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바비의 솔로 곡 ‘꽐라’를 들어봤는가? 이 친구, 완전 물이 올랐다. 가사에는 재치가 넘치고 래핑에는 여유가 넘친다. 2016년 하반기, 그는 ‘아이콘의 바비’에서 ‘솔로 뮤지션 바비’로 화끈한 활동을 보여줬다. 물오른 바비를 데리고 조명이 꺼진 청담 사거리로 향했다. 제 멋대로 옷을 입고 제멋에 겨워 사는 ‘스웨거’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촬영 직전 이미 공연을 하나 마치고 와 체력이 고갈되었을 법도 한데, 청춘은 역시 힘이 세다. ‘이 구역을 곧 내가 접수하겠다’는 바비의 패기가 컷마다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남자라고 말하면서 눈이 보이지 않게 웃는 소년 바비와 청담동에서 멋을 폭발시키던 바비는 같은 사람이 맞다. 헤드록을 걸고 싶어지는 장난기 많은 바비와 진지하게 음악을 고민하는 바비 모두 의외이면서도 예상 가능한 모습이었다. 솔로 뮤지션으로서 ‘어떻게 하면 내가 듣고 싶은 음악, 내가 보고 싶은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자, 그리고 내가 만족하는 음악을 하자고. 고민의 결과는 보시다시피 이렇게나 성공적이다.
드디어 바비의 솔로 곡이 나왔다.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고, 각오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음악이건, 패션이건 뭐가 됐든 간에 내가 좋아하고 보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까 신경 쓰지 않고 나 스스로 만족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이 어느 정도 반영된 거 같아서 기쁘고 뿌듯하다.
시대마다 힙합을 정의하는 이미지가 다르다. 1990년대에는 헐렁한 옷을 입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하는 음악이었다면 요즘 힙합은 <쇼미더머니> 그 자체인 것 같다. 바비가 생각하는 힙합의 이미지는 뭔가?
단순히 음악뿐만 아니라 하나의 큰 문화라고 생각한다. 패션도, 춤도, 랩도 어떤 면에서는 거칠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쿨한 태도를 추구하는 것이 힙합 같다. 꾸밈없는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힙합의 이미지다.
오늘 촬영한 화보 속 바비도 평소 본인의 모습 중 하나인가?
아직 잘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잡지 속 모델들을 보면서 포즈를 흉내 내는 단계다. 아직까지는 사진 찍을 때 완벽한 감정 이입이 어렵다. 이렇게 화보를 찍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게, 사진을 통해서 또 다른 나를 찾는 작업이어서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행동도 달라지지 않나?
정말 그렇다. 수트를 입을 때는 성격이 좀 더 차분해지고, 오늘처럼 평소 내가 즐겨 입는 옷을 입으면 편안해지니까 다양한 포즈가 나온다. 추운 겨울에 두꺼운 옷을 입을 때면 포즈가 딱딱해진다. 하하.
비단 힙합이라는 장르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이 너무 유행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뮤지션으로서 유행이 쉼 없이 바뀌는 요즘을 어떤 태도로 돌파해야 한다고 보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 자체는 좋은 생각인 것 같다. 계속 내 것만 고집하다 보면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 유행에 치우치는 건 경계해야겠지만 트렌드를 잘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자기만의 색을 갖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하고 빨리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맞다. 그럴 때는 다양한 곡들을 녹음해보면서 여러 사람의 피드백을 받아보면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나에게 이런 것은 맞고, 이런 것은 맞지 않고 체크해나가다 보면 좀 더 객관적인 파악이 가능해진다.
‘위너’의 송민호와 함께 ‘MOBB’이라는 유닛을 결성했다. 둘이서 함께 2곡, 솔로로 1곡씩 선보였다. 후보에 오른 곡들이 엄청 많았다고?
우리의 이름으로 4곡씩이나 발표한 것이 좋기도 하지만, 4곡만 나온 게 아쉽기도 한 상황이다. 지금 선보인 트랙들처럼 신나는 곡 말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잔잔한 곡들도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들려주지 못해서 아쉽다.
