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
1 플란다스의 개 (2000) l 감독 봉준호
<살인의 추억>(2003)에 앞서, 봉준호는 강아지 실종 사건에 관한 영화를 찍었다. 개를 모티브로 중산층의 삶과 인물들의 좌절된 욕망과 판타지 등에 접근했다.
<살인의 추억>이 스릴러로 사회를 해부했다면 <플란다스의 개>는 코미디를 통해 자본주의의 삶을 응시한다. 제목이 파트라슈가 나오는 만화 <플란다스의 개>와 동일한 탓에 과소평가받았지만, 만화적 상상력이 깨알처럼 폭발하는 작품이다.2 소름 (2001) l 감독 윤종찬
최근 사회 분위기나 현실을 반영하는 스릴러물이 인기다. 단순히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물보다 사회 비판적인 스릴러가 관객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 닿기 때문이다.
낡은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비극을 담아낸 <소름>은 그런 의미에서 <숨바꼭질>(2013) 같은 영화의 대선배라고 할 수 있다. 공포 없는 공포 영화지만, 불길함이 소름 끼치게 가슴을 파고들어온다. 고 장진영의 문제작이었다.
3 지구를 지켜라! (2003) l 감독 장준환
물론 흥행에 실패했지만 영화 마니아에게 지지받은 데뷔작이다. 시간이 흐르며 한국 최고의 컬트 영화로 자리 잡았다.
잘 알려진 대로, 장준환 감독은 <미저리>(1990)를 반복해 보면서 우주적 상상력(?)을 동원한 납치극을 탄생시켰다. 부조리한 세상에 강렬하게 맞서는 고독한 SF였다. 여전히 ‘이태리타월’만 보면 병구(신하균)를 떠올릴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4 추격자 (2008) l 감독 나홍진
<추격자>는 영악한 괴작이다. 연쇄살인마 영민(하정우)이 살인하는 과정은 말 그대로 관객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럼에도 많은 여성 관객은 하정우의 연기에서 섹시함을 느꼈다.
<추격자>는 논리의 빈약에도 불구하고 김윤석이 하정우를 추격하는 과정을 통해 약점을 상쇄했고, 심지어 묘한 쾌감과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5 부산행 (2016) l 감독 연상호
<돼지의 왕>(2011), <사이비>(2013)처럼 사회 비판적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감독이 극영화로 데뷔해 <부산행> 같은 성과(천만 영화)를 내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국내에선 흥행 장르가 아닌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라서 더욱 놀랍다. 연상호는 B급 마니아 취향의 좀비물을 전 연령이 소통할 수 있는 재난 영화로 번역하는 솜씨를 선보였다. 여전히 사회를 비판하면서도.
< 해외 >
6 새벽의 저주 (2004) l 감독 잭 스나이더
DC 코믹스의 <저스티스 리그>를 이끌고 있는 수장 잭 스나이더의 데뷔작은 좀비물이다. 제임스 캐머런의 데뷔작이 <피라나 2>(1981)인 것처럼 스나이더도 살육을 선택했다.
조지 로메로의 고전 좀비 영화를 시대 흐름에 맞게 재구성한 이 영화는 <28일 후>(2002)와 함께 새로운 좀비 열풍을 이끌었다. <월드워 Z>(2013)가 가공할 좀비 군중 신으로 압도한 이후에는 고전이 된 느낌이다.7 키스 키스 뱅 뱅 (2005) l 감독 셰인 블랙
할리우드의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 셰인 블랙의 데뷔작이다. <리썰 웨폰>(1997)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사랑과 총을 연상시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940년대 할리우드 필름 누아르를 재해석했다.
필립 말로를 탄생시킨 하드보일드 작가 레이먼드 챈들러에게 보내는 헌사로도 볼 수 있다. 최근작 <나이스 가이즈>에서도 셰인 블랙의 재능은 여전히 빛난다. 버디 무비 만드는 능력은 지구 최고다.
8 브릭 (2005) l 감독 라이언 존슨
2017년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8편을 맡은 라이언 존슨의 데뷔작은 떡잎부터 남달랐다. <브릭>은 여자친구가 죽자 범인을 찾기 위해 사건을 추적해가는 브렌든(조셉 고든 레빗)의 이야기다.
<멍하고 혼돈스러운>(1993) 같은 하이틴물의 외형을 지녔지만, 그 안에는 짙은 어둠의 세계가 존재한다. 느슨한 구조로 고전 누아르를 변주했다. ‘조 토끼’의 리즈 시절을 원한다면 필수다.9 미션 임파서블 3 (2006) l 감독 J.J. 에이브럼스
오우삼 감독의 2편으로 잠시 주춤했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새롭게 살려낸 것은 전적으로 J.J. 에이브럼스의 힘이었다.
미드 <앨리어스>와 <로스트> 시리즈로 ‘떡밥의 제왕’으로 군림한 에이브럼스는 영화 데뷔작으로 능력을 입증했다. 치밀한 두뇌 싸움과 액션을 조화시켜 스릴을 극대화했고, 불멸의 악당 캐릭터 오웬(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존재감까지 모든 것을 갖춘 수작이었다.
10 더 문 (2009) l 감독 던컨 존스
최근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2016)이 아쉽게도 미약한 시작을 알렸으나, 던컨 존스의 데뷔작 <더 문>은 정말 놀라웠다. 영화는 달의 자원 채굴 기지에서 홀로 일하는 샘(샘 록웰)을 보여준다.
삭막한 달과 샘 그리고 SF적 상상력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즉 이 저예산 SF는 스펙터클이나 사이즈가 성공 조건이 아님을 보여줬다. 지구로 귀환하고 싶은 샘의 고통과 혼란이 관객에게 생생히 전달된다.
Must See
카페 소사이어티
감독 우디 앨런 | 출연 제시 아이젠버그, 크리스틴 스튜어트 | 개봉 9월 14일
우디 앨런의 신작이다. 제시 아이젠버그는 다시 우디 앨런의 부름에 응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도 합류했다. 배경은 1930년대 할리우드다. 현재 할리우드 젊은이를 1930년대 할리우드로 데려갔다. 설정이 빚어낸 화학 작용이 궁금해진다.밀정
감독 김지운 | 출연 송강호, 공유 | 개봉 9월 7일
<암살>에서 촉발된 의혈단 이야기가 <밀정>에서 다시 등장한다. 대신 프레임을 좁힌다.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과 의혈단 리더의 심리 게임이 주다. 서로 정체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상대하는 와중에 생기는 긴장감이 영화의 완성도를 좌우한다.
다음 침공은 어디?
감독 마이클 무어 | 출연 마이클 무어 | 개봉 9월 8일
마이클 무어가 움직였다. 이번에는 미국 사회 전반을 비판한다. 단지 다른 나라의 장점을 카메라에 담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누군가에겐 천국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단지 다른 나라일 뿐이다. 지구촌이란 말이 익숙해 더 비판적이다.벤허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 출연 잭 휴스턴, 모건 프리먼 | 개봉 9월
영화 퀴즈에 종종 나오는 ‘전차 경주’의 그 <벤허>다. 할리우드가 잘하는 리메이크작이다. 감각적인 비주얼로 액션 영화 찍어온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중책을 맡았다. <원티드> 같은 액션은 볼 수 없을 거다. 시대가 바뀌어도 원작 무게가 여전히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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