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공작소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 428-1 1층
문의 070-7517-6961
웹사이트 blog.naver.com/studiozemi
문래예술창작촌에 위치한 재미공작소는 이름 그대로 재미있는 일을 부지런히 제조해낸다. 이곳 달력은 슈퍼스타의 일정표 못지않게 빽빽하다. “오늘 저녁에는 워크숍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신모래와 함께하는 <작은 그림 그리기> 수업이다.” 주말에는 공연을 열고 한 달에 2회 정도 강독회를 한다. 1주일에 2~3일쯤은 각종 워크숍을 진행하고, 올해부터 시작한 ‘팝업숍’은 한 달에 한 번씩 연다. 재미공작소의 두 대표, 이세미와 이재림은 자신들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이들을 위해 팝업숍을 시작했다. 경계를 확장하기 위해 새로 만든 판이다.
“팝업숍은 전시의 확장판이다. 팝업숍을 열기 전에는 전시만 했다. 그런데 전시라는 이름에 묶이니 시각 예술로 수렴되는 작가와만 작업할 수 있더라. 그러기에는 우리가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았다. 커뮤니티, 브랜드, 스튜디오 등 대상에 상관없이 손잡고 뭔가를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미공작소를 이끄는 두 사람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5년 전, ‘코워킹 스페이스’ 개념의 작업실을 상수동에 연 것이 재미공작소의 시작이었다. 3년 전, 상수동에서 문래동으로 재미공작소를 옮겨오면서 이들은 공간을 대부분 비워냈다. 재미있는 일을 기획하고 담는 데 주력하기 위해서다. 재미공작소에서는 많은 사건이 일어난다. 시인 김승일, 황인찬과 함께하는 시 창작 워크숍, 만화가 김정연과 함께하는 만화 그리기 등 흥미로운 주제가 빼곡하다.
만화, 그림, 시, 소설,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재기 발랄한 화두를 던지며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프로그램에 따라 공작소를 찾는 사람들이 갈린다. “공연 관람을 위해 찾은 사람들은 재미공작소를 공연장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워크숍에만 참여한 사람들은 이곳을 교실처럼 여기기도 한다.” 누군가의 필요나 취향, 흥미에 따라 재미공작소는 다양한 바탕이 되어주는 것이다. “좋은 공연, 강독회, 워크숍을 마치고 재미공작소 문을 닫고 집으로 향할 때면 뿌듯함이 밀려온다. 재미공작소를 열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매달 여러 번 온다. 우리가 뭔가를 해서는 아니다.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너무 열심히 해줬기 때문이고, 서울의 어떤 창작자나 이슈에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세미와 이재림은 지금 서울 사람들이 목말라하는, 궁금해하는 주제를 찾기 위해 언제나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핀다.
동시에 친목이나 커뮤니티를 결성하는 폐쇄적 분위기는 지양한다. 언제나 누구나 자유롭게 유입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우린 그걸 ‘친목질’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바라는 방향이 전혀 아니다. 그렇게 될까봐 공식적으로는 워크숍이든 공연이든 끝난 뒤에도 뒤풀이를 하지 않는다.” 때때로 공작소에는 재미를 넘은 감동의 순간이 번쩍이기도 한다. “뮤지션 퓨어킴과 함께 자작곡 워크숍을 오랫동안 진행했다. 에니어그램 테스트를 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각자 자작곡을 만들어 공연했는데, 무척 감동적이었다. 모두 쉽게 하기 힘든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풀어놓더라.
그 반짝거리는 순간을 여럿이 함께 느끼며 앉아 있다는 것 자체로 아름다웠다.” 두 대표는 이 공간을 운영해 돈을 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 돈이 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언제 갑자기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꼭 내일이 없는 것처럼,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재미공작소에 미친 듯이 풀어놓는다. “‘짜치게 하지 말고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 재미공작소의 모토다.”
서울 오감도
주소 서울시 종로구 옥인길 82 옥인연립
문의 poet211@naver.com
트위터 @akffl
서울 오감도(이하 오감도)는 실험 서점이다. 운영자 홍수영은 1년 넘게 오감도를 열어오면서 책과 장소와 사람이 이어지는 지도를 실험적으로 그리고 있다. 인왕산 수성동 계곡 초입에 위치한 3층짜리 옥인연립 꼭대기층을 터전으로 삼았다. 자신의 집을 그대로 실험 서점이자 묵독과 낭독회 공간으로 쓴다. 홍수영은 이렇게 말한다. “무질서하게 놓인 책 몇 권이 있는 서점, 불규칙적으로 여는 시간의 불편함, 찾기 힘들고 안이 보이지 않는 입구. 서울 오감도는 그런 곳이다. 이런 곳까지 와서 문 두드리는 사람과 외상을 환영한다.”
홍수영은 책과 사람이 만나는 ‘사건’을 일으키고 싶었다. 그리하여 오감도에서는 보름달이 뜨는 밤, ‘정원과 서재’라는 이름의 ‘슬로리딩클럽’이 열린다. 묵독과 낭독회다. “바쁜 세상이니까.” 홍수영은 독서를 위한 틈을 일부러 만들었으면 했다. ‘정원과 서재’는 좋아하는 책을 각자 가져와 1시간가량 천천히 묵독한 뒤, 서로 책의 한 부분을 짧게 낭독해주고 인왕산 옆길에 난 산책로를 따라 가볍게 걸으며 달을 구경하는 시간이다. 보름밤에 하는 이유는 잠시 쉬어가자는 뜻이다. 우리는 보름달이 언제 뜨는지 잘 모른 채 지날 때가 많고, 음력 날짜는 거의 잊고 사니까. “그렇게 일시적으로 결속되어보는 것이다. 묵독과 낭독의 밤은 계속적인 연대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 고정적이지도 않다. 최대한 가뿐하고, 오롯한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달콤한 작업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39-4 1층
문의 lena_choi@naver.com
웹사이트 blog.naver.com/lena_choi
건축가 정구원과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최예선이 운영하는 연남동의 작은 작업실. 몇 해 전, 두 사람이 이곳에 작업실을 열 때부터 누구나 선생이 되고 누구나 학생이 되어 깊게 소통하는 장이 되어왔다. 테이블과 아일랜드 식탁, 책꽂이 등 작업실을 가로지르는 가구는 모두 75cm 높이다. 완전히 열려 있다. “주로 문화, 예술 관련 아카데미를 연다. 우리는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 모두를 ‘친구들’이라 부른다. 나이도 하는 일도 관심 분야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만.” 출판사 에디터, 번역가, 미래의 작가, 회사원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작업실의 ‘친구들’은 적당한 탄성을 지닌 작은 연대다. 작은 공간에서 가깝게 소통하고 느끼는 시간을 바라는 사람들이다. 정구원과 최예선은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지금의 작업실은 그 시절부터 오랫동안 두 사람이 꿈꾸던 것을 이뤄가는 공간이다. “우리가 있는 장소에 사람들이 와서 뭔가를 쏟아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오래, 깊게 나누다 보면 우리 나름대로의 색채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것이다.” 작업실 친구들은 다양한 주제로 진행하는 아카데미에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소설가와 함께 연애 소설만 읽으려고 모이고, 미술 복원가와 함께 복원에 대한 공부를 하기도 한다. 거문고를 배워보기도 하고, 막걸리 혹은 위스키 애호가와 함께 테이스팅을 하기도 한다. 때로 김연수, 김숨 등의 유명 소설가가 작업실 선생이 되는 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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