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ENSE
조기석(아티스트/‘쿠시코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백 개가 넘는 브랜드를 취급하는 온라인 편집매장이다. 생 로랑, 지방시, 고샤 루브친스키, 톰 브라운, 베트멍, 후드 바이 에어, 아크네 스튜디오, 발렌티노 등 굵직굵직하고 트렌디한 브랜드를 주로 선보이므로 이곳을 한번 훑으면 트렌드를 꿸 수 있을 정도다.
좋은 옷들도 무척 많지만 내가 이 사이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자체 인터뷰나 화보 등 알찬 패션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레이아웃이나 사진 퀄리티가 훌륭해서 그걸 보고 싶어서라도 정기적으로 체크한다. 한 단계 발전한 웹 편집매장의 예가 아닐까 싶다.
Web ssense.com
IDEA
고동휘(<아레나> 패션 에디터)
아이디어는 패션을 기반으로 한 희귀한 아트 북이라든지 급진적 성향의 잡지들, 그리고 자체적으로 만든 간단한 물건들을 파는 서점이다. 동시에 서점이 아니기도 하다. 고샤 루브친스키, 슈프림, 베트멍 등 보통 까다롭지 않은 브랜드와 돈독하고, 알레스데어 맥렐런 등 사진가의 사인회를 열기도 하는 일종의 커뮤니티다.
책과 물건은 온라인으로 순식간에 구입할 수 있지만, 아이디어가 런던과 뉴욕의 도버 스트리트 마켓, 파리 꼼 데 가르송 매장에 구성한 작은 공간에선 희한한 그 책들을 ‘영접’하는 건 대수도 아니다. 아카이브의 질을 따지자면, 난 여태껏 이런 곳을 본 적이 없다.
Web ideanow.online
P.B.A.B.
홍석우(
신사동과 논현동의 경계, 조용한 골목에 편집매장 ‘P.B.A.B.’가 있다. 주인인 이지연 디렉터와는 그가 다른 편집매장 바이어였을 무렵부터 친분이 있다. 이곳에서 소개하는 옷들은 요즘 주류 패션계 흐름과는 다르다. 앞다투어 강렬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옷들이 아니라, 평범한 남자 옷장에 한두 벌 넣어도 별반 티가 나지 않는 종류가 많다.
슬리피 존스의 파자마 셔츠, 템베아의 단단한 캔버스 토트백, 레이디 화이트 컴퍼니의 단정한 반소매 티셔츠 같은 것들이다. 질릴 일이 없는 옷. 아, 얼마 전 웹사이트도 깔끔하게 개편했으니 한번 꼭 들어가보시기를!
Add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158길 26 1층
Web www.pbab.co.kr
The General Store
진경모(편집매장 ‘플롯’ 대표)
3년 전, 가게를 준비하면서 LA에 갔다. 여유 있고, 자유로워 보이는 미국 서부의 생활 방식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당시 제너럴 스토어를 알게 됐다. 내가 독점으로 바잉하던 브랜드 엠니(M.nii)의 디자이너 존 무어가 한나 헨더슨이라는 여성과 공동으로 운영하는 가게다.
그곳엔 꾸며낸 라이프스타일이 없다. 쓸모없어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 비싸 보이지만 비싸지 않은 것, 비싸더라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물건이 많다. 곁에 와서 설을 늘어놓는 점원도 없고, 손님이 사진을 찍든 물건을 만져보든 그저 내버려둔다. 생각해보니 난 의자도 커피도 없는 그곳에서 한 시간을 넘게 보냈다. 흔치 않은 일이다.
Add 1801 Lincoln Blvd, Venice, CA 90291
Web shop-generalstore.com
Post Poetics
한영훈(‘한영후운’ 디자이너)
한 도시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여행을 좋아한다. 나름 단골가게를 정하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다. 카페나 레스토랑도 가지만 아트 북을 주로 파는 작은 서점엔 꼭 들른다. 피렌체의 B&M 북숍, 베를린의 문도 아출(어린이책 서점), 두 유 리드 미, 도쿄의 위트레흐트, 시부야 북 셀러스 같은 곳들이다.
서울에서는 포스트 포에틱스가 그런 곳이다. 모든 서적에는 견본이 있고, 그 안엔 책과 작가의 설명을 훌륭한 문장으로 쓴 안내서가 있다. 아주 친절한 응대를 원한다면 조금 불편할 수 있다. 차분한 사장님은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용히 원하는 책들을 (구매하지 않아도) 마음껏 읽어보고 나올 수 있으니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다. 바로 옆은 프라이탁 매장이고, 위층은 밀리미터 밀리그램, 그 위층은 디앤디파트먼트 서울, 하나 더 올라가면 그라픽 플라스틱과 앤트러사이트 커피가 있는 건물. 이곳에서의 한나절은 금방이다.
Add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0 B3층
Web shop.postpoetics.kr
Graphpaper
원덕현(‘블랭코프’ 디자이너/ ‘슬로우 스테디 클럽’ 대표)
2015년에 생긴 일본의 편집매장이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디스플레이 방식이다. 들어가기 망설여질 정도로 미니멀한 외관에 내부는 마치 갤러리 같다. 큼지막한 블랙 캔버스가 작품처럼 걸려 있기 때문.
물건은 바로 그 캔버스 안에 숨어 있다. 블랙 캔버스를 서랍처럼 열면 재킷이 걸려 있거나 가방이 진열되어 있는 식이다. 가게를 구상한 다카유키 미나미의 의도가 바로 그것이다. 아주 말끔한 아트 갤러리처럼 보이는 패션 매장. 때론 매장의 장식이나 인테리어가 시각적인 공해처럼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그래프페이퍼는 돋보이는 편집매장이다.
아디다스×라프 시몬스 컬렉션, 엔할리우드, 화이트 마운티니어링, 차콜리, 스칸디나비안 빈티지 등 패션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다양한 물건을 소개한다. 품질 좋은 물건도 물건이지만 이곳의 디스플레이 방식은 상품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도쿄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들러보길 권한다.
Add 1A/2D Kari Mansion, 5-36-6, Jingumae, Shibuya-ku, Tokyo
Web graphpaper-tok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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