은 필요 없다. 좋지 않으면, 그냥 듣지 않으면 된다.” 단호하게 말하니까, 글렌체크의 신보가 괜히 더 듣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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