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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시간

하정우를 돌아본다. 그가 보낸 시간은 시릴 정도로 찬란했다. 앞으로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거란 것 또한 안다. 하정우는 꾸준하게, 그러면서 명징하게 자기 시간을 보낸다. 하정우의 시간은 하정우 의도대로 흐른다.

UpdatedOn September 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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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팬츠·타이는 모두 보스 맨, 스틸 케이스와 블랙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 워치· 화이트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은 모두 까르띠에 제품.

셔츠·팬츠·타이는 모두 보스 맨, 스틸 케이스와 블랙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 워치· 화이트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은 모두 까르띠에 제품.

그러니까 10년 남짓. 하정우가 대중 앞에 선 시간이다. 하정우의 처음을 기억한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평범한 20대를 비범하게 연기했다. 2005년 일이었다. 그때 윤종빈 감독과 함께 칸에 갔다. 성공해서 다시 오자고 의욕도 불태웠다.

2016년, 하정우는 네 번째로 칸에 다녀왔다. 그때 한 말은 청춘의 호기로 끝나지 않았다. 다시 10년 남짓에 주목한다. 이 정도 시간 동안 이토록 자기 세계를 구축한 배우가 있었나?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표정을, 하정우는 연기해왔다. 그뿐이랴. 그는 연출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이 모든 걸 연기라는 거대한 이상을 좇는 다양한 루트로 삼는다.

그 과정에서 망설임 따윈 발견할 수 없다. 확고하다. 그는 자기 보폭대로 걷는다. 게다가 그 여정을 계속 보고 싶게 한다. 사람을 동하게 한다는 것이야말로 하정우의 10년 남짓이 경이로운 점이다. 앞으로 흘러갈 시간 또한.
 

재킷은 브루넬로 쿠치넬리, 셔츠는 클럽 모나코, 핑크 골드 케이스와 브라운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 스몰 컴플리케이션 워치·핑크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핑크 골드로 마감한 미니 디아볼로 드 까르띠에 볼펜은 모두 까르띠에 제품.

작품이 짧은 간격으로 계속 이어진다.
요즘 일이 많이 몰렸다. <아가씨>가 개봉했고, 5월 말에는 <신과 함께>가 크랭크인했다. 맞물려서 칸에도 다녀왔다. 그러고 나서 <아가씨> 무대 인사와 인터뷰를 끝내니 <터널> 홍보 일정이 시작됐다.

언젠가부터 계속 황금기를 보내는 듯하다.
에이, 그렇지는 않다. 그 안에서도 티는 안 났지만, 나름 슬럼프도 겪고 계속 오르락내리락했다.

슬럼프? 하정우 기준의 슬럼프는 따로 있는 건가?
그때그때 작품적으로는 티가 안 났더라도, 내 안에서 연기적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었다. 일 자체에 신이 안 날 때도 있었고. 그 슬럼프가 제일 처음 찾아왔을 때, 조금 뭔가 달라지고 깨달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롤러코스터>를 연출한 거다. <허삼관>도 더 깊이 상업 영화를 연출해보고자 한 시도였고.

<아가씨>라는 작품도 그동안 내가 한국 상업 영화, 쉽게 말해 여름방학 영화 위주로만 작업하다 박찬욱 감독님의 세계에 들어가서 환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렇게 나 나름대로 여러 시도를 계속해왔다.

항상 갈증을 느끼면서 스스로 밀어붙이는 편인가?
맞다. 일단 영화 작업 자체를 너무 좋아한다. 일한다기보다는 내가 배우로서 이 작품을 새로운 사람들과 만들어간다는 1차원적인 점에서 재미와 흥미를 느낀다. 그러면서 뭔가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순수한 생각도 든다.

실제로 달라지나?
그런 부분도 있겠지. 그것도 계속 찾아가는 거 같다. 나아진다면, 이해심이 나아졌나? 연출을 경험하고 나니 영화 현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많아졌다. 아주 단순하게 얘기하면, 감독의 모호한 디렉션이라든지, 예고 없는 딜레이 시간 같은 거 말이다.

