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 가랑비 메이커 지음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현대인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책이다. 지금을 놓친 채 그때를 이야기하며 사는 사람들이 한번쯤 곱씹어볼 만한 에세이다. 스쳐 지나가는 시간의 단상을 담담하게 그렸다.
2. <나의 시선들> 김민성 지음
요즘 시대 시인은 이렇게 탄생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린 짧은 시에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면, 그 시구가 모여 시집이 된다. 김민성 역시 젊은 세대의 애정을 바탕으로 시집을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3. <일개미 자서전> 구달 지음
2015년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30대 초반의 여성 작가가 직장인의 입장에서 쓴, 황당하면서 웃기고 그러면서도 슬픈 에피소드를 책으로 만들었다. 퇴근 시간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일개미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다.
퇴근길 책 한잔_서울 마포구 염리동
‘나는 남들과 취향이 다른 것 같아’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다면, 염리동의 이 오묘한 책방에 흥미가 생길 거다. ‘퇴근길 책 한잔’은 책방 주인이자 작가인 김종훈 대표가 만든 문화 공간이다. 대형 서점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독립 출판물은 물론이고 특별히 아끼는 고전 문학이나 사회과학 서적 등을 찾을 수 있다. 낭독회, 음악회, 영화 상영회 같은 모임을 수시로 열며, 책을 읽으면서 편하게 맥주를 마실 수도 있다. ‘자발적 거지 모임’에선 거지들의 백수 토론이 열리고, 주거 문제와 취업 문제를 이야기한다. 사회과학서를 선정해 읽고 토론하는 ‘혁명적 책읽기’, 뮤직비디오 영화제, 에릭 로메르 특별전 등 재미있는 일들을 잔뜩 펼친다. 이곳에선 이 책들이 인기다.
1. <그 듸> 강지혜 지음
‘그 듸’는 제주도 말로 ‘거기’라는 뜻이다. 제주도 외할머니댁에서 3년 동안 지내면서, 서먹했던 외할머니와 점점 가까워지는 과정을 사진으로 담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지은이가 외할머니와 정서적으로 친밀해지는 모습이 보인다.
2. <괜찮타, 그쟈> 이학준 지음
20대 풋풋한 문학 청년 이학준이 요즘 사는 이야기, 흐르는 감정을 담담하게 글로 엮었다. 이 수필집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입소문을 탔는데,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이 자신의 이야기 같아서인지 많이 찾는다. 누군가의 일기장이지만 내가 쓴 일기 같은 에세이다.
3. <기록벽> 장난 지음
영화 번역 일을 하는 지은이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세밀하게 기록했다. 어떻게 보면 시시한 일상이지만 그 찰나의 감정을 글로 맛있게 풀어냈다. 문장이 가볍지 않고 단단하다. 여성에게 많은 공감을 얻어서 인기 많다.
책방 이곶_서울 성동구 송정동
성수동 근방에서 ‘책방 이곶’은 ‘제주도 전문 서점’으로 유명하다. <쇼미더머니>에서 한번쯤 본 것 같은 ‘힙합 스왜그’가 넘치는 책방 주인, 이동원 대표의 제주도 사랑 덕분에 아예 관련 섹션을 따로 구비해놨기 때문.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젊은 시인들의 시집, 절판된 희귀한 사진집, 에세이와 삽화집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만날 수 있다. 주인의 취향이 담긴 개성 있는 문구류나 음반도 구입이 가능하다. 매년 제주도를 보고, 담아 온다는 그는 책방 한쪽에 개인 작업실을 마련해뒀다. 제주도 같지 않은 제주도의 새로운 모습을 담은 책을 집필한다. 독립 출판물을 위한 워크숍도 계획 중이라는 그가 꼽은 송정동 베스트셀러는 이렇다.
1. <쿠바 다이어리> 권근혜 지음
3개월 동안 쿠바를 천천히 여행하며 쓴 책. 지은이가 1인 출판사 ‘갈래’를 운영하며 깊이 있게 여행한 도시를 소개한다. 쿠바에서 만난 사람들, 만든 이야기들을 세세하게 사진과 함께 기록했다. 지극히 사적인 단상이지만 여행의 낭만이 묻어나는 책이다.
2. <생활만화> 고승아 지음
하루하루 느끼는 기쁨, 슬픔, 즐거움의 감정을 그림일기로 담은 책. 책장을 넘기다 보면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깨알 같은 재미가 있다. 2014년에 지은 책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소시민의 소소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3. <너업시> 웅진 지음
아마 다른 동네 책방에서도 이 시집은 꽤 인기 있을 거다. ‘너 없이 쓴 너 없는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요즘 젊은이의 사랑을 적은 시다. 사랑이 끝나갈 무렵의 감성을 무겁지 않게 담아내 청춘들의 ‘좋아요’를 한몸에 받고 있다.
짐프리_서울 마포구 동교동
짐프리는 여행자가 머무는 책방이다. 이름 그대로, 짐을 ‘프리(Free)’하게 맡기고 떠날 수 있고, 여행에 유용한 책을 잔뜩 가져다놓아서 그렇다. 여행자의 눈과 발이 되어줄 책이 빼곡한 가운데 독립 출판 서적들도 눈에 띈다. 책방 주인이자 여행 작가인 이진곤 대표는 이곳이 여행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소통하는 공간이길 바란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책으로 엮어 더 많은 이와 교류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여행자가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가는 곳, 독립 출판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는 곳. 짐프리의 베스트셀러는 다음과 같다.
1. 〈Un Père Vertueux〉 루도비크 드뵈름 지음
색연필로 데생한 라인 드로잉으로, 굉장히 컬러풀한 그림책. 전반적으로 미스터리한 느낌을 준다. 성적인 호기심에 눈을 뜬 아들 셋을 억압하고 그들에게 벌을 주는 아버지의 섬뜩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해 해석할 여지가 많다.
2. 〈Leute〉 블렉스볼렉스 지음
책을 펼치면 마주 보는 그림 사이에 관계가 있다. 왼쪽 페이지에 엄마, 오른쪽 페이지에 아기처럼. 초반에는 쉽게 연상할 수 있는 단순한 관계에서 시작해 페이지를 넘길수록 ‘둘은 어떤 관계일까?’ 생각하게 하는 복잡한 관계가 펼쳐진다.
3. 〈Vida Indie〉 리카르도 카볼로 지음
스페인 출신의 리카르도는 벽화를 그리고, 타투를 새기는 사람이다. 서브컬처에 관심이 많은 그가 동료 아티스트와 함께 주변의 인디 문화를 그림으로 설명한다. 화려한 색채와 재치 있는 그림체, 그리고 인디 문화에 대한 재미난 해석이 담겼다.
베로니카 이펙트_서울 마포구 당인동
당인동의 한적한 주택가, ‘혹시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선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으로 발길을 돌릴 때쯤 베로니카 이펙트가 나타난다. 책방지기 유승보 대표가 그림책 작업실 겸 자료 아카이브로 활용하기 위해 문을 연 곳이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그래픽 노블과 일러스트 책, 세계 각지에서 온 빈티지 만화책이 있다. 그 덕분에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 디자이너, 그리고 작가와 영화감독 등 새로운 이미지를 찾아 헤매는 이들 역시 베로니카 이펙트에 모여든다. 유승보 대표가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표지가 예쁠 것’. 단 한 장의 그림으로 책 전체의 주제와 내용,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줘야 하기에 이 정도면 좋은 책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충분하다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상천외한 그림의 세계가 펼쳐지는 이곳에선 다음 책들이 뜨겁게 사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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