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는 엑소의 멤버다. 엑소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한민국 누구나 다 아는 최정상 아이돌 그룹이다. 발표하는 음원마다 차트 정상을 가뿐히 석권하고,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신기록을 달성하는 K-팝 신의 강자다. 그런 엑소의 멤버 카이는 춤을 참 잘 추고 세련됐으며, 잘생겼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아레나>의 얼굴이 될 수는 없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청년, 그래서 세계만방에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젊은이,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아티스트이기에 카이는 당당하게 <아레나>가 선정한 11월의 남자가 되었다.
촬영장에서 카이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계속 농담을 던지고 촬영 직전에 괜히 이상한 포즈도 한 번씩 취해보면서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줬다. 조용하고 차분한 첫인상과 달리 장난기가 넘쳤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물어봤더니만, 다친 다리가 다 나아 엑소 활동을 시작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여덟 살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해서 15년간 쉬지 않았다는 그는 2개월 동안의 휴식이 너무도 괴로웠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깁스를 풀던 순간을 2016년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꼽았다.
대한민국 최정상 아이돌 그룹으로 5년 가까이 살아왔지만, 여전히 새로운 곡을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큰 상도 타보고, 1등도 해봤지만 ‘멋진 가수’가 된다는 건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엑소라는 이름으로 흐트러짐 없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어떤 무대에서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전달한다는 것. 10년 후에도 변치 않고 빛나는 이름이 된다는 것. 이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어야 진짜 ‘멋진 가수’로 불릴 수 있다는 걸, 카이는 이제 안다.
오늘 굉장히 즐거워 보인다.
정말 행복하다, 요새. 부상에서 회복한 후 활동을 시작해서다. 딱 봐도 엄청 하이 텐션 아닌가? 하하.
여태까지 그렇게 바빴는데, 이참에 쉬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올해에만 두 번째 부상이었다. 첫 번째는 연습하다 다쳤다. 그래서 2개월을 쉬고 회복 후 1개월 정도 춤을 추다 콘서트 도중 두 번째 부상을 입었다. 이후 다시 2개월을 쉬었으니까 총 4개월을 쉰 셈이다. 정말 슬펐다. 특히 두 번째 다쳤을 때는 세상이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대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하루 종일 울고 밥도 안 먹고 괴로워했다. 그러다 열심히 먹고 빨리 나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재활에 집중하면서 회복에만 최선을 다했다.
나름 큰 시련이었네.
많은 걸 깨달은 시간이었다. 다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것도 운인가 싶었다. 무엇보다 무대에 대한 소중함, 열정이 더 강해졌다.
엑소도 벌써 5년 차 가수다. 1년의 절반을 해외에 체류하고, 쉴 새 없이 공연과 방송 활동을 하는 생활이 일상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엑소 활동 중 아직까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있나?
솔직히 익숙하긴 하다. 방송국에 가는 것, 차 타고 이동하는 시간, 연습하는 시간 등이 친숙하다. 그런데 늘 새로운 춤, 새로운 곡을 연습해야 하니까 항상 새롭기도 하다. 익숙한 시간 안에서 새로운 걸 만들어내니까 지루할 틈이 없다.
새삼 느낀 건데 말을 참 잘한다. TV에서 봤을 땐 말수가 적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까 촬영할 때도 계속 이상한 개그를 던져서 스태프들이 들은 척도 안 하는 걸 봤다. 생각보다 웃기는 남자인가 보다.
나름 웃기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그런데 가족도 내 개그를 싫어한다. 어디 가서 창피하니까 말을 줄이라고 한다. 하하. 워낙에 내 인상이 차가워서 그렇지 알고 보면 따뜻하고 정 많은 남자다. 내가 조용히 있으면 같이 일하는 분들이 불편할까봐 더 재미있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기도 하다.
엑소 활동하면서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뀐 건가?
처음에 SM 연습생으로 들어왔을 때 2년 정도 다른 연습생이나 회사 누나들하고 전혀 교류가 없었다. 말없이 내 할 일만 했다. 그러다 활발하고 재미있는 ‘절친’이 생겼다. 그룹 ‘핫샷’으로 데뷔한 ‘티모테오’다. 그 친구랑 어울리다 보니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지내면 모두가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편한 사람들에게는 일부러 장난도 많이 치고 그런다.
데뷔할 때는 10대였지만 지금은 스물세 살 청년이 됐다. ‘스무 살 넘으면 이런 거 해봐야지’ 하고 다짐한 게 있었나?
술도 마시지 않고 노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특별히 해보고 싶은 일은 없었다. 대신에 내 돈으로 밥을 사 먹고 싶었다. 연습생일 때 맥도널드 햄버거나 치킨, 피자를 먹는 게 나에겐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가끔 연습생 단체 회식으로 고깃집에 가면 진짜 허겁지겁 먹었다. 그래서 ‘스무 살이 넘어 데뷔를 하면 꼭 내 돈으로 밥을 사 먹어야지’ 다짐했다. 내가 치킨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예전에 아버지께서 밤늦게 치킨 한 마리를 사오시면 가족끼리 둘러앉아 맛있게 먹은 기억이 행복하게 남아 있어서다. 엑소로 데뷔하고 나서 어느 날 치킨을 맘껏 먹고 싶어 일주일 내내 치킨만 먹은 적도 있다. 잠들기 전에 ‘아, 내일은 치킨 시켜 먹어야지’ 결심한 다음 날 눈뜨자마자 바로 주문해 먹고. 엄청 행복했다. 하하.
