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또 다른 한 해가 오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척도는 연말에 열리는 에이어워즈다. 적어도 <아레나 옴므 플러스>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12월 초, 그해를 빛낸 멋진 남자들을 초대해 그들이 지나온 시간을 치하하고 더욱 멋진 내년이 되길 독려하는 축제가 바로 에이어워즈다. 2016년에도 어김없이 <아레나>의 이름으로 올해의 남자들을 불러 모으기로 했다. 그러려면 한 해의 문화 예술 전반에 벌어진 일들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건축과 문학 등 대한민국의 문화 감도를 올린 주인공들을 선정하는 것이 과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회의가 열린다. 모두가 응당 수상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당위성을 가진 남자들을 고르기 위해 고심한다. 물론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열두 번을 만든 <아레나>의 2016년도 자연스레 결산이 된다. 우리는 과연 지난 열두 달 동안 어떤 이들을 만났고 어떤 이야기를 들었던가. 기억을 더듬다 보면 어느새 <아레나> 일 년의 역사가 다시금 차곡차곡 쌓인다.
가을부터 시작한 회의는 쌀쌀한 겨울바람이 불 때쯤에야 결론을 맺는다. 확정된 수상자를 시상식에 참석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전화와 이메일을 돌린다. 일정을 잡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올 한 해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이들이기에 특히나 더 정신없는 연말을 보내기 십상이다. 인물 선정, 섭외, 날짜 조율이라는 무시무시한 3단계를 거쳐야만 에이어워즈가 무사히 열릴 수 있다.
올해는 11회째다. 11은 자칫 애매한 숫자같이 보일 수 있다. 10같이 똑 떨어지는 숫자도 아니고, ‘연륜’을 표현하기에 깊이가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10주년을 지나 11주년을 맞이한 에이어워즈라면 조금 다르게 해석될 수 있겠다. ‘과연 매년 이렇게 최고의 남자들을 전부 시상식에 초대하는 것을 지속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진 이들도 많았을 거다. 하지만 10년을 훌쩍 넘기고 11년째에 진입하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더 이상 의문이 필요 없는 ‘지속 가능한 시상식’이 됐다는 의미니까.
제11회 에이어워즈의 빛나는 얼굴은 다음과 같다. 배우 차승원은 스타일 부문, 영화감독 나홍진은 패션 부문, 방송인 김성주는 컨피던스 부문, 드라마 PD 김원석은 크리에이티비티 부문, 작가 김탁환은 이노베이션 부문, 건축가 민성진은 인텔리전스 부문을 수상했다. 그리고 배우 서강준은 컨템퍼러리 부문, 몽블랑 옴므의 주인공이 됐다.
차승원은 ‘차줌마’ 열풍을 일으키며 그간의 ‘수트 핏’을 벗어던지고 트레이닝복에 고무장갑을 착용한 채 요리에 매진했다. 동료 배우들을 살뜰하게 챙기면서 수준급 요리를 선보인 그의 새로운 모습은 오래도록 화제가 되었다. 연기자로서도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음은 물론이다.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실존 인물을 연기했는데, 베테랑 배우인 그에게도 엄청난 모험이었음에도 기꺼이 도전했다.
나홍진은 영화 <곡성>으로 2016년을 들썩인 감독이다. 실로 오랜만에 사람들은 극장을 나서면서 각자 해석을 쏟아내기 바빴다. 한 편의 영화를 둘러싸고 이토록 많은 논쟁과 토론이 벌어진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2016년 가장 논쟁적인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됐다.
드라마 <시그널>은 무전기로 과거와 현재를 교신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기발한 발상과 탄탄한 각본을 영상 언어로 담아낸 건 검증받은 드라마 연출가 김원석의 힘이다. <성균관 스캔들> <미생> 등을 통해 꼼꼼한 연출력으로 ‘석테일’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다. <미생>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소품 하나하나까지 고증해 탄성을 자아낸 김원석 PD는 <시그널>을 통해 또 한 편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방송인 김성주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한다. <냉장고를 부탁해> <복면가왕> 등 화제를 만드는 방송엔 늘 그가 있었다. 자극적이고 독한 진행 대신 배려와 조화를 택한 그의 ‘보이지 않는 조율’을 요즘 시청자도 느끼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진행’을 원칙으로 삼는다는 그의 철학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소설가 김탁환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유난히 역사 속에서 반짝이는 무엇을 길어 올리던 그는 2016년 세월호의 민간인 잠수사 이야기를 다룬 <거짓말이다>를 출간했다. 소설가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렇게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건축가 민성진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진일보한 건축을 선보이기 위해 고심하는 사람이다. 힐튼 남해 골프 앤 스파 리조트, GHM 금강산 아난티 골프 & 온천 리조트, 아난티클럽 서울 등은 환경과 건축의 본질을 고민하는 그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봐도 저기서 봐도 잘생긴 배우 서강준은 2016년 여심을 사로잡은 주인공이다.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안투라지> 등을 통해 젊고 싱그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이렇게 일곱 명의 남자가 에이어워즈의 11번째 밤을 빛냈다. 자기 분야에서 열정과 창의력으로 성취를 이룬 이들에게 <아레나>는 ‘블랙칼라 워커’라는 단어를 새겨 트로피를 수여했다.
2016년 12월 6일은 참 추웠다. 걷다 보면 땅바닥에서부터 한기가 올라와 머리끝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추위였다. 외출을 하려면 적어도 3번 이상 고심과 결심이 필요한 이날, 논현동 쿤스트할레에 서울 멋쟁이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행사장에 들어서면 에이어워즈를 위해 힘을 보탠 후원사들의 면면을 볼 수 있었다.
