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s 김태영(온스타일 PD) IIllustrator 장재훈 Editor 김민정
삼순이 이후 나를 TV 앞으로 잡아끈 매력적인 한국 드라마 캐릭터는 투명인간 ‘최장수’와 짜장예슬 ‘나상실’뿐이다. 그러던 중 언제부터인지
나는 텔레비전 앞에서 뒹굴고 자고 먹고 지금까지 성장해온 정통 드라마 키드다. 다 찢어져도 중요 부분만은 가려주는 센스 바지를 가진 ‘두 얼굴의 사나이’ 헐크,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맥가이버 칼이라 부르게 만든 <맥가이버>, 생쥐를 날로 먹는 다이애나의 모습에 두 눈을 가리게 만든 <브이>, 말하는 전천후 자동차 키트가 등장하던 <전격제트작전>, 멀더와 스컬리의
한국 트렌디 드라마 열풍 덕에 하나 둘 공중파에서 사라져간 미국 드라마들. 하지만 미국 드라마 키드들은 트렌디 드라마가 팽배하던 1990년대 중반, 컴퓨터 통신을 통해 <프렌즈>와
미국 드라마 중흥의 초석을 다지게 된 것이다. 당시 케이블을 통해 만난 시리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섹스&시티>와 <프렌즈>. 21세기를 바라보던 시절에도 ‘섹스’라는 단어는 입에 선뜻 담기 힘든 금기어였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으리라. 뉴욕의 서로 다른 4명의 여자들이 만들어낸 성공과 성, 연애에 대한 가볍고도 진지한 담론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상상을 뛰어넘는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프렌즈>의 여섯 친구들도 마찬가지. 친구와 연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상적인 인간 관계와 또래가 가진 고민에 대한 지침서가 되어주는 내용은 미국 드라마 키드는 물론 대학생, 고등학생까지 <프렌즈>를 영어 교재로 만들게 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이후 <밴드 오브 브라더스>, <윌&그레이스>, <70’s Show>, <웨스트윙>, <소프라노스>,
이들 미국 드라마의 인기는 파격적 소재를 일상적 주제에 녹여내는 세련된 화술 그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초입체적인 캐릭터들에 있다.
명확한 주제를 향해 달려가는 입체적인 구성과 캐릭터는 모든 창작물의 근간이 되는 성공 요건이다. 수많은 한국 드라마는 남녀 간 사랑의 결실이라는 뻔한 주제와 단선적 캐릭터로 자기 함몰되어가는 진부한 내용이다. 그러나 미국 드라마는 다양한 인생사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며 큰 공감을 얻는 드라마 트루기의 충실도와 전문성을 가진 풍성한 캐릭터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캐릭터와 드라마의 충실도는 비단 멜로, 드라마 장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45분의 드라마를 보는 중 40분이 범죄 수사이고 딱 5분 정도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그에 대한 일상이 보여지는데 우리는 모두 그 5분에 낚이는 것이다.
더불어, 미국 드라마에서 소재 채택에 있어 성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쉽게 접근하기 힘든 성역들에도 꾸준히 도전한다. <섹스&시티>도 그랬고, <위기의 주부들>도 그랬다. 또 미국에서 6월에 방영되었고, 2007년에 캐치온에서 방영 예정인 <빅러브>라는 미국 드라마는 일부다처제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세계 어딘가에는 분명 일부다처제가 존재하고 몰몬교라는 종교에서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다지만,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한 가정이 일부다처제라는 설정은 꽤 센세이셔널하다.
또 미국 드라마의 파일럿 시스템과 같은 과정을 통해 드라마 장성의 초석을 고르고 있다.
추리다큐 <별순검>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조선시대판
미국 드라마 시장의 엄격한 파일럿 시스템은 더욱 탄탄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했다. 그럼으로써 거대 자본이 들어간 대작뿐만 아니라 적은 자본으로도 제작할 수 있는 아이디어 넘치는 작품들도 미국 드라마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최근 들어 방송된 <마이네임 이즈 얼>이나 <위기의 주부들>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많은 미국 드라마가 들어올 것이다. 2007년에 케이블을 통해 시청자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작품만 해도 <프리즌 브레이크>, <그레이 아나토미>,
세상은 넓고 볼거리는 많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드라마의 세계는 이제 겨우 문이 열렸을 뿐이다. 벌어진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인도하는 그곳에 밝게 켜진 텔레비전이 있을 것이고, 바로 그곳에 미국 드라마가 있을 것이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