연기만 했을 때는 내 이해만 구했다면, 감독을 맡고 나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금 보이고 이해할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 상대방을 이해하게 됐다. 그런 부분에선 마음이 편해졌다.

연출 경험이 연기적으로 확장되기도 하겠지?
아, 그렇다. 배우가 연기하다 보면 감독이 요구하는 디렉션이 불편할 때가 있다. 배우가 편하게 한 연기가 감독이 앵글로 보면 더 불편해 보일 때. 그래서 감독이 몸은 어떻게, 시선은 저렇게, 대사 톤은 조금만 올려주세요, 한다. 철저하게 영화적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건데, 배우가 느끼기엔 불편할 수 있다. 감독으로서 바라보고 나니, 이젠 감독이 요구하는 것을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 그 점이 조금 좋아진 부분이다.

시계 화보도 찍었으니, 시간에 관해 물어보려 한다. 지금 가장 소중한 시간은 언제인가?

쉬는 시간? 난 아침 시간이 되게 좋다. 쨍하고 맨 정신으로 있는 시간이 아침에 일어나고 2~3시간인 거 같다. 그래서 아침 일 때문에 일찍 나가야 하더라도 좀 더 빨리 일어나려고 노력한다. 잠을 조금 덜 자더라도 2~3시간 전에. 그 시간에 족욕하고 운동하고, 때로는 여유롭게 아침 일찍 하는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기도 한다. 그 시간이 제일 편한 시간이다.
 

재킷·팬츠 모두 라르디니 by 신세계 인터내셔널, 니트는 띠어리, 핑크 골드 케이스와 브라운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 스몰 컴플리케이션 워치·러브 코드 브레이슬릿·핑크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은 모두 까르띠에 제품.

의외로 관리가 철저하다. 원래 아침에 잘 일어나는 사람인가?
아니다. 그때그때 다르다. 그래도 일찍 자는 편이다. 그래서 별명이 신데렐라다, 하하. 아무리 늦어도 12시에는 집에 가려고 한다. 어릴 때는 찌뿌둥해도 현장에 가면 금방 정신 차리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잘 회복되지 않는다. 한 달 이상 시간이 나면 휴가 가서 일상을 찾으려고도 한다. 그래서 하와이에 자주 가는 거 같다.

잘 일하려면 잘 쉬어야 한다.
스케줄을 짜면 제일 먼저 챙기는 게 쉬는 날이다. 영화 촬영 스케줄이 대전 정도 거리면 무조건 집에 가서 재충전하고 온다. 그래서 난 거의 숙소 생활을 안 한다. 한 번 집을 찍고 와야 개운하게 다시 할 수 있다. 10년 넘게 몸에 밴 방식이라 그런지 이런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는 거 같다. 더불어 운동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따로 운동 시간을 내기보다는 일찍 끝나면 퇴근길에 미리 내려서 집에 걸어간다든가 한다. 오늘은 2만 보를 넘겨야지, 하면서 쪼개서 운동한다.

걷는 걸 무척 좋아한다. 영화까지 찍었으니까.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을 다 챙길 수 있으니까. 걸으면서 혼자 생각하는 여유로운 시간도 보낼 수 있다. 걷는 건 1석3조, 아니 4조는 되는 거 같다. 무명 시절부터 정말 기대하던 작품의 오디션에 떨어지면 난 이상하게 소주 마시는 대신에 조깅했다. 그러면 말끔히 해소되더라. 아쉬움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함 등을 대하는 버릇을 잘 들였다. 그래서 정말 감사하게도, 난 불면증 같은 게 없다.

<터널>이란 작품에 참여하며 보낸 시간에 대해 얘기해보자. 그 시간은 어떤 의미였을까?
<터널>과 시간의 관계라. 연관될 수 있겠다.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확률, 쉽게 말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그런 고민이 쌓이면 결국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답 가까이 닿는 거 같다.

