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ublisher 유유 출판사
키워드 고전, 중국어, 공부
대표 서적 <단단한 공부> <옥스퍼드 중국사 수업> <공부하는 삶> <동사의 맛>
유유의 조성웅 대표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10년 넘게 일했다. 주로 인문 교양서를 만들던 그는 회사를 나와 독립을 결심했다. 한국출판문화협회에서 정의하기를, 대표 외에 직원이 3명 이하인 출판사를 1인 출판사라고 명명한다. 조성웅 대표는 동료 한 명과 함께 1인 출판사를 차렸다. 조 대표는 ‘공부’ ‘고전’ ‘중국’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대중성을 잃지 않는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2012년 1월, 유유에서 낸 첫 책은 <단단한 공부>였다.
‘인문 교양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관해 개괄적으로 소개한 책이다. “우리 책의 독자층은 수요가 적은 대신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 독자에 비해 대부분 꾸준히, 그리고 많은 양의 도서를 소장한다. 작지만 확실한 독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이 관심 가질 만한 폭넓은 주제로 핵심 타깃이 아닌 독자들도 책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조금씩 높이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숙제다. 1인 출판사에서는 홍보 비용을 많이 투자할 수 없기에 SNS를 가장 좋은 창구로 활용한다. 첫 번째 책을 내고 나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해 홍보했다. 잘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웠는데, <단단한 공부>는 예상 외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어서 유유 출판사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책들을 속속 소개해나갔다.
가장 유유다운 주제인 ‘공부’를 전면에 내세운 <공부하는 삶>은 본디 판권이 없는 책이었다. 저작권이 만료되었을 정도로 오래된 책이지만 요즘 시대에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번역을 결심했다. 한국어 공부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준 <시의 문장들> <동사의 맛>도 유유 출판사의 대표 작품. 조 대표가 가장 흥미를 가진 분야인 중국어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는 <옥스퍼드 중국사 수업> 역시 대형 출판사였다면 발행을 결심하기 어려웠을 주제다.
아직 인문 서적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사람들에게 조성웅 대표가 한마디 전한다. “어떤 미래학자가 말하길, 2035년이 되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 전체 직업의 60%를 차지할 거라고 한다. 시대 변화가 너무 빨라 점점 더 한 치 앞을 모르게 된다.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려면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그 능력을 키워줄 수 있는 콘텐츠가 바로 인문 교양서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지식 같지만, 예측불가의 사태에 자주 직면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지식일 수 있다는 얘기다. 유유 출판사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문제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도움을 주는 책을 계속해서 만들어낼 거다.
2 Publisher 나무연필
키워드 인문 사회과학
대표 서적 <꿈에게 길을 묻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내 서재 속 고전>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임윤희 대표는 한겨레 출판사를 다니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같은 방식으로 계속 일을 해나가다 보면, 일명 386이라고 통칭되는 연령대의 작가들, 남성 저자의 책을 계속해서 낼 수밖에 없겠다고. 좀 더 다양한 연령대의 필자, 그리고 여성 저자의 비율이 높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1인 출판사 나무연필을 차렸다. 워낙 사회과학 도서를 많이 만들어온 터라, 출판사 성격은 자연스레 인문 사회과학으로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게 대중성을 갖추고 싶었다. 첫 책을 낸 지 1년 남짓, 서경석 선생의 <내 서재 속 고전>이 첫 주인공이다. 이 책은 작가의 서재에서 계속해서 꼽아보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두 번째 책은 <꿈에게 길을 묻다>다.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이들이 8주에 걸쳐 꿈 이야기를 하고, 그에 관한 다양한 의식의 분석을 책으로 엮었다.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주목받은 책이다.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은 언론 관련 출판사에서 일한 남 대표의 경력이 빛을 발한 책이다.
지난여름 있었던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은 지하철역 10번 출구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이를 <경향신문> 사회부에서 갈무리해두었는데, 임 대표는 이것을 책으로 만들어 수월하게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판매 수익은 도서관에 이 책을 기부하는 것으로 맞추고, 전자책은 무료로 배포했다. 사회적인 이슈와 페미니즘이 맞물려 주목받은 책이다. 게다가 시의성을 놓치면 안 되는 사안이기에 최소한의 시간인 10일 만에 책으로 만들었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는 1980년에 쓴 책. 여전히 북미권에서 읽힐 정도로 현대 사회에 적용해 고민할 만한 내용이다. 기업과 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고 해결하는가에 대한 책이다. ‘헬조선’이 이슈인 요즘, 과연 이 ‘헬’을 떠나는 것이 맞는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 곱씹어볼 수 있겠다.
이처럼 나무연필은 인문 사회과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영역 내에서 책을 소개한다. 인문으로 포지셔닝했지만 때에 따라 에세이로 읽히기도 한다. “독립 출판의 잠재력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것이 독립 출판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상업 출판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외국 사례를 보면 독립 출판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책을 발간하는 문화로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그런 선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 대표의 말대로, 1인 출판사이기에 가능한 책들이 있다.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은 기존 출판사에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주제일뿐더러 출판 절차를 밟다 보면 시기를 놓치기 십상이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1~2년에 한 번 정도는 시의성 있는 책을 ‘기록’의 의미에서 출판하고 싶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내년에 출간 예정된 책들이 꽤 된다. 임윤희 대표의 1인 출판사 나무연필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제대로 보는 데 길잡이가 될 만한 책들을 계속해서 만들 거란 얘기다.
