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ASHION MORE+

모두 그들을 따라 한다

1980년대를 뒤흔들었던 뮤지션 듀란듀란, 말콤 맥라렌, 보니엠, 런 디엠시가 2009년 패션 신에서 부활했다. 지금, 옷 좀 입는다는 남자들은 모두 그들을 따라 한다.<br><br>

UpdatedOn July 05, 2009

1984년 인공위성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퍼포먼스,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1980년대의 패러다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전 세계가 위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받는 시대가 도래한 것을 단편적으로 알려준 것이므로. MTV와 각종 매거진들이 넘실대고 비디오테이프로 복제 가능한 수많은 정보와 이미지들의 파급 효과는 그 이전 시대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물결은 음악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1980년대 음악의 특징이라고 하면, 역시 클럽 문화의 본격적인 시작과 그에 따른 댄스테리어(Danceteria: 1980년대 뉴욕의 유명 나이트클럽으로 뉴웨이브 팝 문화의 중심지. 마돈나, 비스티 보이스, 키스 헤링 같은 아티스트들의 놀이터이자 은신처였다. 오늘날에는 1980년대 클럽 음악들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음악의 등장 및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미 1976년에 등장한 12인치 레코드 싱글(이 포맷은 디제이를 위한 것이었지만)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는 댄스 음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그리고 대규모의 라이브 디스코 밴드들이 장악하던 디스코 클럽은 점차 스튜디오에서 전자악기로 제작된 12인치 댄스 레코드 싱글을 플레이하는 디제이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이것은 음악 산업과 시장에 있어서도 혁명이었다. 이전 음악이 라이브 무대와 사람 손으로 연주되는 수동 조합이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들이 클럽에서 재생되는 구조였다면, 1980년대는 클럽에서의 플레이를 위해 제작되고 기계의 카운트에 맞춰서 프로그래밍된 음악들이 팝 차트를 석권하게 된 것이다. 클럽을 통해, MTV와 각종 매체를 통해 1980년대 뮤지션들은 과거보다 더 큰 이미지 파급과 재생산력을 가지게 되었다. 오디오뿐 아니라 화면을 통해 그들의 모습에 환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예로 마돈나의 데님과 치렁치렁한 액세서리, 앤서니 프라이스(듀란듀란의 스타일리스트)가 만들어낸 듀란듀란의 뉴-로맨틱 스타일은 오늘날까지도 198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1980년대 스타일을 설명해주는 그 시절 대표 팝 스타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풍성한 시도가 존재한다.

