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2009년 데뷔한 아이돌 그룹 비스트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뜨겁게 열광하는 장수 그룹이다. 비스트의 용준형은 그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춤과 랩을 하는 동시에 작곡과 작사, 편곡을 하는 프로듀서로 살았다. 인기 곡도 엄청 많이 만들었다. 그는 비스트의 수록곡 대부분과 포미닛, 현아 등의 앨범에 참여한 히트 메이커다.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공연하며 혹은 팬미팅을 하며 지내는 그가 바쁜 시간을 쪼개 몰두하는 것이 생겼다. 뜻이 맞고 마음이 맞는 음악 친구와 ‘크루’를 만들어 새로운 음악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 바닥에서 음악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수소문 끝에 만난 세 살 어린 동생 다비는 끊임없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던져주는 좋은 동료가 됐다. 5월, 뭔가 재미있는 일을 구상 중이라는 용감한 친구들, 용준형과 다비를 만났다. 금요일 밤에 연예인 형과 멋진 곳에 놀러 나가기 전의 느낌을 담아 사진도 찍었다.
두 사람은 요즘 왜 이렇게 같이 다니고 있나?
용준형 재미있게 같이 음악을 할 수 있는 친구를 찾고 있었다. 주변에 수소문을 했더니 ‘다비라는 친구가 있는데 음악 한번 들어볼래?’ 하길래 일단 들어봤다. 그러던 차에 또 다른 지인이 ‘다비라는 친구가 있는데 음악 한번 들어볼래?’라면서 같은 노래를 들려준다. 이건 운명이란 생각이 들어서 만나자고 했다. 하하.
막상 만나보니 첫인상이 어떻던가?
용준형 만나기 전에 속으로 생각했다. 다비가 마음에 들면 밥을 먹자고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커피를 마시자고 하겠다고. 그런데 느낌이 좋았다. 음악 작업이야 어차피 서로 맞춰가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마음이 맞고 통하기는 힘든 일 아닌가? 인간적으로 잘 맞는 것 같아서 밥을 먹자고 했다. 하하.
다비 그런데 사실 나는 이미 밥을 먹은 상태였다. 하지만 연예인 형이 밥 먹자는데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용준형 어쩐지 밥을 반이나 남기더라고. “왜요, 맛없어요?” 물으니까 그제야 “형, 제가 밥을 먹고 왔습니다”라고 하더라. 하하. 첫 만남부터 거짓말로 시작한 사이다.
다비 솔직하게 얘기하면, 나는 원래 혼자서 음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혼자 앨범을 냈는데 그걸 통해 준형이 형을 만난 거다. 같이 얘기하면서 내 음악도 재미있게 할 수 있고, 형이 나를 잘 끌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의 협업 결과물은 어떤 것이 있나?
용준형 비스트 앨범의 수록곡을 몇 개 같이 했다. 노을의 ‘이별 밖에’라는 곡도 있고, 비스트가 일본에서만 발매한 곡들도 함께 작업했다. 본의 아니게 다비랑 음악 작업을 시작하면서 비스트 앨범이 뜸해져서 많은 곡을 만들진 못했다. 하지만 다비의 개인 작업을 계속 격려하고 있다. 처음 봤을 때보다 느낌이 훨씬 좋아져서, 남의 노래 말고 다비 본인의 노래를 파고들었으면 한다.
음악 동료, 크루를 찾은 결정적 이유는 뭔가? 혼자 하는 것과 둘이 하는 것이 많이 다른가?
용준형 똑같은 주제와 소재를 놓고 곡 작업을 하더라도 남들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그래서 결과물도 더 재미있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는 점도 많다. 내가 형이고, 먼저 데뷔했다고 해서 다비를 끌어주는 입장이 아니라 나 역시 다비에게 배우는 면이 있다. 다비도 그렇게 느끼는지는 물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럼 지금 물어보겠다. 다비의 생각은 어떤가?
다비 준형이 형 만나기 전까지 다른 사람과 함께 작업해본 적도 없고, 더 솔직하게는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막상 형과 같이 곡을 만들면서 내가 기존에 고수했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것을 배웠다.
그렇게 서로 너무 다르면 맞추고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용준형 내가 원래 고집이 되게 세다. 겉으로 내색은 안 해도 ‘이거 좀 별로인데’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다비와 협업하면서 생각이 많이 열렸다. 점점 ‘이거 괜찮은데?’라는 생각으로 흘러가니까, 꽤 긍정적이다. 서로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 같다.
비스트의 용준형은 베테랑 아이돌이자 연예인, 그리고 다수의 히트 곡으로 저작권 수입도 많은 노련한 음악인이다. 일하는 방식이 너무 익숙해져서, 새로운 에너지를 수혈한 것이라고 봐도 될까?
용준형 한번도 내가 노련하고 익숙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사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정답까지는 아니어도 대강 윤곽이라도 보였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된 게 항상 새롭다. 아무 생각 없이 놀다가 한 시간 만에 좋은 곡이 나오기도 하고 일주일 내내 머리를 싸매도 안 될 때가 있기도 하다. 나도 언젠가 노련해졌으면 좋겠다. 하하. 그렇지만 확실히 비스트나 기존에 내가 해온 작업과 다른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던 건 사실이다.
요즘 아주 둘도 없는 단짝처럼 지내겠다.
다비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준형이 형이다. 하하.
용준형 첫 만남에 밥 이야기로 거짓말한 것 빼고, 우리는 보자마자 서로 솔직하게 터놓고 지냈다. 일단 대화를 정말 많이 한다. 작업실에만 박혀 있지 않고 같이 술도 한잔하고 사우나도 간다.
사우나를 같이 가는 정도면 모든 걸 다 오픈한 셈이다.
다비 그렇다. 더 이상 보여줄 게 없을 정도다.
혹시 아직도 ‘용준형은 아이돌 출신이다’라는 편견과 부딪칠 때가 있나?
용준형 아, 그것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만에 하나 내가 엄청난 선행을 한다 하더라도 나를 욕하고 싶은 사람은 욕한다. 그래서 남의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 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면 피곤해서 못 산다.
내가 만든 음악을 듣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뭔가?
다비 ‘세련됐다’라는 말이 가장 큰 칭찬이다. 시대를 앞서간다는 의미도 될 수 있고, 가장 동시대적인 음악이라는 의미도 될 수 있겠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도전해 성공했을 때 ‘세련됐다’라는 말을 듣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굉장한 칭찬이다.
용준형 내 음악을 듣고 머릿속에 스크린이 켜지면서 어떤 장면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모든 곡을 다 그렇게 쓰는 건 아니지만 항상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고,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용준형과 다비가 함께 만드는 음악을 남자로 비유해보자. 그 남자는 어떤 옷을 입고 있나?
다비 자유분방한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옷을 과하게 찢는 식의 과격함은 아니다. 자유로움 속에서 어느 정도 정돈된 느낌이 있어야 한다.
용준형 깔끔하게 수트를 차려입고 경쾌한 스니커즈를 신는 것처럼 뭔가 재미있는 요소를 하나씩 넣는 남자. 우리의 음악도 지루하게 한 가지 느낌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변주된 것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다른 옷을 입을 수도 있다. 이제 너무 장담은 하지 않으려고.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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