30대에는 이렇게 살아야지, 40대에는 이런 걸 해봐야지 하고 계획을 세우는 편인가?
서른 살쯤 되면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놀러 가야지 생각했다. 하하. 그런데 서른 살에는 안무 공부를 더 해서 안무가가 되어 있고 마흔 살에는 콘서트를 기획해보고. 뭐 이런 식의 계획은 세우지 않는다. 당장 내일이 더 중요한 거 같아서다. 오늘 연습을 열심히 해서 내일 춤과 노래 실력이 더 좋아진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그리고 인생은 살아봐야 아는 것이기도 하고.
엑소로 이루고 싶은 것이 다 현실이 되지 않았나? 1등도 해보고, 대상도 받아보고. 대한민국 모두가 엑소를 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일이다.
요즘은 그런 게 다가 아닌 것 같다. 엑소 데뷔 후 멤버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왕 시작한 거, 그저 그런 가수는 되지 말자. 꼭 최고로 멋있는 가수가 되자.” 좋은 상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목표를 이룬 것도 아니고, 계속 해나가야 하니까. 엑소로서 뭔가를 이루고 싶다기보다는 멤버 전부 엑소로서 끝까지 멋있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가 됐다. 또 살면서 목표는 늘 바뀌기도 하니까.
요즘 엑소는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지 않나. 연기하는 멤버들도 꽤 있고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카이가 개인 영역을 확장한다면 어떤 분야가 될까?
첫 번째는 솔로 뮤지션의 모습이다. 나만의 춤이나 노래 등 창작 활동을 펼쳐보고 싶다. 두 번째, 나는 사진 찍히는 걸 참 좋아한다. 오늘처럼 화보 찍는 작업 말이다. 그래서 다양한 화보를 통해 내게 이런 느낌이 있다는 걸 더 알려주고 싶다.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섣불리 도전하고 싶다고 말할 수 없는 게 나에게 소질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하.
의외로 연기파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가만 보면 패션도 음악도, 본인만의 취향이 뚜렷할 거 같다. 일관성 있게 취향을 고수하는 편인가?
그렇다. 패션은 굉장히 단순한 걸 좋아한다. 장식이 많이 달린 화려한 옷보다는 옷감이나 색감을 중시한다. 옷을 입었을 때 선이 어떻게 떨어지느냐도 중요하고. 다만, 엑소 활동을 하다 보면 꾸밀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까 평상시에는 ‘쓰레빠’를 끌고 편하게 다닌다. 하하. 음악은 네오 솔을 많이 듣는다. 이런 취향은 옛날부터 꾸준히 그래 온 것이다.
엑소 활동을 하면서 생긴 긍정적인 변화는?
참을성이 많아지고 마음속에 화가 사라졌다. 그리고 예전에는 단체 연습을 잘 못했다. 무조건 혼자 했다. 다른 연습생들이 밤 9시에 퇴근하면 혼자 12시, 1시까지 남아서 연습했다. 그런데 엑소로서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성격이 많이 완화됐다. 아, 그리고 예전부터 친구도 별로 없어 사람 대하는 방법을 잘 몰랐다. 그래서 팬들 대하는 게 무척 어색했는데, 요즘엔 장난 아니다. 내가 생각해도 되게 자연스럽다. 하하.
정상에 올라선 아이돌 그룹이라면 힘들 때도 많이 있을 거다. 그럼에도 계속하는 까닭은 뭔가?
일본에서 콘서트를 했는데 엄마와 아들이 내 무대 의상을 입고 응원하는 모습을 봤다. 아들은 ‘존경합니다, 카이 씨’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었다. 순간 정말 뿌듯했다. 누군가 나를 보면서 가수를 꿈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누군가를 의식해서 한다기보다 그냥 너무 재미있다. 힘들어도 재미있으니까 최선을 다하게 되는 거다.
11월, <아레나> 표지 모델이 됐다. 멋있는 남자만 설 수 있는 자리인데, 카이가 인정을 받은 셈이다. 소감이 어떤가?
예전에는 외모가 잘생겼거나 주관이 뚜렷한 사람을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닌 것 같다. 진짜 멋있는 남자는 스스로 멋있다고 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인정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아레나>의 남자가 된 건 굉장히 기분 좋고 영광스럽다. 인정받았다는 의미니까. 그런데 사실 나는 시시때때로 변한다. 어떤 때는 멋있어 보이기도 하는데, 어떤 때는 굉장히 ‘구려’ 보인다. 하하. 친구들 만나러 가는 길에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가 있지 않나. 그럼 가끔씩 ‘내가 가수 맞나?’ 싶은 순간이 있다. 하하.
주변에 <아레나>의 남자를 할 만큼 멋있는 사람이 있나?
있다. 카이라고.
아, 자꾸 이런 걸 개그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거다.
하하. 질문에 답을 하자면 엑소 멤버들이다. 다 멋있는 남자들이다. 착한 데다 성격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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