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뭣도 모르고 스팅 형님의 내한 공연에 갔던 기억이 난다. 2010년경이었는데 당시 잘해보고 싶은 친구가 공연 세트리스트까지 보내주면서 굳이 보러 가자고 하기에 형님에 대한 큰 감흥 없이 무작정 공연장에 착석했다. 속으로는 ‘에미넴도 빨리 한국에 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공연 시작 전까지 나에게 스팅은 그저 ‘옛날 뮤지션’이었다. 학창 시절 스팅이 몸담은 ‘더 폴리스(The Police)’의 노래들로 영어를 배운 기억 때문인지 까마득한 시절에 활동한 아저씨 같았다.
하지만 무대가 시작되자, 이 형님이 ‘진짜’라는 걸 깨달았다. ‘English Man In New York’ ‘Every Breath You Take’ 등을 부르는 동안 나는 점점 더 경건한 자세로 스팅에 대한 ‘리스펙트’를 보냈다. 1978년에 더 폴리스로 데뷔했다는데, 3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흐트러짐 없이, 그것도 굉장히 멋지게 자신의 무대를 완성해나간다는 건 ‘전설’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로부터 6년이 또 훌쩍 지난 2016년 겨울, 전설의 그 형님이 돌아왔다. 12번째 정규 앨범 <57TH & 9TH>’를 들고서. 그가 스튜디오로 매일 걸어가던 뉴욕 맨해튼의 교차로 번호에서 따온 제목이라고 한다. ‘9·11 피해자를 위한 모금 활동 공연’ ‘엘튼 존 에이즈 재단’의 후원자로 활동하는 등 사회운동가로서도 부지런히 모습을 드러낸 그는 그간의 경험과 생각을 새 앨범에 담았다.
“탐색과 여행, 길, 모르는 무언가의 이끌림에서 주제를 탐구해 만들었다”는 스팅의 설명처럼 앨범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리드미컬한 기타가 곡 전반을 이끌어 나가는 ‘I Can’t Stop Thinking About You’, 심장을 울리는 힘 있는 사운드의 ‘50,000’ 등은 우리가 스팅에게 기대하는 영국 신사의 록 스피릿을 제대로 충족시켜준다. 유럽 난민 문제에 대한 스팅의 시각을 알 수 있는 록 발라드 ‘Inshallah’도 빼놓을 수 없는 트랙. 40년 가까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전설의 저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스팅은 “모든 것이 순식간에 굉장히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내 아이디어는 항상 나 자신은 물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내 음반을 듣는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새 앨범을 설명했다. 잘난 척이 절대 아니다. 그의 새 앨범을 들어보면 다들 놀랄 거다. 너무도 변함없는 그의 멋에, 그리고 너무도 다채로운 그의 사운드에 말이다.
형님의 귀환
이번 겨울엔 유독 형님들의 귀환이 잦다.
데이비드 보위 <Legacy(The Very Best Of)>
데이비드 보위가 세상을 떠난 이후 처음 발매되는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그의 변화무쌍하고 놀라운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1971년 앨범
본 조비 <This House Is Not For Sale>
데뷔 이후 30여 년, 로큰롤의 멋이 넘쳐흐르는 밴드 본 조비가 14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다. 현재진행형 밴드가 되기 위해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온몸으로 부딪쳐 깨지고 다듬은 끝에 완성한 노래들이다. 본 조비가 다시 그들의 집으로 돌아왔다.
오아시스 <Be Here Now>
브릿 팝의 전설, 오아시스가 자신들이 왜 전설이 됐는지를 다시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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