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런던
내게 런던이란 도시의 이미지는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와 잦은 비, 개성이 강하고 톡톡 튀는 스타일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직접 방문해보니 내 생각이 극히 단편적이었음을 알게 됐다. 일단 사람들이 굉장히 여유로웠다. ‘신사의 나라’에 걸맞게 매너가 넘쳤고, 갑자기 비가 내려도 개의치 않는 듯 미소를 띄울 줄 알았다. 영국 특유의 딱딱한 영어 발음은 또 어떻고! 쇼 무대에 서기 위해 몇몇 유럽 도시에 가봤지만 런던만큼 매력적인 곳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박경진(모델)
2 앨버커키
미국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도시 자체는 작지 않은데 주변이 온통 황량한 사막이다.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은 여느 도심과 메마른 자연, 정말 보통 사람들이 사는 미국의 도시 같았달까. 어떤 곳에선 휴대폰 신호도 잡히지 않아 조용히 앉거나 누워 진정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관광객이 거의 없다는 점, 치안이 별로 좋지 않아 약간 위험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패션 도시의 빡빡하고 가식적인 면모에 지친 나에겐 오아시스 같은 도시다. 미국 출장길에 오를 때마다 10시간 이상의 운전을 마다 않고 꼭 들른다. 진경모(편집매장 ‘플롯’ 대표)
3 도쿄
올해만 여섯 번 다녀왔다. 갈 때마다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직선적이고 평면적인 건축물, 늘 친절하고 질서 있는 사람들, 맛있는 음식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 있어서 좋다. 나카메구로에 있는 ‘카우북스’ 중고 서점에 가면 좋은 사진집과 재미난 책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1970~1980년대 그래픽 디자인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와 관련된 책들도 많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제각각이겠지만 내게는 도쿄라는 도시의 색감이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곽기곤(사진가)
4 포르토피노
딱 한 번 가봤다. 대놓고 휴가는 아니었고, 출장과 휴가 사이쯤 되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솔 시티가 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이곳은 전 세계 상류층이 모여드는 휴가지다. 에르메스 매장이 동네 구멍가게처럼 덩그러니 있는 정도랄까. 요트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물 반 요트 반’이나 다름없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부유함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들의 그런 태도가 좋았고, 크레파스 같은 해변의 파라솔, 천사를 닮은 아이들, 호텔에서 빌려주는 베스파도 꿈같았다. 다시 가야 할 이유는 백만 가지지만 아끼고 또 아낀다. 진짜 좋으니까. 이광훈(<아레나> 패션 에디터)
5 런던
솔직히 말하면,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서울이 가장 편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런던은 달랐다. 여태껏 동경해온 도시여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처음 며칠 동안 런던의 낯선 공기가 좋았다. 한국과는 다르게 하늘이 더 가까운 듯했고, 사람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런던의 상징적인 건축물보단 그들이 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관광객 입장이라 좋은 점만 크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런던이란 도시에 강하게 끌린 건 분명했다. 조기석(아티스트/‘쿠시코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6 방콕
마음에 안식을 주는 자연환경과 도시적인 기반이 두루 섞여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휴양지는 평화롭고 조용하지만 뭘 하나 사려면 고생스럽게 시내(또는 읍내)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 않나. 방콕은 생활의 불편함이 거의 없는 대도시인 데다 구경거리도 많고, 곳곳에 열대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도 있다. 또 하나의 매력은 음식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한국인이 적응하기 쉬운 맛이랄까. 느끼하지 않고, 적당히 자극적이다. 마지막으로 마사지 수준과 가격도 매우 훌륭하다. 원덕현(‘블랭코프’ 디자이너/ ‘슬로우 스테디 클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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