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하얏트 서울 ‘스테이크 하우스’|목살 스테이크
호텔 문을 밀고 들어가 지하 1층에 당도하면 ‘소월로 322’라 적힌 이정표가 입구에 마중 나와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지난해 ‘골목길’을 키워드로 지하 1층을 새롭게 재구성했다. 레스토랑 4곳이 구색 좋게 등장했는데 그중 하나가 스테이크 하우스다. 총 68석 규모로 널찍하게 뚫린 이 공간에서 점잔과 품위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테이블마다 갓 구운 빵처럼 향긋한 스테이크가 놓인 풍경 앞에서는 흰 도화지 같던 식탐도 화르르 살아난다.
소, 양, 닭, 돼지를 이용한 다양한 스테이크 앞에서 사소한 고민에 잠기는 것도 좋지만 뻔한 메뉴에서 탈피하고 싶다면 돼지 목살 스테이크가 정답이다. 숯 중에서 단연 으뜸으로 치는 비장탄, 400℃의 온도에서 고기를 재빠르게 구워내는 피라 오븐, 도토리를 먹고 자란 이베리코 흑돼지까지, 세 박자가 톱니바퀴처럼 척척 들어맞으며 빈틈없는 한 접시를 만들어낸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두툼한 두께로 내는 스테이크는 숭덩숭덩 썰어 한입 크게 먹어야 한다. 와인까지 곁들이면 고소한 비계가 부드럽게 녹는다.
가격 3만7천원
주소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322
문의 02-799-8273서울 다이닝|숯불에 구운 이베리코 돼지고기
서울 다이닝의 주방을 진두지휘하는 김진래 셰프는 정확한 순간에 셔터를 누르는 사진가를 닮았다. 그가 입을 열면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만이 가지는 확신이 전해온다. “경력이 오래된 만큼 이를 다향하게 표현할 수 있는 음식을 하고 싶었다.“ 지난해 10월 장충동에서 문을 연 서울 다이닝은 확실히 메종 드 라 카테고리, 세컨드 키친, 콩두 등 장르도 콘셉트도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일한 김진래 셰프의 집약된 이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양성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서울’을 노선으로 택했고, 그에 대한 통찰을 접시로 옮겼다. 그중 마포갈비에서 영감받아 완성한 요리는 유독 재치가 번뜩이는 한 접시다. 숯불에 구운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한 점 먹은 뒤 함께 곁들여 내는 안초비 페스토와 구운 대파, 양파를 순서대로 입에 가져가면 조각난 퍼즐이 슬며시 맞춰지면서 익숙한 마포갈비 맛이 입안에서 재현된다. 서양과 동양의 경계를 신나게 넘나들며 친숙한 풍미가 기분 좋게 엉킨다.
가격 코스 2만5천원부터
주소 서울시 중구 동호로 272 2층
문의 02-6325-6321
바이삼공|버크셔K 동파육
바이삼공은 원래 이탈리아 요리와 전통주의 매끈한 앙상블을 꾀하던 요리 주점이었다. 새까만 돌 위에 투박스럽게 담아 내는 이 집만의 포터하우스 스테이크는 여러 손님을 주당의 길로 밀어 넣었지만, 작년 이맘때 바이삼공은 과감하게 핸들을 꺾어보기로 결정했다. 스테이크를 굽던 화덕 자리에 중국식 화로가 들어서고 그 위에 보름달만 한 웍이 다소곳이 놓인 모습을 보면 이곳의 노선 변경을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이탈리아 요리 대신 중국 요리로 장르를 바꾸었지만 품질 좋은 전통주를 소개하는 것은 여전하다. 다만 약주와 탁주의 비중을 줄이고 증류주를 대폭 늘렸다. 거기엔 ‘우리나라는 증류주를 더 잘 만든다’는 명쾌한 이유가 있을 뿐이다. 손님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메뉴는 7시간을 오롯이 들여야 한 접시가 완성되는 동파육이다. 탱글탱글한 육질에 씹는 맛이 고소한 버크셔K 흑돼지를 사용한다. 젓가락으로 스르르 찢어지는 살점을 한 점 먹고 난 뒤에는 수성 고량주로 입안을 씻는 것이 정석이다. 중국의 고량주 연태와 도수는 같지만 목 넘김은 봄같이 마냥 부드럽다.
가격 2만8천원
주소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로47길 18-6
문의 02-6080-4336렁팡스|돼지 등심 스테이크
한겨울에도 헐겁게 옷을 입은 인부들, 골목 사이를 울리는 힘 있는 망치 소리, 정력적인 서체로 쓰인 간판, 이 모든 것들을 지나 거미줄처럼 이어진 허름한 성수동 골목을 걷다 보면 청록색 외관의 가게가 불쑥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렁팡스다. 수마린과 에피세리꼴라주에서 경력을 쌓은, 요리사이지만 어딘가 젊은 소설가의 분위기를 풍기는 김태민 셰프가 차린 공간이다. 렁팡스의 돼지 등심 스테이크는 미식을 찾아 발품 파는 사람들 사이에서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척하면 척‘ 알아듣는 요리다.
뼈에 두툼한 살코기가 두툼하니 붙은 정력적인 모습으로 접시에 담겨 나오지만 맛만큼은 무척이나 섬세하다. 먹기 좋게 잘라 입안으로 가져가면 촉촉한 고깃덩어리가 목구멍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간도 알맞고 잡냄새는 전혀 없다. 곁들여 내는 망고 구이를 슬쩍 얹어 먹으면 단맛까지 더해져 맛의 빈칸이 오차 없이 채워진다. 배부른지 모르고 계속 먹다 보면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지게 마련이다. 어둑해질 즈음 와인을 청해보는 것은 어떨지. 와인 리스트가 꽤 충실하다.
가격 2만8천원
주소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길 106
문의 02-465-7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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