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가렛 하우웰의 머플러
마가렛 하우웰의 컬렉션을 보고 있으면 남는 게 많다. 자극적인 음악이나 무대 장식, 새로운 디자인, 현란한 스타일링을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현실적인 교감 같은 거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입는 옷과 마가렛 하우웰의 옷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범위 안에서 색감의 조화, 넉넉함의 정도, 금방이라도 따라 할 수 있는 스타일링 등이 머릿속에 남는다.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건진 건 바로 머플러 스타일링이다. 니트 위에 아무렇게나 돌돌 말아 묶은 것이며, 코트나 재킷 안으로 살짝 어긋나게 걸친 것도 좋았다. 지금 당장 따라 하고 싶을 정도로.
2 구찌의 스누피 슬리브리스
패션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안고 매 시즌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는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
그가 만드는 판타지적인 옷들은 아직까지 보수적 성향이 강한 남성복 시장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그동안 남성복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고, 구찌 브랜드를 트렌드의 최전선으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일례로 컬렉션 중간중간 등장한 다소 엉뚱했던 스누피 슬리브리스는 컬렉션이 끝나자마자 예약 주문이 쇄도했을 정도로 큰 인기였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 마다 입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라는 것.
3 프라다의 키홀더
선상을 연상시키는 무대 위에 머린 룩으로 컬렉션을 가득 채운 프라다. 자칫 뻔해 보일 수 있는 머린 룩을 시대적 특성이 묻어나는 과거의 옷에 독창적인 스타일링을 더해 새롭게 탄생시켰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한 가지 테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주는 장치, 키홀더다. 선원처럼 모델들의 허리춤에 주렁주렁 걸었는데, 그 안에는 보물 상자를 열어야 할 것 같은 큼지막한 열쇠와 손바닥보다 작은 수첩, 가죽 끈 등이 달려 있다.
이 스타일링은 비단 이번 프라다 컬렉션에서만 유효한 것은 아니다. 두고 보라. 허리춤에 무언가를 다는 스타일링은 다가올 가을·겨울 시즌에 계속 등장할 테니까.
4 발렌시아가 스웨트 팬츠
발렌시아가가 베트멍의 수장, 뎀나 즈바살리아를 영입한 후 맞이하는 첫 번째 컬렉션이다.
지금까지 그랬듯 런웨이 대신 룩북 형태로 공개했는데, 벌써부터 반응이 뜨겁다.
그는 일상적인 옷을 비범해 보이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한데, 그 특기는 발렌시아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들 수 있는 것이 스웨트 팬츠다.
동네 꼬마가 장난치듯 바지를 추어올려 입은 듯한 스타일링, 소재와 색감의 극대비 등 단순하지만 생경한 룩이다.
다소 기괴해 보일 여지도 있지만 기존 베트멍에 비하면 이 룩이 얼마나 정제되고 대중적인지를 알 수 있을 거다.
5 코치의 시어링 재킷
가죽 액세서리 전문이던 코치가 몇 시즌 전부터 의상으로 감동을 주기 시작했다.
태생 때문인지 옷에도 양질의 가죽이 자주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눈을 사로잡는 건 부분 혹은 전체에 사용된 양털 소재다. 양털은 F/W 시즌이 되면 남성복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아이템이지만 이번 코치 컬렉션만큼 탐나는 양털 옷이 많이 등장한 것은 드물었다.
특히 양털 색을 다양하게 사용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유의 포근한 질감 때문에 색을 과감하게 써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을 발판 삼아 코치가 트렌드를 좌지우지하는 당당한 패션 하우스로 거듭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6 마르니의 셔츠
마르니는 이번 시즌 꽤 흥미로운 디자인의 셔츠를 내놓았다.
입는 방법부터 특이한데, 마치 의사가 수술복을 걸칠 때와 비슷하다. 뒤판이 트여 있고 목 부분에서 매듭을 묶는 방식이다.
다행히 셔츠를 이중으로 입기 때문에 맨살이 드러나지 않는다.
기존 여성복에 자주 등장한, 앞뒤가 바뀐 셔츠 디자인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훨씬 완성도 높고 아름답다.
남성복에서 ‘아름답다’란 표현이 거슬리긴 하지만 소년 감성을 자극하는 마르니 아니던가. 굵직한 아우터가 지배하는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이 셔츠의 존재감은 명료하다.
Six Shoes 2016 F/W 시즌을 활보할 시선 강탈 슈즈 6.
1 벨루티
타투이스트 ‘스콧 캠벨’과 협업해 만든 슈즈다. 벨루티가 이렇게 파격적이고 급격하게 변화를 시도할 줄이야. 그래도 둘의 궁합이 꽤 근사하다.
2 펜디
구찌가 이미 같은 디자인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긴 했지만 펜디가 만드니 느낌이 또 다르다. 구찌보다 좀 더 상냥하고 부드럽다고 해야 할까?
3 겐조
우리가 디자이너 스니커즈에 기대하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독창성, 발랄함, 입체감까지.
4 랑방
디자이너 스니커즈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랑방. 컬러 래커를 흩뿌린 듯한 스니커즈가 예전만큼 신선하게 다가온다.
5 릭 오웬스
이번에도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협업한 릭 오웬스. 슈퍼스타 모델에서 아웃핏을 과장되게 디자인했다. 이걸 ‘점보스타’라 불러야 하나?
6 발렌티노
발렌티노의 스터드 장식이 이제 지겨워질 때도 됐지만 이 로퍼를 보고 있자면 다시 구매욕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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