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추자현의 비상
드라마 <카이스트> 속 털털한 톰보이는 온데간데없고, 천상 여자 추자현이 카메라 앞에 서 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을 옭아맨 것들에서 벗어나려 부단히도 애썼건만, 정작 그녀를 놓아버린 건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유일한 영화인 <사생결단> 때문이었다. “안 할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대한민국 여자배우 중 황정민, 류승범과 영화 찍자는데 거절할 여배우가 있을까요?”그녀는 말한다. “아무도 저의 진정한 모습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저는 그저 털털한 선머슴 추자현, 그냥 여기저기 드라마나 시트콤에 나오는 탤런트 중 한 명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단 한 편의 영화로 벌써 4개의 신인상과 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레드 카펫은 저와는 별개의 얘기였어요. <사생결단>을 찍기 전까지 3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어요. 마땅히 들어온 작품도 없었고.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얼떨떨하기도 하고 정신이 없어요. 모든 것이 갑작스러워요.” 대한민국 영화대상 워스트 드레서 선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제가 진영 언니나 혜수 언니처럼 스타일을 하고 나타나면 재미없지 않을까요? 특이한 걸 해보자고 제가 제안했어요”라고 말하는 그녀. “전 태생부터가 조인성 씨나 전지현 씨 같은 사람들과는 다른 것 같아요. 그들은 스타가 되기 위해 조물주가 작정하고 아름답게 만든 게 분명해요.” 아직까지 배우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고, 하나 둘 늘어나는 시놉시스가 실감나지 않는다는 그녀는 영화 한 편에 뭐가 그리 달라졌겠냐며 손사래를 친다. 조근거리는 말투와 여성스러운 몸짓을 직접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그녀는 아름다웠다. 심사숙고 끝에 고른 새로운 작품에서 추자현은 분명 높이 뛰어오를 것이다. <아레나>가 보장한다.
Photography 이준용
02. 손태영의 오기
그녀가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된 건 다름 아닌 스캔들 때문이었다. 그 후 이어지는 성형 파문. 여배우로서 치명적인 사건들은 그녀의 발을 묶어놓았다. 사람들의 눈과 귀는 그 뒤에 꽁꽁 닫혀버렸다. 하지만 캔디처럼 씩씩한 그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랑스러운 손태영은 그런 사람들의 편견에 신경 쓰지 않는 강한 여자였다. “상처를 안 받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이제야 연기하는 게 재미있어졌어요. 전엔 하고 싶은 게 있었다기보다 신기했죠. 제가 연기자를 한다는 게.” 꽃다운 스무 살에 미스코리아로 입상한 후 7년이 훌쩍 지났다. 그녀가 그동안 잊지 않은 게 있다면 가식 없는 환한 미소. “넌 왜 연기를 국어책 읽는 것처럼 하느냐는 말에 진짜 국어책을 읽어봤어요. 다르던데…. 왜들 그러는지.” 그러면서 또 까르르 웃는다. 새침떼기에 내숭을 떨 것만 같은데 정반대의 이미지로 허를 찌른다. “사극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어요. 힘들지만 재밌어요. 다들 저한테 웬 사극이냐고 했죠. 안 어울린다고 말이에요. 기회도 주지 않고 못할 거라면서”. 올봄 개봉할 영화 <경의선>과 케이블 TV 드라마 <프리즈>, 그리고 지금의 <연개소문>까지 종횡무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는 그녀. “제겐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라는 거 알아요. 실수를 눈감아주기엔 어린 나이도 아니잖아요. 연기라는 거, 어디 한번 끝까지 해봐야겠다는 오기가 생겨요.”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앞으로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고 격려해주는 것뿐이다.
Photography 김보하
03. 예지원의 반전
사실 그녀와의 촬영이 시작부터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섹시’ 콘셉트를 위해 준비한 옷들은 애시당초 거절당했고, “굳이 노출이 있어야 섹시한 거냐”는 반문에 어물쩡거리고 말았다. 막연하게 ‘섹시’라는 콘셉트와 어느 수위까지는 노출도 가능할 거라는 확신이 보기 좋게 깨지는 순간이었다. 코믹하고 엉뚱한 미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당황할 새도 없이 슛이 들어가고 그녀는 자신의 몸뚱이를 남자 수트 안에 감춘 채 카메라를 응시한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찍으면서 서른을 겪었어요. 감수성이 예민한 편인데, 처음 몇 달은 얼마나 우울했는지 몰라요” 하고 털어놓는다. 여자에게 있어 잊고 싶지만 잊혀지지 않는 것이 바로 나이 아닌가. “미자는 지금까지 해온 역할 중에서 저랑 가장 많이 닮았어요.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오늘도 마음속으로 판타지를 꿈꾸며 살아가거든요” 예지원이라는 배우가 사람들에게 각인된 건 분명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 덕분이다. 엽기발랄한 노처녀의 좌충우돌 캐릭터는 여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고, 남자들은 엉뚱하지만 귀여워 예지원에 대한 재발견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니까. 그 작품의 극장판에 출연하면서 데뷔 10년차답게 A4 한 페이지는 족히 넘을 필모그래피를 갖게 된 그녀. “항상 죽기살기로 해요. 뭐든지. 모자라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한다는 게 가장 어렵잖아요.”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예민했던 신경도 느슨해지면서 무용을 전공한 사람답게 예사롭지 않은 포즈를 선보인다. “지PD 같은 남자가 현실에 있다면 연하라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라며 지극히 개인적인 마음이 개입된 쇼타 콤플렉스를 내비치는 그녀.
역시 엉뚱하다. 2% 부족한 느낌, 그래서 더욱 애정이 가는 예지원이다.
Photography 김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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