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와 아이폰
지난 10년간 가장 극적인 변화는 아마 레이저와 아이폰일 것이다. 모토로라의 레이저는 2004년 출시된 이후, 1억3천만 대를 팔며 세계에서 가장 히트한 제품이었으나 이제는 모토로라라는 브랜드 자체가 사라졌다. 애플은 2006년까지 전화기를 만든 적도 없었으나 이제는 1년에 2억 대의 전화기를 팔아 치우며 제조사 역사상 가장 높은 마진을 남기고 있다. 10년간의 변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극적이어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태블릿의 부활
2006년, 삼성, 인텔, MS는 힘을 합쳐 UMPC라는 새로운 기기를 선보였다. 터치 화면에 휴대하기 좋은 가벼운 무게가 강점. 태블릿 시장이 올 것을 예측한 시도였다. 그러나 처참히 망했고 이후로 누구도 태블릿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2010년, 애플은 이번에 아이폰을 키운 듯한 아이패드를 발명했다. 기술적으로는 새롭지 않았고 아이폰 몇 대를 합친 것 같다고 조롱받았지만 단번에 1억 대가 팔리는 시장을 형성했다. 스티브 잡스가 몇 년 더 살았다면 PC 시장이 괴멸될 뻔했다.
미러리스 카메라
2008년까지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꾸준히 성장했지만 기기로선 불완전했다. 콤팩트 카메라는 촬상면이 너무 작았고, DSLR은 필름 카메라의 메커니즘을 그대로 답습했다. 그런데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카메라를 설계했다. 미러는 없애고, 촬상면은 디지털 포맷에 맞게 재설계했다. 이제 미러리스는 전체 카메라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며 스마트폰과의 대결에서 비교적 안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의 흥망성쇠
2005년 애플은 아이팟 나노를 출시했고, MP3 플레이어 시장은 크게 움직였다. 6.9mm의 아이팟 나노는 하드웨어 디자인의 결정체였고, 플래시 메모리의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아이팟은 경쟁 업체들을 도산시키며 세상을 점령했지만 10년 만에 다시 아이폰에게 ‘팀킬’당해 서서히 침몰했다. 최근 아이리버가 만든 프리미엄 브랜드 ‘아스텔앤컨’은 24비트의 HD 음원 재생을 지원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인텔과 애플의 만남
2006년까지 애플은 맥북에 자체 칩셋과 자체 OS만 써왔다. 그러나 애플은 2006년을 기점으로 인텔칩을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인텔칩은 윈도를 지원하는 X86 계열의 칩셋이다. 일부 해커들은 맥북을 해킹해 윈도를 설치했고, 2006년 애플은 부트캠프를 통해 공식적으로 윈도를 지원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10년 후, 맥북을 카페에서 보는 횟수는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지금의 피트니스 밴드나 스마트 워치는 허접하고 또 허접하다. 애플 워치를 보고 샴페인을 터트린 시계 제조업체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모습으로 미래를 부정하지 말자. 휴대폰도 초창기에는 웃음거리였다. 페블과 애플 워치로 성장하는 스마트 워치와 핏빗으로 대표되는 피트니스 밴드는 이전에 없던 시장이지만 한 해 10조원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그 미래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
LCD TV의 시대
2006년 세계 TV 시장은 PDP, LCD, 프로젝션, 브라운관 TV가 난립하는 춘추전국시대였다. 그런데 언제나 패스트팔로어였던 삼성전자가 역사를 바꿨다. 삼성이 2006년 내놓은 보르도 LCD TV는 PDP에 집중하던 파나소닉과 소니를 후발 주자로 만들었고, 브라운관과 프로젝션 TV는 역사의 뒤안길로 보냈다. 삼성전자는 최초로 퍼스트무버로 올라섰고, 지난 10년간 왕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금 주류인 LED TV도 사실 LCD TV에서 광원만 LED로 바꾼 TV다.
루투스 전성시대
블루투스는 10년 전에는 아주 신기하지만 별로 필요 없는 계륵 같은 기술이었다. 그러나 2006년 블루투스 2.0이 나오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비도 줄어들면서 모든 휴대용 기기에 탑재되기 시작했고, 기존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무선 스피커, 무선 헤드셋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블루투스를 탑재하지 않은 기기를 찾기란 쉽지 않다. 블루투스는 비콘이라는 기술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휴대용 게임기의 몰락
10년 전, 지하철을 타면 스타일러스펜을 들고 닌텐도 DS를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소니의 PSP도 그럭저럭 선전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블랙홀처럼 모든 기기를 빨아들였다.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닌텐도마저
30년 만에 적자를 봤다. 닌텐도는 계속 휴대용 게임기를 내놓으며 고집 피웠지만 지난해 드디어 모바일용 게임을 내놓겠다고 항복 선언을 했다.
세상에 없던 기기들
지난 10년간 새로 태어난 기기들이 있다면 드론과 액션캠, VR을 꼽아야 할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연 DJI는 2006년 설립됐고, 고프로는 2004년, 오큘러스는 2012년 설립됐다. 각각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세 회사의 가치를 합치면 1백조원이 넘는다. 이들이 향후 10년간 어떻게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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