말콤 맥라렌과 펑크록 패션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함께 1970년대 영국 펑크 신과 그 스타일을 이끌었던 말콤 맥라렌. 그런데 1980년대 댄스 음악, 아니 심지어 올드스쿨 힙합 스타일을 이끌어낸 장본인도 바로 그였다. 1983년 발매한 앨범은 각종 드럼 머신과 신시사이저, 다양한 리듬과 실험적인 색채가 가득한 댄스 음반으로 올드스쿨 힙합과 디제이들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문제작’이다. 기존의 가치를 깨고 섞어 새로운 것을 창조한 스타일리스트 능력도 이 앨범의 중요한 공적 중 하나이다. 올드스쿨 힙합의 아이콘인 붐박스(Boom Box)를 수놓은 수많은 펑크 스타일 장식들. 그리고 그래피티와 키스 헤링의 스타일을 넘나드는 화려한 비주얼은 과거와 현재의 모든 서브컬처 스타일을 망라한 1980년대식 완성이라고 할 만하다. 펑크록과 힙합의 만남은 사실 낯선 풍경이 아니다. 콜드 크러시 브라더스(Cold Crush Brothers)의 히트 곡인 ‘Punk Rock Rap’은 이미 펑크의 애티튜드나 스타일이 올드스쿨 힙합의 형성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일반적인 선입견과는 달리) 올드스쿨 힙합 디제이들 사이에서 펑크, 뉴웨이브 음악들이 자주 선곡되었다는 사실도 이러한 스타일의 결합을 증명해주고 있다. 댄스 음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일어난 이러한 상승 작용은 1980년대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키드 크레올 앤 더 코코넛스와 복고 패션
어거스트 다넬(August Darnell)은 뉴욕 브롱크스(Bronx) 출신으로 ‘문화의 용광로’인 그곳에서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과 스타일에 영향을 받았다. 음악 프로듀서로서 1974년에는 디스코 밴드인 ‘닥터 버자드 오리지널 사바나 밴드(Dr. Buzzard’s Original Savannah Band)’를 결성하여 큰 히트를 기록하고 수년간 많은 디스코 히트 싱글의 제작에 관여했으며, 1980년에는 자신의 예명을 ‘키드 크레올(Kid Creole)’로 정하고, 디스코와 라틴, 캐리비언, 빅 밴드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발전적으로 조합한 댄스 음악 밴드인 키드 크레올 앤 더 코코넛스를 만든다. (참고로 예명 Kid Creole은 엘비스 프레슬리 주연의 영화 에서 따온 것이다.) 그의 스타일은 30~40년대 빅 밴드, 재즈 신에서 채용했기에 더욱 독특했다. (1930년대의 유명 재즈 싱어인 캡 캘로웨이나 <시카고> 같은 뮤지컬 스타일을 연상하면 이해가 빠르다.) ‘Zoot Suit(어깨가 직선적인 재킷과 짧은 타이트 스커트의 조합)’로 대표되는 그의 스타일은 당시 유행하던 할스턴 드레스나 키아나 셔츠로 대변되는 전형적인 디스코 스타일 사이에서 굉장히 ‘튀는’ 것이었으며, 패셔너블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는 1980년대의 ‘복고 재해석’이나 ‘클래식 수트 변형’과 같은 패션 키워드들을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런 디엠시와 힙합, 스트리트 패션
뉴욕 퀸스(Queens) 출신의 이 세 명의(이제는 전설이 된) 엠시들이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가득 채운 젊은이들 앞에서 히트 곡 ‘My Adidas’를 부르는 순간, 수많은 젊은이들은 신고 있던 아디다스 슈퍼스타(Adidas Superstar)를 벗어 들고 함께 따라 불렀다. 그리고 런 디엠시는 아디다스와 엄청난 금액의 홍보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사건은 스트리트 패션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원래는 농구화로 만들어진 이 신발이 스트리트 패션의 아이콘이 되고 역으로 패션의 하위 문화를 재생산하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1980년대 도시 하위 문화를 극적으로 주류에 진입시켰다. 카잘(Cazal) 선글라스와 캉골(Kangol) 버킷 해트(Bucket Hat), 나이키 에어 조던 시리즈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새로운 유행을 매일같이 만들어내면서 힙합을 하나의 패션 스타일로 자리 잡게 했다. 오죽했으면 아류인 ‘My Fila’ 같은 곡이 나오고 ‘Cazal Boys’ 같은 팀명이 등장했겠는가? 그렇게 시작된 힙합 패션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한 스타일이었다.