중앙에는 몽블랑 코리아가 마련한 흥미로운 부스가 자리했다. 성공한 남자의 상징과도 같은 몽블랑 만년필을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몽블랑 만년필로 글씨를 적으면 태블릿 PC 등에 글자가 입력되는 ‘신기한 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몽블랑 어그멘티드 페이퍼(Montblanc Augmented Paper)’는 간단한 버튼 터치 하나로 노트와 스케치를 종이에서 모바일 기기로 전송할 수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강점을 합친 것. 꽤 오랜 시간 만년필의 짝꿍은 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전자 종이 태블릿 PC가 그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변화와 혁신, 새로운 흐름을 기꺼이 받아들인 몽블랑의 저력에도 새삼 감탄했다. 이런 열린 사고야말로 긴 시간 브랜드를 지탱해온 원천이 아닐까 싶다. 손 글씨가 주는 감동은 여전하다.
마지막 세 번째 부스에서는 캘리그래퍼가 <아레나>와 몽블랑의 로고와 함께 원하는 사람의 이름을 직접 적어주는 이벤트를 했다. 예쁜 손 글씨는 언제나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이렇게 몽블랑 만년필을 다각도로 체험하고 나면, 맞은편 부스에 놓인 <아레나> 커버 포토 부스가 보일 거다. 부스 안에 들어가면 누구나 이달 ‘아레나의 얼굴’이 될 수 있다. 잡지 커버 모델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할 만한 이벤트들을 쭉 둘러보고 나면 목이 마를 수밖에 없을 거다.
테이블마다 패키지도 아름다운 피지 워터가 놓여 있다. 물이 아닌 알코올이 당긴다면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바에 들러보자. 친절한 바텐더들이 스코틀랜드를 대변하는 명망 있는 ‘발렌타인’으로 맛있는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추운 날 생각나는 스카치위스키, 멋을 알고 맛을 아는 남자들이 마신다는 바로 그 술이다. 술이 좀 약하더라도 이렇게 맛있는 칵테일로 만들어주면 홀짝홀짝 계속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향긋한 발렌타인 외에도 마실 거리는 또 준비되었다. 행사장 저편에는 카너스 캡슐 커피 존이 있었다. 네스프레소 머신 호환 캡슐 커피다. 시간은 짧게, 향기는 길게 참 효율적이고 맛있다. 핑거 푸드와 함께 은근히 배를 채우고 나니 곧 본격적인 행사를 관람할 차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회는 아나운서 정지영이다. 원래도 아름다운 건 알았지만 드레스 차림의 늘씬한 그녀를 보니 새삼스레 감탄이 나왔다. 시상식에 앞서 그녀를 포함한 수상자들이 포토 타임을 가졌는데, 다들 훤칠하니 멋있었다.
서강준에게는 몽블랑 제품을, 나머지 수상자들에게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수트를 부상으로 증정한다. 이들은 3층에 마련된 VIP 라운지에서 대기하며 담소를 나눴다. 이미 안면이 있는 김성주와 차승원이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나홍진 감독이 등장하자 너도나도 <곡성> 이야기를 꺼냈다. 저녁 7시 30분, 정지영 아나운서의 청아한 목소리로 시상식이 시작됐다. 쿤스트할레는 자유롭게 서서 시상식을 관람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저마다 휴대폰을 높이 치켜들고 수상자들의 모습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지영 아나운서는 기가 막힌 호흡으로 수상자들을 차례로 소개했다. 짧은 영상과 함께 이들이 상을 받는 이유를 소개했다.
첫 번째 수상자는 차승원이었다.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무대에 올라 ‘에이어워즈 수상이 더욱 의미 있도록 2017년에도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나홍진 감독이었다. 그는 자신의 영화가 이렇게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고 오래도록 회자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그는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방송인 김성주는 역시 쾌활했다. 진행자 자리가 더 익숙해 이렇게 수상 소감을 말하는 게 어색하다고 하면서도, 차승원에게는 본인이 진행하는 <냉장고를 부탁해>, 서강준에게는 <복면가왕>에 출연해주길 당부했다. 야무지게 섭외까지 마친 그는 ‘올해의 남자’로 다른 수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점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김원석 PD 역시 본인이 가진 ‘내면의 멋있음’을 알아봐준 <아레나>와 시상식 관계자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김탁환 작가는 혼탁한 세상에서 소설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건축가 민성진 역시 건축가가 좋은 환경,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어떻게 일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심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젊은 여성들의 커다란 함성을 차지한 서강준이 무대에 올랐다. 해맑은 얼굴로 연신 미소를 띄우며 그는 ‘컨템퍼러리 부문’ 수상자답게 동시대적인 젊은 에너지로 연기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그리고 수상자 전원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정말 이들이 2016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계를 빛냈다는 것이 실감났다. 수상자들도 짧은 만남이 아쉬워 3층 VIP 라운지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12월의 멋진 저녁을 마무리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찼던 행사장이 텅 비었다. 스태프들은 분주히 무대를 철거하고, 몇몇 관계자들만이 못내 아쉬운 듯 서성일 뿐이었다. 이렇게 우리는 2016년을 보냈다.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시작이기도 하다. 놀라운 감각과 창의력, 그리고 열정을 품고 2017년을 채워줄 ‘올해의 남자’들이 다시금 나타날 테니까. 그때도 오늘처럼 가슴 벅차게 기억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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