작년 5월부터 <터널> 크랭크인까지 감독님을 수도 없이 만나 시나리오에 관해 얘기했다. 이상하게 이번에는 그런 시간을 굉장히 많이 보냈다. 어쩔 때는 영화에 관해 얘기하지 않더라도. 서로 시간을 보내면서 각자 무기를 알게 된 후 만들어가는 시간이 굉장히 좋았다.

예전에는 작업할 감독과 얘기하며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나?
일방적이었다. 감독님이 원해서 만나 시간을 보냈다면, 이제는 자발적으로 변했다. 나 역시 감독님의 의도나 방향에 대해서 미리 듣고 준비하고 싶었다. 나도 이 작품에 무언가 아이디어를 보태고 싶은 마음이 컸다.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

서로 좋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겠지?
맞다. 소통이 일방적이지 않으니까. 감독님 이건 이렇게 하셔야 해요, 하는 게 아니라 결국 감독님이 만들고 선택하는 거니, 난 막 던진다. 그러고 나서 감독님이 쓸 거 있으면 참고하셨으면 좋겠다고 하는 방식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나 혼자 생각하다 마는 게 아니라 다 끄집어내서 보여줬다. 딱 정답이라는 게 없기에 다 얘기했다. 특히 이번 <터널>은 더 그랬다.

한정된 공간에 혼자 갇힌 상황이라서 연기하는 방식이 조금 달랐을 듯하다.
맞다. 바로 전작인 <아가씨>는 철저히 계산적인, 굉장히 연극 쪽에 가까웠다. 박찬욱 감독님 스타일이 컷 하나하나를 재단해 디자인하듯이 영화를 촬영한다면, <터널>에서는 감독님과 준비하면서 계산하지 않은 즉흥 연기, 상황에 맞는 애드리브를 많이 시도했다.

영화적 메커니즘을, 연기적 메커니즘을 깨버리는 굉장히 거칠고 날것 같은 연기를 많이 주문하셨다. 어차피 혼자 연기해야 했으니까 룰을 좀 더 파괴하고 편하게 그 안에서 움직이려고 집중했다.

<터널>을 보니까 의도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덧붙여 하정우라는 배우의 페이스로 관객을 끌어들이려고 하는 느낌도 강했다. <롤러코스터> 이후 이런 느낌이 많았다.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강하게 다가오더라.
오, 굉장히 좋은 건데. 연기만 하다가 <롤러코스터>와 <허삼관>을 연출하면서 모니터에서 쫙 빠져나와 객관적으로 보게 됐다. 작품 전체를 조율하면서 내가, 내 역할이 이 작품에서 뭘 수행해야 하는지가 조금 분명해진 거 같다.

그래서 <암살> <아가씨> <터널>에서 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정확하게 감독 의도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찬욱 감독님도, 최동훈 감독님도 연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본능적으로 편집 포인트를 알아서 그에 맞게 경제적으로 연기해줘서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어쩌면 그런 시선이 생긴 걸 수도 있다. 그럼에도 <터널>은 내가 한정된 공간에서 이끌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내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었다.

수트·셔츠·타이는 모두 까날리, 핑크 골드 케이스와 브라운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 워치·핑크 골드 러브 링·핑크 골드로 마감한 스퀘어 트레세 데코 라이터는 모두 까르띠에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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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셔츠·타이는 모두 브루노바피, 핑크 골드 케이스와 그레이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 워치·핑크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은 모두 까르띠에 제품.

