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한 밀리터리
이번 시즌 런던 컬렉션에서 선보이는 밀리터리는 정제된 맛이 강하다.
각 브랜드는 고유의 정체성에 맞는 다양한 밀리터리 룩을 선보이며, 강인하고 남성적인 면모를 강조하기보다 적절한 요소만 잘 골라내 담백하게 해석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기앤샘은 밋밋한 카키색 옷을 겹겹이 레이어링하고, 우의를 연상시키는 아우터를 더했다.
버버리와 알렉산더 맥퀸 컬렉션에선 어깨 견장과 금색 단추, 빨간색 파이핑으로 장식한 날렵한 코트가 등장했다.
제임스 롱은 거친 붓 터치로 카무플라주 무늬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낭만의 1980’s
이타우츠의 패트릭 그랜트는 우연히 1980년대를 테마로 연출한 파티에서, 과거의 향수에 심취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번 시즌은 1980년대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여유로운 실루엣의 자연스러운 멋뿐 아니라 몸의 편안함까지 빼놓지 않았다. 이타우츠에는 부드럽고 둥근 어깨선, 허릿단을 높인 통이 넉넉한 팬츠, 흐느적대는 코트가 주를 이룬다. 헤어스타일 스카프는 목에 감아 짧게 매듭지었다.
마가렛 하우웰도 흡사하다. 둥글고 단정한 실루엣에 짧게 감아 맨 스카프가 줄기차게 등장했다. 이외에도 시즌 전반에 걸쳐 1980년대 무드는 곳곳에 드러났다.남성적인 퍼 코트
아직까지 온통 퍼로 뒤덮인 코트를 입은 남자들을 칭송할 순 없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코트일수록 그 거북함은 배가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런던 컬렉션에선 남자를 위한 퍼 코트의 적절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우아한 기교는 몽땅 덜어내고 투박하면서 털이 복슬복슬한 아우터가 한가득.
대형 테디 베어를 뒤집어쓴 것 같은 코치의 퍼 코트, 손바닥만 한 퍼 조각들을 거침없이 패치워크한 샌더 주의 코트 등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대담한 트랙 수트
집업 형태 트랙 수트를 중심으로 빈티지한 스포츠웨어와 클래식 웨어의 대담한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던 모든 라인을 하나의 이름으로 통합한 버버리의 첫 번째 컬렉션은 전형적인 복고풍 집업 트랙 재킷과 상징적인 트렌치코트, 더플 코트를 활용한 룩이 핵심이었다.
샌더 주 역시 소매가 긴 후드 티셔츠를 뒤집어쓰고, 트렌치코트를 단정하게 동여맸다. 벨벳의 트랙 수트를 비롯한 대부분 룩에 발끝이 날카로운 첼시 부츠를 매치해 예스러움이 가득 묻어나는 절묘한 레이어링을 선보였다.방탕한 유스 컬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창창했던 젊은 날, 방탕하고 거리낌 없었던 10대 시절의 향연이었다.
껄렁하게 뒤로 넘긴 머리에 총천연색 옷을 요란하게 겹쳐 입은 제임스 롱, 모스키노, 또 무성의한 곱슬머리에 헐렁한 옷차림의 루달튼, 톱맨 디자인 등 다수 컬렉션들이 창창했던 그 시절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색색의 양말이 돋보이는 작달막한 바짓단, 날카롭게 세운 상의 칼라, 허리에 묶은 셔츠, 반짝이는 시퀸이나 비닐 소재 등 절묘하고 과감한 요소들로 구석구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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