3 Publisher 목수책방
키워드 생태, 환경, 지구
대표 서적 <어이없는 진화>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흙의 학교> <서울 사는 나무>
전은정 대표는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그러다 나무와 숲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목수책방이라는 1인 출판사를 냈다.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목수책방을 만날 수 있는데, 많은 이들이 이곳을 독립 서점이라 생각하고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굳이 먼 걸음한 이들을 돌려보낼 수 없어 목수책방의 책들과 생태 관련 서적들을 선별해 판매할 수 있게끔 진열해놓았다. 그렇지만 목수책방은 서점이 아닌 1인 출판사다. ‘생태 전문 출판사’를 차린 이유는, 결국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것이기에 당장 트렌디하진 않더라도 앞으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분야이기 때문이다. 읽기 편하고 흥미로운 소재의 생태 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첫 번째 책 <생명의 교실>은 일본 생물학자가 ‘생명’을 주제로 쓴 에세이다. <서울 사는 나무>는 나무에 관심이 많아 숲 해설가 자격증을 따고 생태 놀이를 하며 공부하는 작가가 지은 책이다. 서울의 중요한 나무들, 가로수와 궁궐 나무의 숨은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했다. <어이없는 진화>는 진화론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흙의 학교> 역시 농사에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흙의 중요성’을 재미있게 깨우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는 ‘우리 삶이 첨단으로 채워질수록 균형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은 자연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전은정 대표는 이러한 책들을 SNS를 통해 알음알음 홍보했다. 그녀는 숲 해설가 자격증을 따 관련 활동가들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갔다. 강의를 들으면서 인맥을 넓혔다.
이런 책을 내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이 자연스레 알려졌다. 관련 출판사 사람들과 친구를 맺고, 정보를 교환했다. “페이스북에 ‘좋아요’가 평균 1천7백80개가 되기까지 거의 2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정도로 1인 출판사는 당장의 이익보다 장기적인 계획과 인내력이 필요한 출판 사업이다.” 전 대표는 생태에 초점을 맞춘 목수책방에서 소위 말하는 ‘대박 책’이 나올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본다. 적어도 3천 부 이상 팔릴 만한 책을 꾸준히 개발하고 소개하는 것이 장기적인 전략이다. “앞으로 유기농, 가드닝에 관한 책도 많이 소개하려고 한다. 생태에 초점을 맞추되 관련 영역을 확장해 다양한 관심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책들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전은정 대표의 최종 꿈은 단어 그대로 ‘목수’ 책방을 운영하는 것이다. “생태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자 출판사, 또 관련 소모임과 교육을 겸하는 ‘목수와 책이 있는 곳’으로 키워나가고 싶다.” 지나온 2년처럼 앞으로 이렇게 잘 꾸려나가다 보면 굳이 못 이룰 꿈도 아닌 것 같다.
4 Publisher 그리조아
키워드 축구
대표 서적 <미라이 공업 이야기> <이케다 효과> <그들은 왜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가> <네이마르> <호날두>
그리조아(GRIJOA) 출판사를 혼자 이끄는 김연한 대표는 그리조아 FC라는 브랜드를 하나 더 만들었다. 축구 팬을 위한 책을 전문적으로 소개하고 싶어서였다. 예상대로, 김연한 대표는 한국 축구의 엄청난 팬이다. 해외 축구에 비해 한국 축구의 문화적 기반이 약하다는 점을 아쉬워하며 1인 출판사를 출범했다. 국내에서 축구 책은 다른 분야에 비해 무르익지 않은 시장이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축구를 이야기하고, 건강한 비판과 토론, 그리고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을 논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축구 전문 출판 브랜드를 냈다.
축구 이외의 책은 그리조아라는 이름으로 출간한다. 직접 ‘미라이 공업’의 회장을 만나 경영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정리한 <미라이 공업 이야기>는 축구 외에 김 대표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리조아 FC 이야기를 하자면, 김연한 대표의 ‘죽을 때까지 변함없을 축구 사랑’으로 탄생한 출판 브랜드다. 출판사 이름을 알리려면 지명도 있는 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호날두> <메시> <네이마르> 등을 발행했다. 김연한 대표의 취향은 사실 조금 ‘마이너’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본격적으로 본인의 관심사이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소개했는데 <그들은 왜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가>가 대표적인 예다.
이랜드 FC 유소년 축구를 가르치는 저자가 스페인 유학파로서 겪은 ‘유소년 축구 교육’에 관한 책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축구계를 비판하고 기존의 관습이나 인식이 바뀌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기획했다고. “유명 선수의 위인전 같은 책은 그리조아 FC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낼 수 있다. 굳이 1인 출판사인 내가 그 분야까지 건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책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싶다.”
‘대형 출판사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책’을 다룬다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가 발행한 책 중 딱 한 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그의 생각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축구 팬이자 독자가 꽤 있다는 의미다. 얼마 전에 김연한 대표는 축구 경기장에 가서 책을 팔았다. 책 부스를 만들고 축구 팬들과 직접 만났다. “우리 책 독자는 일반 독자와 다르다. 경기장에서 책을 홍보하니 반응이 확실히 달랐다. 앞으로도 우리 책을 판매하는 곳이 꼭 서점일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축구 사랑으로 똘똘 뭉친 출판사 그리조아는 심판 휘슬이 울리는 그 순간까지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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