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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애스턴 마틴인 줄 알았다

인피니티를 닛산의 럭셔리 브랜드 정도로 여겼다면 지금 이 사실이 믿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멋진 슈퍼카 `에센스`는 애스턴 마틴이 아니라 인피니티의 작품이다. 단순히 애스턴 마틴을 닮은 수준인지, 아님 뛰어넘는 수준인지는 팀 폴라드의 관음기를 참고하자.<br><br>

UpdatedOn July 13, 2009

부분 십대들은 떠들썩한 파티에 여드름을 가려줄 비비 크림을 챙겨 넣고 (운이 좋으면) 한밤중 나이트클럽에서 허튼 짓거리를 하는 스무 살 생일 파티를 꿈꾼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는 그런 식상한 생일 파티는 거부했다. 그보다는 훨씬 상쾌한 파티를 여는 데 무려 20만 유로(약 3억5천만원)를 썼다. 인피니티의 20주년 기념작, 바로 ‘에센스’ 콘셉트카가 그 생일 파티의 주인공이다. 휠(각 휠은 22인치)에 기절할 만큼 멋진 실버 웨지를 단 이 콘셉트카는 카본 피버로 제작되어 애스턴 마틴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앞에 놓인 데리야키 스테이크를 입에 넣기 전에 에센스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이 슈퍼 쿠페를 평범한 닛산 마이크라(Micra)의 혈육이라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에센스의 근사한 비례에는 애스턴 마틴의 DB9을 언뜻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특히 부풀어오른 후미 부분이 그렇다. 일단 외관을 살펴보자. 입을 크게 벌린 상어의 코를 닮은 그릴과 곡선미가 살아 있는 휠이 눈에 띈다. 첫눈에 에센스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작품임을 필사적으로 증명하려는 인상주의자처럼 보인다. 한 바퀴 둘러보면 차체가 꽤 낮고 길다는 것에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공격적이면서 길게 늘인 보닛 라인이 압도적이며 불룩한 휠 아치로 차의 끝점들을 확실히 잡아냈다. 화려한 구조는 프런트 엔진과 후륜 구동식 드라이브를 과장되게 강조하며 낮게 달린 유리는 뒤축을 향해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S자 형태의 C-필러(C-pillar)를 보자. 호프마이스터의 기교는 한물간 것 같다. 이제 닛산·인피니티 디자인 수석 부사장 나카무라 시로의 갈겨쓰기 기교가 환영받을 차례다. “에센스 같은 쿠페에는 예술적인 윈도 디자인이 더욱 쉽죠. 왜냐하면 이런 창문 형태라면 훨씬 화려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를 양산하면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아이디어입니다.”

멀리서 보면, 차가운 크롬 효과를 자아내는 도색이 디자인의 복잡한 요소를 교묘히 감추지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다채롭고 무수한 선들이 차의 측면을 분할하고 납작하게 돌출된 부분이 낚싯배의 뱃전처럼 차창을 에워싸고 있다. 찻잔을 올려놓아도 될 만큼 충분히 널찍하다. 물론 당신이 래커 칠을 하지 않은 표면을 녹슬게 하려는 편집증 환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인피니티는 마치 토요타 택시 기사처럼 흰 면장갑을 끼라고 고집을 부리는 것 같다. 장담하건대, 이 번쩍거리는 금속 표면을 만져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며 차 주변을 걸었다. 만화처럼 길다란 후드 아래에는 페라리의 스쿠데리아보다 훨씬 힘이 넘치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놓여 있다. 내년에 선보일 인피니티의 가솔린-전기 시스템의 공식 데뷔인 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콘셉트카 버전은 밉살스러울 만큼 기민하게 환경친화적인 닛산의 니즈모(Nismo) 원칙을 적용했다. 3.7리터 용량의 V6에 단단히 조여 있는 한 쌍의 터보차저는 가솔린 파워로 434bhp(제동 마력)를 자랑한다. 완벽한 병렬식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시스템 덕에 최대 592bhp라는 상당히 인상적인 숫자를 뽐낸다.

최고 속력은 이보다 덜 인상적이지만 (회사 측에 따르면 155mph로 제한돼 있다) 추진력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페달에 발을 올려놓으면 약 4.0초 안에 62mph를 낸다. 성능만 따지고 보면 에센스는 진정한 슈퍼 쿠페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 또 놀라운 점이 있다. 인피니티 에센스는 최근의 관심사를 고려해 단 190g/km의 이산화탄소만을 방출하며 1갤런당 35마일(1리터당 14.8km)을 주행한다는 것이다. 만일 페라리의 공격력과 포드의 열망 등 믿기 어려울 만큼 좋은 것들로만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에센스가 (다른 콘셉트카들과 마찬가지로) 환상의 모터쇼 나라에서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콤포지트 보닛 아래를 흘끗 살펴보면, 싱글 리튬이온이 아닌 전기모터나 터보차저가 달린 매우 전통적인 3.7리터 V6 엔진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M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트레인이 차에 안착될 준비가 안 됐지만, 연구소에서는 가능하다. 내년에 양산되는 차들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해 30mph를 낼 거라고 한다. 차의 주행에는 얇은 디스크 모양의 전기모터와 두 개의 클러치를 제어하는 V6 엔진이 관여할 것이다. 하이브리드를 인피니티에 적용하긴 어렵다. 유럽 딜러들은 연료 및 세금 면에서 효율적인 엔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안절부절하고 있다. 그리고 3.0리터 V6 디젤 엔진 역시 2010년에나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터무니없이 큰 3.7리터 가솔린 엔진보다 더 작고 효율적인 게 지금 당장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인피니티는 호소력을 가질 것이다.