그 아쉬움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조금 해소했을 것 같다. 이번에 방송 출연 말고 재미있는 거 많이 하지 않았나?
타이틀 곡 ‘빨리 전화해’는 뮤직비디오를 이태원에서 게릴라 형태로 촬영했다. MOBB 파티도 열고, 여러 가지 많이 했다. 그중에서도 MOBB 스토어가 제일 좋았다. 우리의 상품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의류 매장처럼 만든 곳에서 오프라인으로 판매했다. 그 내부를 우리가 직접 꾸밀 수 있어서 더 재미있었다.
요즘엔 어떤 생각을 많이 하나? 그 생각의 흐름에 따라 가사도 달라질 텐데.
처음에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랩을 시작했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써야 하는 가사의 주제가 많이 달라진다. 요즘엔 이런 게 끌린다. 음, 누구나 살면서 힘들 때가 있지 않나? 뭔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힘들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감정을 좀 더 많이 끄집어내보고 싶다. 원래 내 성격은 힘들면 힘든 대로, 살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엔 내가 왜 힘든 건지 더 깊게 생각하고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브레인스토밍을 많이 하는데 단어 하나를 떠올리고 그에 연관된 단어들을 적으면서 가사를 쓴다.
전설적 인물과 협업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뮤지션은?
예전부터 여기저기 많이 얘기했는데 다이나믹 듀오다. 나는 이분들 때문에 랩을 시작했다. 그리고 윤미래 선배님도 진짜 리스펙트한다.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녔다면 다이나믹 듀오와 윤미래도 바비가 이토록 원한다는 걸 알겠네?
선배님들 전화번호도 받았다. 윤미래 선배님도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하라고까지 하셨으니까 이제 같이 할 기회를 찾기만 하면 된다. 곡 작업을 진짜 열심히 해서 꼭 함께하고 싶다.
요즘 스웨그라는 말을 참 많이 한다. 바비가 생각하는 스웨그는 뭔가? 흔히 이야기하는 ‘간지’를 뜻하는 건가?
뭔가 되게 멋있는 느낌일 때 약간 턱을 들고 ‘스웩~’ 이렇게 말하면 된다.
30대가 된 바비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처럼 ‘스웩~’이 있을까?
나는 테디 형 보면 되게 스웨그 있다고 느낀다. 그 형은 정말 멋있다. 여전히 계속해서 꿈을 꾸고, 하고 싶은 걸 해내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꿈을 좇아서 사는 30대가 멋있는 건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사는 30대가 더 멋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마 살아가다 보면 답이 나오겠지.
얼마 전에 아버지와 여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아버지와 바비, 그리고 형이 같이 손을 잡고 가서 똑같은 타투를 새겼다는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지금 타투를 하나 더 한다면 어디에 어떤 것을 새기고 싶나?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 사람마다 점이나 흉터가 있지 않나? 그걸 적극 활용해서 그 위에 귀여운 그림을 그리는 거다. 나밖에 없는 흉터인 데다 귀엽게 그림까지 그려놓으면 보기 싫던 흉도 사랑스러워질 것 같다.
아버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되게 멋있으시더라. 아들과 친구처럼 지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정말 동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아들을 대하는 모습이 쿨해 보였다.
우리 아빠 되게 멋있다. 원래 아빠가 이루고 싶은 꿈이 따로 있었는데 다 버리고 가족을 택한 분이다. 화가였는데 그걸로는 돈을 벌지 못하니까 가족을 위해 몸을 다쳐가면서까지 일을 했고 책임졌다.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 같다.
근데 바비도 한국 와서 열심히 음악 하고 돈 버는 이유가 가족 때문 아닌가?
물론. 내 꿈이기도 하지만 이 꿈으로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그럼 아버지처럼 책임감 있는 건데?
아, 그렇네? 나도 멋있는 거네? 하하.
니트는 꼼 데 가르송 간류, 안에 입은 이너는 릭 오웬스, 신발은 톰 포드, 바지와 양말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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