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ivenchy
지방시가 선택한 장소는 프랑스 국립 도서관 중 하나인 리슐리외 도서관이다. 전 세계 책과 지식을 한데 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방대한 양의 문화유산을 저장하고 있다. 도서관을 설계한 앙리 라브루스트는 19세기에 주로 사용하던 목재와 시멘트 대신 화재에 대비해 철재로 도서관을 완성했다. 이는 당시 파격적인 행보였다.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던 아치형 천장과 측면에 서가를 배치한 구조는 고전적 아름다움과 현대적 기능이 조합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곳에서 쇼를 치른 지방시는 중앙에 설치한 거대한 펜던트 외에 특별한 무대 장치를 더하지 않았다. 공간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린 것이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이곳에서 디자이너 리카르도 티시는 어린 시절 느낀 미국 땅, 특히 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미국인을 떠올렸다. 강렬한 원색과 함께 자신의 주특기인 별과 체크, 줄무늬 옷들을 쏟아냈고, 이는 지방시와 함께한 그의 마지막 무대가 됐다.
2 Dior Homme
‘저는 뭔가를 고대하고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좋습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디올 옴므의 수장 크리스 반 아쉐는 그랑 팔레를 잘 노는 사람들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수많은 삼각 깃발 그리고 그 깃발을 가로지르는 현란한 조명으로 천장을 장식하고, 바닥엔 박스 판지를 깐 후 ‘Hardior’이 적힌 테이프로 틈을 메웠다. 그곳에서 크리스 반 아쉐는 하드코어와 디올을 조합한 ‘하디올’이란 낯선 단어를 옷으로 설명했다. 무슈 디올을 연상시키는 가죽 장갑, 완벽한 재단에 클럽 문화와 유스 컬처를 절묘하게 섞은 옷차림이 그 증거다.
3 Ami
디자이너 알렉상드르 마티우시는 미국 일간 매체
4 Prada
프라다 쇼가 펼쳐지는 공간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된다. 이는 십수 년째 합을 맞춰온 디자인 집단 AMO의 손길 덕이다. 이번에도 역시 머릿속에서 곱씹을 만큼 인상적인 공간을 창조해냈다. 공간을 나눈 나무 칸막이는 모델의 동선이 되기도 하고, 쇼에 참석한 게스트 개개인의 공간이자 그들의 시야를 정의하는 프레임이 되기도 했다. 일상적인 침대와 나무 벤치가 관람석이었던 이번 공간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실루엣이 편안한 옷들과 자연스럽게 일치했다.
5 Acne Studio
모델 워킹 위주의 쇼 형식이 아닌 발표 형식을 택한 아크네 스튜디오. 이에 적합한 공간으로 낡았지만 아름다운 의과대학 강의실을 택했다. 프레젠테이션은 셀피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했다. 이어 벽 전면을 채운 화면에는 렘브란트에서 오토 딕스에 이르는, 미술사를 장식한 초상화를 차례로 투영했다. 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부은 얼굴’에서 영감받은 디자이너 조니 요한슨은 이곳을 배경으로 칼라와 실루엣이 과장된 옷들을 차례로 선보였다.
6 Ermenegildo Zegna
위태롭게 쌓인 블록들이 수직으로 뻗어 있고,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금속들이 바닥을 가득 메웠다. 독일의 설치 미술가 안젤름 키퍼의 작품 ‘7개의 천궁(Seven Heavenly Palaces)’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는 모래, 유리 등 순수 원료와 현대 기술의 융합을 추구하는 작가다. 브랜드의 뼈대인 장인 정신과 현대적 서비스를 접목한 새로운 수장 알레산드로 사르토리의 비전과 완벽히 일치하는 대목이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