듀란듀란과 뉴 로맨티시즘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가 많기에 가끔 간과되는 ‘듀란듀란(Duranduran)’이지만, 그들은 태생 자체가 스타일리시했다. ‘듀란듀란’이라는 이름은 B급 영화의 전설 바바렐라(Barbarella)에 등장하는 인물 ‘Dr. Durand Durand’에서 따온 것이며, 초기 스타일은 글램록의 계승자, 데이비드 실비앙(David Sylvian)의 전설적인 밴드인 ‘Japan’에서 영향받은 것이라고 한다. 언제나 화제를 불러일으킨 그들의 패션 스타일은 빈틈이 없었다. 롤링스톤스(Rolling Stones), 록시 뮤직(Roxy Music), 루 리드(Lou Reed)에 이르는 거장들의 스타일링을 담당했던 앤서니 프라이스는 듀란듀란의 절제되면서도 고급스러운 스타일에 주름과 장식 띠를 가미해 뉴 로맨틱 룩을 완성했다. 록 뮤직에 언제 ‘예쁜 소년들’이 등장한 적이 있었던가? 뉴 로맨티시즘은 사실 더 광범위하게 보자면 영국 펑크에 대한 ‘애증’에서 시작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해적 룩’으로 대변되는 애덤 앤 디 앤츠(Adam & the Ants) 밴드의 의상을 만들고, 수지 앤 더 밴시스(Siouxsie and the Banshees)의 수지 수는 ‘고딕’으로 일컬어지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이 모든 유행은 펑크 패션의 변형에서 시작되었으며, 패션 파워 하우스로서 런던의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1 1980년대 올드스쿨 힙합 스타일을 끌어낸 말콤 맥라렌.
2 Zoot Suit로 대표되는 스타일을 추구한 키드 크레올.
3, 5 록뮤직계의 ‘꽃미남’들로 뉴 로맨티시즘의 대표주자, 듀란듀란.
4, 6 과장되고 섹시한 글램 룩을 선보인 마돈나.
7 영국 펑크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펑크 스타일의 섹스 피스톨스.
8 넓은 어깨를 강조한 재킷으로 유명한 마이클 잭슨.
9 록그룹 특유의 슬리브리스와 슬림 팬츠의 매칭을 즐겨 한 본 조비.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정소영
WORDS 솔스케이프(360 sounds)
PHOTOGRAPHY 퍼스트뷰코리아
ASSISTANT 최은수

2015년 11월호

MOST POPULAR

  • 1
    즐거웠다 주술회전
  • 2
    김원중의 쓰임새
  • 3
    무한한 이태구
  • 4
    Shaving Ritual
  • 5
    ‘레페 1839’가 전하는 가치

RELATED STORIES

  • ISSUE

    2022년의 2등을 위해 #2

    2022년은 특별한 해다. 2가 반복된다. 그리고 이건 12월호다. 2가 반복되는 해의 마지막 달이라 2등만을 기념하련다. 올해 각 분야의 2위들을 재조명한다.

  • ISSUE

    2022년의 2등을 위해 #1

    2022년은 특별한 해다. 2가 반복된다. 그리고 이건 12월호다. 2가 반복되는 해의 마지막 달이라 2등만을 기념하련다. 올해 각 분야의 2위들을 재조명한다.

  • ISSUE

    이란, 세 소녀

    히잡 시위를 계기로 이란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혼란기를 겪고 있다. 혁명의 주체는 시민이고 시위대를 이끄는 이들은 히잡을 벗어던진 10대, 20대 여성이다. 세상은 혼란할지라도 일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란의 10대, 20대 여성과 인스타그램 DM으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혁명 속을 살아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옮긴다.

  • ISSUE

    보이지 않는 공로

    영화 한 편엔 수없이 많은 제작자들의 정성과 노력이 담기지만 관객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제작자들의 공로를 ‘제12회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드’가 기린다.

  • ISSUE

    2022 Weekly Issue #2

    돌아보면 2022년 대한민국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오미크론 확산부터 대선 이슈, 전쟁과 경제 이슈 등 매일이 격동의 나날이었다. 우리는 주 단위로 2022년을 돌아본다. 2022년 1월 첫째 주부터 11월 둘째 주까지 . 우리의 눈과 귀를 번뜩이게 한 국내외 이슈들을 짚는다.

MORE FROM ARENA

  • REPORTS

    사진첩 - 양태오

    휴대폰 사진첩에는 한 사람의 생활과 생각이 담기기 마련. 여기 6명의 유명인들이 <아레나>를 위해 자신들의 소박한 사진첩을 공개했다. 가식과 긴장을 걷어내니 그들의 또 다른 면모가 드러났다.

  • FASHION

    GENTLEMANS COAT

    대세 배우 이상이와 구자성이 선보인 이번 시즌 가장 멋진 코트 컬렉션 12.

  • ISSUE

    이동욱이 망고 찌개를 먹겠다고 한 이유는?

  • FASHION

    HOW TO BE A REAL MAN

  • INTERVIEW

    THE AVENGERS

    오리건,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그리고 미네소타. 미국 전역에서 모인 5명의 소년은 LA에서 함께 꿈을 이뤘다. 와이 돈 위는 이제 무엇을 원할까?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