재킷·셔츠·타이는 모두 브루노바피, 핑크 골드 케이스와 그레이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 워치·핑크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은 모두 까르띠에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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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은 꼬르넬리아니, 니트는 쟈딕앤볼테르, 팬츠는 드리스 반 노튼, 행커치프는 까날리, 핑크 골드 케이스와 브라운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 스몰 컴플리케이션 워치·화이트 골드 저스트 앵 끌루 브레이슬릿·핑크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캐러멜 컬러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루이 까르띠에 트래블 백은 모두 까르띠에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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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는 김서룡, 브이넥 니트는 제이리움 by 알란스, 팬츠는 반하트 디 알바자, 핑크 골드 케이스와 브라운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 드라이브 드 까르띠에 스몰 컴플리케이션 워치·러브 코드 브레이슬릿·핑크 골드 러브 브레이슬릿은 모두 까르띠에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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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보폭대로 긴장 속에서도 유머를 밀어붙이는 연기가 흥미로웠다. 본능적으로 자신 있게 표현하는 느낌이랄까?
난 지옥에도 희로애락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옥에서 고통받는 망자도 쉬어가는 순간은 분명히 있을 거라고. 그 생각은 <황해>를 찍으러 연변에 갔을 때 처음 들었다. 연변에 도착했는데, 뭔가 너무 황폐한 느낌이 들었다. 아, 이런 곳도 있구나. 그다음 날 눈이 펑펑 왔다. 그런데 눈 덮인 도시를 보니까 너무 아름다운 거다. 황폐하던 연변이 너무 아름다운 도시로 변했더라. 상반된 감정을 접하면서 아, 여기에도 내가 모르는 낭만이 있구나, 느꼈다. 그래서 <허삼관>을 찍을 때도 춥고 배고픈 전쟁 직후의 상황인데도 낭만에 더 포커스를 맞췄다. 동화적인 색감이나 미술에 더 주목하고.

아, 낭만.
이런 의도는 <암살>에서 하와이 피스톨 캐릭터를 만들 때도 해당된다. 아무리 살인 청부업자지만, 분명히 이 상황에서 나름대로 낭만이 있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이런 낭만을 찾기 시작했다. 낭만이라고 말했지만, 다른 이면이라고 말해도 되겠다. 돌아보면 이런 점은 예전에도, 대표적으로 <추격자>에도 있었다. 연쇄살인범이지만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천진난만함 같은 걸 표현하려고 했으니까. 이런 이면이 영화 캐릭터를 더 공포스럽고 재미있게 표현해줄 거라 생각했다.


낭만이라는 말, 적절하다. 맞다. 그동안 맡아온 역할에도 분명히 그 부분이 있었다. 그런 점이 연출을 경험한 이후로 더 도드라지더라. 긴장된 상황에서도 반 박자 뒤틀면서 독특한 리듬을 만들었다. 자기 색이 강할수록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더 보고 싶어진다.
나이 먹고 작품이 쌓이고 연출 경험도 하다 보니까 그 색이 좀 도드라진 것일 수 있다.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를 많이 생각했다. 둘 다 대단한 배우지만, 연기해가는 방식은 상반된다. 로버트 드 니로는 작품이 계속 쌓이다 보면 반복돼 피로도도 쌓이기에 끊임없이 위트 있게 변주하려고 노력했다. 과감한 캐릭터를 많이 시도했잖나. 반대로 알 파치노는 작품 수를 확 줄이면서 계속 그 나이에 맞는 진정성으로 밀어붙였다. 두 배우의 방식 중 어떤 게 정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 배우의 스타일인 거니까. 나 역시 그걸 정리해 나가고 찾아가는 게 앞으로 숙제다.

피로도가 쌓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은 배우에겐 있겠지?
배우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깨닫고, 계속 새로운 연기, 새로운 캐릭터를 찾는 건 뜬구름 잡는 얘기인 거 같다. 오히려 배우 개인적인 생활이 달라져야 새로워진다는 게 더 맞을 거다. 한 개인으로서 새로운 취미, 새로운 생활 패턴이 생겨야 새로울 수 있다. 다음 작품, 그다음 작품이야 그 자체로 새로운 거잖나. 중요한 건 배우의 일상을 어떻게 계속 건설적으로 건강하게 재충전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느냐, 하는 점이다. 배우 일상이 배우 연기와 연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지점이다. 연기가 아닌 배우 자체가 새로워지는 게 정답이겠다.
그래서 내가 연출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거다. 작품 활동도 그렇고.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서 사람은 변화한다. 나이 들면 어느 순간 그런 부분을 포기해버리는 거 같다. 그런데 새로운 사람을 사귄다고 할 때 꼭 거창한 관계만 말하는 건 아니다. 새로운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새로운 사람과 시간을 공유하는 정도다. 어릴 때처럼 소주 마시면서 우리 영원히 변치 말자, 하고 다짐하지 않아도. 나이에 맞게 관계 맺는 방식도 달라진다. 여행도 새로워지는 한 요소다. 새로운 공간, 새로운 세상에 가면 새로 느끼고 맞이하게 되잖나.

