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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 명민좌

배우에겐 위치가 있다. 지금 해낼 수 있는 역량일 수도 있다. 그 좌표는 각기 다르다. 모두 한곳을 보고 전력 질주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자기만의 빛을 내는 지점을 찾아간다. 김명민은 어디쯤 있을까? 명민좌로 불리는 그의 좌표는 꽤 뚜렷했다.

UpdatedOn June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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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재킷과 팬츠는 모두 김서룡 옴므, 흰색 셔츠는 앤 드뮐미스터 by 10 꼬르소 꼬모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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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하나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 이번 영화를 결정할 때는 어떤 요소가 작용했나?
많은 시나리오를 받는 건 아니라서, 하하. 일단 한국에서 영화를 촬영할 때 흥행 공식에 따라야 한다는 법칙 같은 게 있다. 난 그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인 거 같다. 일부러 그 노선을 안 타는 건 아니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 아무리 옆에서 흥행이니 상업성을 얘기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한다.

도전을 즐긴다는 뜻인가?
그런 점도 있고, 무엇보다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면 일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어떻게 보면 이치에 밝지 않은 편이다. 흐름을 잘 타고 가다가도 시나리오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면 우선 성취감을 본다. 물론 이번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도 다 갖춘 영화긴 하다. 단지 상업적이라는 점 하나만으로 고르진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집중해서 보는 게 있나? 한 요소에 꽂혀 다른 건 보지 못할 정도라든지?
이야기가 작위적이지 않은 걸 좋아한다.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인생 이야기라면 정말 감동적으로 흐르는 걸 좋아한다. 이번 영화에선 본의 아니게 편지 한 통을 받은 후 옛 감정과 얽혀 수사를 맡게 된다. 단순히 한 사람을 구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과정, 설정 자체가 재밌었다. 수사 과정이 작위적이지 이야기가 작위적이지 않은 걸 좋아한다.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인생 이야기라면 정말 감동적으로 흐르는 걸 좋아한다. 이번 영화에선 본의 아니게 편지 한 통을 받은 후 옛 감정과 얽혀 수사를 맡게 된다. 단순히 한 사람을 구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과정, 설정 자체가 재밌었다. 수사 과정이 작위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 속 인물이 다 살아 있고 개성 있다. 웃기거나 울리는 부분도 강요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상업 영화를 표방하면서도, 한편으론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아 좀 독특했다.
 

흰색 니트는 지.스트리트 494 옴므 by 갤러리아 웨스트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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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도전하고픈 인물에 재미를 많이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전체적인 걸 더 본다.
물론 내가 연기할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지 않으면 못하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원맨쇼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도전하는 역할이 많이 오긴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이건 김명민 씨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하는 작품들이 주로 들어온다. 그 말이 칭찬처럼 들리는데, 한편으론 나쁘게도 들린다, 하하. 장단점이 있다.

더할 나위 없이 칭찬으로 들리는데….
남자 배우가 진짜 많잖나. 연기 잘하는 분들도 너무 많고. 그런 말을 들으면 다들 고생스러워서 안 한다고 그랬나? 이런 생각이 든다, 하하하. 난 아직까지 그렇게 약지는 않다. 어떤 배우는 시나리오 읽으면서 겨울에 물에 빠지면 추워서 안 되고, 액션 신만 쭉 나오면 힘들고 팔 부러지면 어떡하느냐며 안 된다고 하고, 하하. 그런 부분이 보인다고 하는데, 난 아직까지 그렇진 않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이건 내가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나서 두 번째로 읽을 때에야 물에 빠지고 고생하는 장면이 보인다. 그땐 이미 늦은 거다, 하하.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보이는 역할과 영화를 선택한다고 했는데, 이번 영화는 어땠나?
얻어간다기보다 일단 재밌어야 한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거나. 밋밋한 건 하기 싫다. 한 세 가지 요리 재료 정도가 있으면 뭐가 나올지 딱 보면 알잖나. 반면 재료가 한 열댓 가지 이상 되면, 이거 어떻게 만들지, 하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긴다. 그 안에서 녹아드는 감정의 폭이 있잖나. 노래로 따지면 도레미만으로 계속 부르는 것보다 한 옥타브 넘나드는 노래를 연습해서 부를 때 성취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보면 드라마에서 잘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영화 쪽에서 보여주려 한다고 느껴진다. 영화라는 매체의 자유도를 활용한달까?
솔직히 배우가 변신해봤자 얼마나 하겠나. 내 얼굴, 내 목소리, 내 눈빛으로 하는 건데. 그런데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변화하고 싶다. 그래서 전에 했던 것과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나중에 밑천이 다 떨어져서 못하게 될 때 다시 하더라도 지금은 좀 힘들게 도전하고 싶다. 아무래도 영화 쪽에 그런 부분이 더 있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준비할 시간도 많으니까.

<조선 명탐정> 시리즈는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한 좋은 예였다. 유머러스한 연기로 또 다른 김명민을 보여줬다.
솔직히 드라마에서는 대중이 나에게 원하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 이미지를 너무 많이 탈피하고자 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지점이 있다. 기대하는 모습과 너무 다르면 시청자는 배신감을 느낀다고 하더라. 그런 점 때문에 드라마에선 폭을 과하게 움직이지 않는 편이긴 하다. 또 그럴 수 있는 드라마가 솔직히 나한테 들어오지도 않는다. 대신 영화에서는 그런 쪽으로 많이 들어온다. 정신지체아라든가,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이라든가 골고루 들어오는 편이라서 선택할 때 재밌긴 하다. 그리고 이제 구미에 맞게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어서, 하하.

