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워크 서프보드
요즘 캘리포니아 베니스 해변을 그리며 열심히 스케이트보딩을 연습한다. 정확히 말하면, 땅에서 서핑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사이드워크 서핑이다. 과거 서퍼들이 파도가 없을 때 혹은 서핑 포인트로 이동할 때 길 위에서 보드를 탔는데, 그것이 원초적 형태의 스케이트보드라 할 수 있다.
주로 맨발로 타기 때문에 그립 테이프도 없고, 적당한 두께의 나무판을 바퀴 위에 올린 듯한 형태다. 사타에서 만든 보드는 24인치로 휴대하기에 나쁘지 않고, 휠도 커서 요철이 있는 길에서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손으로 깎아 만든 나무 데크 역시 멋스럽다.
리네커 데이크스트라(Rineke Dijkstra)의 사진들
최근 수영장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할 기회가 있었다. 작업 준비를 위해 이미지를 찾던 중 사진가 리네커 데이크스트라를 알게 되었다. 흥미로워서 그녀의 다른 작업들을 찾아봤더니, 내가 여름 이미지를 찾을 때마다 항상 눈에 띈 사진들이었다.
네덜란드 태생인 리네커 데이크스트라는 다큐멘터리 사진가에 가깝다. 가장 유명한 건 해변에서 찍은 청춘들의 초상이다. 수영복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담백하게 선 10대들, 대부분이 그녀가 1992년에서 1994년 사이에 작업한 것이다. 약 20년 전 사진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다.
뻔하지 않은 비치 타월
바다를 좋아하지만 물은 그다지. 바다에 가면 물에 잠깐 몸을 담근 뒤 얼른 드러누울 궁리만 하니까. 두 번쯤 몸을 굴러도 모래에 닿지 않을 거대한 비치 타월을 가져간다.
무얼 읽건 마시건 몸을 태우건 온전하게 완벽한 공간. 이왕이면 평소에 잘 사지 않을 것으로 구입한다. 요란한 문구가 쓰였거나 색이 유난스럽거나 때론 유치하고 방탕할 수도 있는 것으로. 결국 퍼킹 어썸의 비치 타월을 집어 들 수밖에 없었다.
멋스러운 샌들
아무 생각 없이 슬리퍼를 신고 바다에 간 적이 있다. 신나게 놀다 아차 하는 사이, 파도에 신발이 벗겨져 떠내려갔다. 다행히 다시 찾긴 했지만 이후 바다에 갈 때는 무조건 샌들을 챙긴다. 튼튼하고 실용적인 걸 주로 신는데, 요즘 예쁜 아웃도어용 샌들의 주가가 오르면서 덩달아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기분 좋은 일이다. 젖어도 금방 마르고 스타일까지 챙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몸매가 평범한 남자는 해변에서 자신을 표현할 장신구가 한정적이다. 멋진 샌들이라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프랭크 자파의
‘바다’란 주제를 들었을 때 이 앨범이 떠올랐다. 노을 진 바닷가에서 맥주 한 병 홀짝이며 이 앨범을 듣는다고 생각하니 황홀하다. 프랭크 자파는 단순한 록 뮤지션이 아니다. 작곡가, 지휘자, 정치가(대선에도 출마하려 했었다), 영화감독, 평론가, 연극인 등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너무도 다양하다.
비틀스에게 영향을 주었을 정도니 ‘천재’라는 호칭 역시 어색하지 않다. 프랭크 자파는 이 앨범을 대충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들어보면 어떤 록 음반에서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사운드로 가득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몇 번을 들어도 내게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음악처럼 새롭고 신선하다. 잭 브루스, 조지 듀크, 장 뤽 폰티 등 어마어마한 세션이 참여한 앨범이기도 하다.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CD나 LP로 구해 들어보길 강권한다.
가벼운 여행 가방
얼마 전 4박 5일 일정으로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크고 무거운 트렁크는 부담스러웠고, 가벼운 배낭은 또 애매했다. 그 간극을 메워준 가방이 바로 이거다.
일본 편집매장 빔스와 잘 만든 단단한 가방으로 유명한 포터가 손잡고 만든 브랜드 겸 매장, 비 지루시 요시다(B JIRUSHI YOSHIDA)에서 산 주말 여행용 가방. 짧은 바다 여행에도 딱 알맞다. 짙은 남색에 회색 손잡이를 단 이 원통형 가방은 먼저 튼튼하다. 바다와 산, 도심, 그 어디서든 흠집이나 모래 먼지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행을 목적으로 만든 가방이라 방수 기능도 있고, 짐도 제법 많이 들어간다. 물론 ‘포터’답게 영리한 수납공간도 갖추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그윽하게 가방을 보고 있자니 다시금 어디든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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