에센스 역시 충돌 가능성을 탐지하는 사이드 및 후미 모니터, 브레이크라는 안전 시스템을 내세우고 있지만, 간소하고 엄격한 차의 내부에선 이런 여러 장치들을 금방 눈치 채기 어렵다. 알칸타라(Alcantara) 가죽 시트에 미끄러지듯 들어가니 깨끗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내부에는 모든 불필요한 스위치 기어들을 없애버렸다. 센터콘솔에 딱 16개의 버튼만이 놓여 있으며, 각 버튼은 알루미늄 소재의 작고 매끈한 띠를 두르고 있다. 미니멀리즘이란 단어가 꽤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내부는 두 개로 나뉘어 있다. 운전석은 당당한 차콜 컬러의 가죽으로, 조수석은 호사스런 황갈색 스웨이드에 버건디 컬러로 둘레를 장식했다. 조화롭고 우아한 실내 디자인이다. 모든 요소가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에 흠뻑 잠겨 있는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이것보다 더 나은 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겁니다.” 나카무라의 말이다. “내부가 외관보다 더 실험적인 편입니다.”

20년 전으로 되돌아가보자. 1989년은 일본 자동차 산업의 황금기였다. 그해 시카고 및 디트로이트 쇼에선 일본의 빅 브랜드 네 군데서 신차 발표로 물결을 이루었다. 마즈다는 합리적인 가격의 스포츠카 MX-5를 내놓았는가 하면 혼다는 슈퍼카 NS-X를 선보였다. 이를 능가한 것은 아니지만 홈그라운드의 라이벌 토요타와 닛산은 렉서스와 인피니티로 독일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MX-5는 86만5천 대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대박을 냈다. 혼다의 스포츠카들은 케이트 모스의 연애보다 더 역동적으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지만 내내 꽤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렉서스는 뛰어난 엔지니어링과 만족도에서 꾸준히 높은 점수를 얻으며 럭셔리 자동차로 42만 대를 판매하며 성공적인 지위를 따냈다. 그렇다면 인피니티는? 인피니티는 같은 시기에 16만 대 판매되었는데 대부분 미국에서 올린 실적이다. 현재 인피니티는 유럽에까지 쇼룸을 확장했다. BMW의 침체로 공황 상태가 우려되는 지금, 타이밍이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하지만 인피니티는 경제가 상승기로 접어들고, 깨끗한 파워트레인이란 날개를 달기만 한다면(그리고 새로운 모델들로 연속 안타를 친다면) 제대로 자리 잡을 거라고 단언하고 있다. “유럽의 고급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나카무라는 말한다. “독일, 영국, 그리고 이탈리아 브랜드가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생산한 차들은 일본적인 대안에 가깝습니다. 닛산의 GT-R은 포르쉐나 페라리 혹은 애스턴 마틴과 전혀 닮지 않았지만, 성능 면에선 아주 뛰어납니다. 그리고 닛산 콰자나는 콘셉트카와 매우 비슷한 스타일의 자동차를 양산할 겁니다. 미래의 닛산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스타일로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낼 것입니다.” 믿음직하게 들린다. 그렇지만 고급 시장에는 또 다른 난제가 있다. “인피니티의 경우 우리는 다른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들과 완전히 다른 외형의 차들을 생산할 수 없습니다. 에센스는 애스턴이나 마세라티의 외형과 그리 다르지 않지만 괜찮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디자인에서 멀어지길 원하지 않으니까요. 어떤 점에서 우리는 독일과 영국, 그리고 이탈리아 브랜드들의 외형을 좀 더 세련되게 다듬을 작정입니다. 그렇지만 전체 콘셉트 면에서 볼 때, 그러니까 디자인과 주행, 그리고 테크놀로지를 합쳐보면 우리는 그들과 매우 다릅니다.” 그의 이 간결한 설명은, 에센스가 유럽의 취향을 그대로 살린 나카무라 시대의 첫 자동차임을 잘 말해주고 있다.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미래의 인피니티가 마세라티처럼, 그리고 혼다 하이브리드의 기민함, 토요타의 기술, BMW의 경쾌함, 명민함과 더불어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누가 불평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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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민정
WORDS 팀 폴라드(Tim Polard)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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