주로 드라마에서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영화에 출연할 땐 마음 자세가 달라지나?
그런 건 없다. 솔직히 두 가지 다 해내고 싶은 욕심 때문에 드라마와 영화를 병행한다. 터진다는 게 내가 원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천만 영화는 정말 하늘이 점지해주는 거다. 비록 한 해에 두세 편 나온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힘은 아니다. 다들 천만에 대한 욕망은 있겠지만, 난 그런 욕망은 없다. 나 스스로 지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시장도 크지만, 드라마 시장이 더 크기 때문에. 대우도 훨씬 좋고, 하하. 난 그냥 지금처럼 할 일을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큰 욕망은 없다.
 

흰색 리넨 소재 차이니스칼라 셔츠는 캘빈클라인 진, 흰색 리넨 소재 베스트와 팬츠는 모두 버그파블 by 10 꼬르소 꼬모, 검은색 다이얼의 실버 메탈 시계는 디올 타임피스 제품.

흰색 리넨 소재 차이니스칼라 셔츠는 캘빈클라인 진, 흰색 리넨 소재 베스트와 팬츠는 모두 버그파블 by 10 꼬르소 꼬모, 검은색 다이얼의 실버 메탈 시계는 디올 타임피스 제품.

흰색 리넨 소재 차이니스칼라 셔츠는 캘빈클라인 진, 흰색 리넨 소재 베스트와 팬츠는 모두 버그파블 by 10 꼬르소 꼬모, 검은색 다이얼의 실버 메탈 시계는 디올 타임피스 제품.

데뷔한 지 20년 됐다. 드라마와 영화 양쪽에서 자기 몫의 균형도 잘 이뤘다. 본인 말대로 잘하고 있는 거다.
경주마 같은 성향 때문에 가능한 거 같다. 무조건 앞만 보고 옆을 잘 안 돌아본다, 내가. 옆이라면 얘가 나보다 앞서가고, 혹은 뒤처진다고 해도 크게 신경 안 쓴다는 거다. 내 가장 큰 경쟁자는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뒤서거니 앞서거니 하는 점을 많이 신경 쓰더라. 그러다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안 된다. 조급증도 생기면서, 결국 자기가 하고자 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한다.

배역을 보면 무리든 단체든 리더 역할을 많이 맡았다. 실제 그런 성향이 반영된 걸까?
실제로 나도 그런 성향이다.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 성향이 그래서 그런 역할을 맡은 걸까, 아니면 그런 역할을 맡아서 더 그렇게 된 걸까? 하고. 어릴 때부터 그런 걸 좋아했다. 예전에는 무대에서 연기 잘하고 춤 잘 추면 반장 시켜주고 그랬다. 그래서 반장도 많이 했다.

춤?
아무도 안 믿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난 마이클 잭슨이었다. 진짜 마이클 잭슨 춤을 똑같이 잘 추는 재용이라는 친구가 있었다면, 난 변형해서 한국적으로 추는 마이클 잭슨이었다. 춤사위가 좀 남달랐다, 하하. 월요일 아침 조회 때 교장 선생님 훈화가 끝나면 갑자기 음악 틀어놓고 둘이 교단에 나가서 춤추게 했다. 좀 웃긴 학교였다. 소풍 가면 놀지 못했다. 이 반, 저 반 다니면서 원형으로 둘러앉은 곳에서 춤춰야 했으니까. 그 능력으로 반장을 많이 맡았다. 그러다 중학교 때부터 몸이 굳어서 춤을 끊었다, 하하.  


 

니트 카디건은 제이리움, 흰색 데님 팬츠는 아크네 by 마이분, 실버 메탈 시계는 오메가 제품.

니트 카디건은 제이리움, 흰색 데님 팬츠는 아크네 by 마이분, 실버 메탈 시계는 오메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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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성향이 배역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치겠지?
아무래도. 그래서 그런 역할을 맡았을 때 시청자에게 와 닿았을 거다. 단상 올라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고. 쾌감이 있다. 나이 든 선배 연기자한테 소리 지를 때 기분 좋거든, 하하. 내가 언제 소리 질러보겠나. 한눈에 쫙 내려다보니 좋더라. 그때 ‘단상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금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그럼에도 꺼리는 역할은 뭐가 있나?
조폭 역할은 안 들어온다. 그리고 사투리 쓰는 역할. 내가 사투리 쓰면서 욕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잘하지도 못하고. 또 원래 고향이 그쪽인 분들이 많으니까 못 따라간다. 그런 역할은 솔직히 나보다도 더 잘할 수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내가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했다가 완전히 망가지는 거지, 하하. 그건 내 영역이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나 헌법재판소, 약간 공명정대해야 하는 곳에서 홍보대사를 하면 기분이 어떤가?
좋다, 하하. 아무나 못하는 걸 하니까. 그래서 홍보대사는 가려서 하는 편이다.

홍보대사까지 하니 실생활에서 그런 사람처럼 살아야 할 거 같다.
그럴 필요는 없다. 위촉식 한 번만 가면 되니까. 큰 영향은 없는데, 어쨌든 위촉될 때 배우로서 책임감이 막중해지는 느낌은 있다. 그래도 그 이미지로 많이 덕 보고 있다. 남들은 좋게 이미지를 바꾸려고 해도 잘 안 되는데, 난 여차저차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잖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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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종훈
PHOTOGRAPHY 이상엽
STYLIST 김하늘
HAIR&MAKE-UP 신재은
ASSISTANT 이명준

2016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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