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곤잘레즈-포에스터’ <엑소투어리즘, 2002/2013 neon paint on wall.>
아라리오 뮤지엄의 상설 전시 <텍스트가 조각난 곳>에 참여한 작가는 ‘정신의 여행'을 뜻하는 네온 조각 ‘엑소투어리즘’을 통해 삶의 여정을 감각적으로 담아냈다.
If All Relationship Were To Reach Equilibrium Then This Building Would Dissolve
‘관계가 균형을 이루면, 이 건물은 사라질 것이다.’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외벽에는 이런 의미심장한 문구가 걸려 있다. 이는 <텍스트가 조각난 곳>이라는 상설 전시의 일부로 영국 현대 미술의 부흥을 주도한 아티스트 리암 길릭(Liam Gillick)의 작품.
원래 마약, 테러, 이민 정책 등을 담당하는 영국 정부의 산하 기관에 설치했었다. 모든 관계가 균형을 이룬다면 이 기관이 존재할 의미가 없어진다는 의미인데, 실은 그런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관계는 불가능하므로 역설적으로 건물의 존재 가치를 드러낸 것이다. 이것이 2017년 서울로 오면서 텍스트가 세 개로 나뉘었다.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독특한 건축적 특징 때문. 리암 길릭의 분절된 텍스트가 세대를 이어온 역사적 건물 위에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낸다.Do What You Love
‘당신이 사랑하는 일을 해라.’ 가로수길의 카페 아르코에선 문을 열자마자 이런 글귀를 볼 수 있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누구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내가 사랑하는 일을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하는 것. 습관처럼 커피 한잔을 마시러 들어갔다 느닷없이 얻는 깨달음이다.
You Get What You Give
‘주는 대로 받는다.’ 서핑 숍 서프스업 서울은 이 문장을 ‘서핑을 하려면 패들링을 해라’로 바꿔 해석한다. 뭔가를 하려면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로, 동명의 애니메이션 <서프스업> OST에서 가져왔다. 멋진 파도를 타기 위해선 반드시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멋진 파도를 탈 수 있다.
Rain Is Better Than Snow
‘비는 눈보다 좋다.’ 누군가의 성향을 물을 때 유치한 질문 몇 가지. 산이 좋은지 바다가 좋은지, 여름이 좋은지 겨울이 좋은지. 여기에 비가 좋은지 눈이 좋은지를 추가해본다. 성북구의 작고 조용한 카페 레인드롭은 비를 사랑하는 부부의 감성을 완벽하게 반영했다. 소복하게 쌓이는 눈보다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는 비가 더 좋다고.
Don’t Kill My Vibe
‘내 느낌을 망치지 마.’ 켄드릭 라마의 명곡에서 따온 문구로 샌드위치 가게, 바이 미 스탠드에서 만날 수 있다. 모든 것이 딱 좋은데 괜한 말로 이 기분을 망치지 말란 뜻이다. 쿨하게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고, 이 기분 그대로 놀러 나가면 된다.
As Long As It Last
‘지속되는 한 오래.’ 종로구 원남동의 비씨커피 스테이션은 낮과 밤이 다르다. 낮에는 원남동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느낌 있는 카페로, 밤에는 네온사인을 켜고 맥주와 칵테일을 파는 펍으로 변신한다. 비씨커피 스테이션이 지속되어야 ‘As Long As It Last’도 오래갈 수 있다. 미국의 예술가 로런스 위너(Lawrence Weiner)가 1993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방송 타워 유로마스트(Euromast) 기둥 벽면에 새긴 글귀에서 가져온 것이기도 하다.
꽃잎이 스치자 나는 꽃이 되었다
친절하고 상냥한 캘리그래퍼 두 명이 손 글씨의 낭만이 가득한 공간을 만들었다. 대학로의 한적한 골목길에 걸어둔 이 멋진 시 한 구절은 캘리그래퍼 상품을 판매하는 숍이자, 캘리그래프를 배울 수 있는 공방의 이름이기도 하다. 요즘 보기 드문 이 감성적인 글귀는 흰 종이 위에 사각거리며 글씨를 적고 싶게 만든다. 좋아하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면 나도 모르는 새 그 사람을 닮아간다. 꽃잎이 스치면 내가 꽃이 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물론 직접 찾아가면 이보다 더 감성이 넘치는 글귀를 자기 손으로 적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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