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톱 햇> 1935
고전 뮤지컬 영화의 우아함을 즐기고 싶다면 먼저 프레드 아스테어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 특히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 커플이 보여준 1930년대 댄스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은 다시 봐도 변함없이 뛰어나다. 스크루볼 코미디의 연인이 속사포 대사로 소통한다면 이 탭댄스의 장인들은 춤으로 화합한다. 제아무리 문제 커플이라 해도 춤의 ‘밀당’을 통해 화해하고 사랑에 빠진다.
02 <사랑은 비를 타고> 1952
뮤지컬 영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조차 진 켈리가 비 오는 거리에서 가로등에 매달려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기억하리라. 마치 행복 바이러스처럼 모두를 유쾌하게 만드는 노래, 즉 ‘Singin’ in the Rain’을 부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이자 오늘날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장면이 되었다. 사랑에 빠진 남자라면 누구나 흥겹게 진 켈리처럼 비상하게 마련이다.
03 <여자는 여자다> 1961
장 뤽 고다르. 혹자는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이 거장의 이름만 들어도 골치가 아플지 모른다. 하지만 고다르 작품 중 대중적인 영화가 있다면 바로 이 뮤지컬이다. 할리우드 고전 뮤지컬에 무한한 애정을 표명하는 영화로, 고다르의 연인 안나 카리나의 시크하고 도도한 매력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무렵, 카리나와 사랑에 빠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04 <쉘부르의 우산> 1964
1960년대 러브 스토리는 으레 아름다운 사랑(순정)과 이별, 그리고 재회라는 구조를 반복한다. 냉정하게 보면 <미워도 다시 한번>(1968)과 다를 바 없는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지만, 볼 때마다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영화가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이 매혹적인 뮤지컬은 사랑에 대한 비극적 판타지를 유럽적인 감수성으로 극대화한다. 우산만 봐도 아련한 추억 속에 빠져든다.
05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1996
비행공포증에 시달리던 ‘못말리는 뉴요커’ 우디 앨런이 갑자기 파리로 날아갔다. 도대체 왜? 그리고 회춘한 듯 요란 법석 뮤지컬을 연출했다. 영화 후반부, 가로등이 은은하게 빛나는 파리의 다리 밑에서 우디 앨런과 골디 혼은 <와호장룡>(2000)에 나오는 무술 고수처럼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채 격정적인 춤을 선보인다. 이 영화에 담긴 에너지는 순전히 파리의 힘이라고 믿고 싶을 정도다.
06 <물랑 루즈> 2001
세기말 파리는 이토록 화려했다. 1899년, 뮤지컬 가수 샤틴(니콜 키드먼)과 영국 시인 크리스티앙(이완 맥그리거)의 사랑 이야기가 초현실주의적 영상으로 펼쳐진다. 3D 영화를 본 것도 아닌데, MTV 세대를 위한 이 뮤지컬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쇼 비즈니스 세계를 압도적 비주얼로 탄생시켰다. 레드의 물결. 이런 과잉의 미학은 오로지 뮤지컬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07 <락 오브 에이지> 2012
2000년대 뮤지컬 영화 열풍이 불면서 <시카고>(2002), <드림걸즈>(2006) 등이 제작되었지만, 진정한 성과는 록 뮤지컬의 등장이었다. 허세라도 좋다! 병적인 즐거움을 주는 이 뮤지컬은 점잖은 뮤지컬을 비웃게 하는 힘이 있다. 애덤 솅크먼 감독은 이미 개성 만점의 <헤어스프레이>(2007)로 뮤지컬의 재미를 톡톡히 전해준 바 있다. 록의 레전드로 등장하는 톰 크루즈의 연기는 단연 최고다.
08 <레미제라블> 2012
아무리 뮤지컬 영화가 대세라고 해도, 대사 없는 ‘송스루’ 뮤지컬 영화가 전 세계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누구도 장담할 순 없었다. 그 벽을 깨트린 것이 뮤지컬의 신화 <레미제라블>이다. 더욱이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감동의 눈물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판틴(앤 해서웨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오열의 노래는 관객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눈망울마저 노래했다.
09 <라라랜드> 2016
이쯤 되면 ‘신드롬’이라 불릴 만하다. 골든 글러브 상을 7개나 휩쓸었지만, 향후 아카데미 시상식의 성과보다는 오히려 뮤지컬 무대로 진출하는 걸 더 기대하게 하는 영화다. 1950년대 뮤지컬 영화의 분위기, 심지어 색채까지 차용한 이 영화는 지극히 고전적인 방식으로 연인의 사랑과 성공을 바라본다. ‘라라’ 커플(에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 덕분에 탭댄스 슈즈를 장만하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다.
10 <모아나> 2016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절대 강자 디즈니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미녀와 야수>(1991), <라이온 킹>(1994) 같은 고전이든 혹은 제2의 전성기를 이끈 <겨울왕국>(2013)이든 모두 최고다. 뮤지컬의 마력을 내세운 <모아나>는 여전히 또 다른 모험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알파걸이든 걸 크러시든 상관없다.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에 천착하는 디즈니의 성공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MUST SEE
핵소 고지
감독 멜 깁슨 | 출연 앤드루 가필드 | 개봉 2월
오랜만에 멜 깁슨이 연출한다. 멜 깁슨이 연출한 작품은 몇 편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 문제작 혹은 화제작으로 등극했다. 그의 연출은 어쩔 땐 그의 연기보다 더 묵직하다. 그는 매번 신념을 고수하는 인간에 집중했다. 이번엔 전쟁 중 총기를 거부하는 위생병 이야기다.그레이트 월
감독 장이머우 | 출연 맷 데이먼 | 개봉 2월 16일
맷 데이먼이 중국 무장 복장을 입고 등장한다. 그 옆에 류더화가 함께한다. 맷 데이먼과 류더화가 한 장면에 등장하다니. 표류한 외국인이 중국 역사 속에 스미는 이야기도 아니다. 거창하게 인류의 운명을 걸고 싸운다. 장이머우 감독은 뭘 보여주고 싶은 걸까? 아리송해서 더 궁금해진다.
50가지 그림자: 심연
감독 제임스 폴리 | 출연 다코타 존슨, 제이미 도넌 | 개봉 2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속편이다. 당시 영화는 책의 인기로 기대작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만큼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실망했다는 반응이 주류였지만, 이 정도면 괜찮지 않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만족하지 못한 섹스는 다음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이번에는?싱글 라이더
감독 이주영 | 출연 이병헌, 공효진 | 개봉 2월
다시 이병헌이다. 최근 꽤 많은 작품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통 이 정도면 관객에게는 피로도가 쌓인다. 이병헌은 예외다. 해가 갈수록 그의 연기는 농익어간다. 이번엔 위태로운 한 남자를 연기한다. 사투리도 안 쓰고 격투도 안 한다. 다른 장치 걷어내고 그의 연기에만 집중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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