특히 여행은 삶을 환기하기에 좋다.
하와이를 좋아한다. 하와이에서 굉장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려고 많이 노력한다. 한 달 동안 있어도 특별한 걸 하지 않는다. 서핑도 하지 않는다. 걷고 밥 먹고 자고 영화 보고 멍 때리고, 하하. 하와이가 좋은 점이다. 여유롭게 있을 수 있다. 뭘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없다. 일몰 보고 일출 보고. 일몰 보면서, 아 만날 서울에서도 맞이하는 건데 왜 서울에서는 못 봤지, 한다. 그 시간 되면 해변에 나가서 담배 피우면서 본다. 그리고 실내로 들어가서 밥 먹는 게 다다. 그런 경험이 서울에 와서 이어지기도 한다. 그 시간에 둔치에 나간다. 뿌옇지만 운 좋게 맑은 날 일몰을 보기도 한다. 집이 한남대교 근처여서 여의도 쪽을 향하면 일몰이 보인다. 보지 못하던 전과는 다른 삶을 사는 거다. 하와이 여행의 영향이다.

예전부터 궁금했다. 많은 곳 중에 왜 하와이인가?

아, 모르겠다. 그 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없다. 그냥 마음이 맞은 거 같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하도 하와이 좋다고 하기에 갔다. 별 생각 없이 갔는데, 새벽에 깨서 테라스에 앉아 있는데 해 뜨기 전 푸른빛이 하늘에 가득 찬 광경을 봤다. 너무 안정감 있고 평온하더라. 그 새벽의 평온함이 계속 하와이로 잡아끈다.

<터널> 홍보하면서 <신과 함께>도 촬영해야 하는 건가?

한창 찍고 있다. 어느새 벌써 40회 차 정도 찍었다.

김용화 감독과 다시 만났다. 한 번 작업한 감독들과 다시 만나는 경우가 많은 편에 속하는 배우다. 그런 관계, 긍정적이다.
같이 작업해봤으니 서로에 대해 잘 안다. 배우 입장에서 감독이 뭘 원하는지, 감독은 배우가 뭘 잘하는지 아는 거다. 말하지 않아도. 둘이 탐색할 시간에 한 방향을 보면서 더 좋은 걸 찾으려고 하는 거다. 내가 처음에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감독을 만났을 때 그 인연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그럴 수 있다. 나 혼자 이 작품에서 도드라져야겠다거나 이 캐릭터가 살면 장땡이지, 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이 살아야 캐릭터가 살고 배우가 사는 거니까. 팀워크 중심에 선 감독님을 서포트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감독님도 나와 작업하는 걸 좋아해주시는 거 같다. 귀여워해주신다.

일이 착착 잘 진행된다. 지금 삶을 잘 이끌어간다고 생각하나?

잘 ‘이끌림당하’는 거 같다. 운이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하고. 인간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 자기 삶을 리드할 수 있을까 싶다. 그냥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 좋은 거 같다.

만족하나?
지금 이 상황에 너무나 감사한다. 하지만 지금도 더 이뤄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야구선수도 국내 프로 야구를 넘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게 꿈이잖나. 그런 것처럼 나도 세계적인 배우, 세계적인 감독이 되는 게 목표다. 물론 당장 지금 목표는 촬영 중인 <신과 함께>가 내년에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더 발전시키며 촬영하려 한다. 그리고 감독으로서 보다 나다운, 나처럼 생긴 영화를 찍어서 관객에게 동의받는, 사랑받을 수 있는 영화를 연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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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김종훈
photography 김영준
STYLIST 박만현, 김미현
Hair&Make-up 임해경
SET STYLIST 박경섭
ASSISTANT 김민수

201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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