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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태우고 삼만리

당신은 개를 기르는 사람인가? 심지어 어디를 가건 항상 데리고 다녀야 할 만큼 녀석을 예뻐한다고? 그렇다면 새 차를 살 때 왜건 모델을 주목하라. 왜냐하면 말이다.<br><br>

UpdatedOn July 03, 2009

든 사람들이 몸을 웅크린 채 불황에 대비해 현금을 준비해두고 있을 때, 내 가족은 그러한 추세를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 새 차를 고른 것이다.

하지만 한 가족의 이러한 시도는 곧바로 장애에 부딪혔다. 모든 가족 구성원의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차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글자 그대로 ‘모든’ 가족 구성원을 얘기하고 있다. 럭비 연습을 하러 가거나 주말 휴가를 떠나거나 일주일치 식료품을 쇼핑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름휴가를 위해서도 사용해야 하므로 ‘모든’ 구성원이 만족해야만 했다. 자동차를 꽤 안다고 자부하는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구매가 아니라 진정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나와 아내, 세 아들 그리고 머리가 나쁜 스파니엘까지 고려해볼 때, 가장 마음에 걸린 건 다름 아닌 개였다. 사실 이건 아주 전형적인 상황이다. 개를 기르는 많은 자동차광들은 단언하건대, 비슷한 곤경에 처해 있을 것이다. 매끄럽고, 스피디하고 섹시한 차들은 모두 목록에서 제외된다. 필수 조건은 유리창이 커다랗고 넉넉한 트렁크다. 살룬(Saloon, 4인이나 그 이상의 인원을 위한 자동차로 지붕은 고정형이며 뒷좌석과 트렁크가 분리되어 있음)이나 안락한 쿠페는 불가능하다. 이 냄새 나는 녀석은 대체 어디에 타야 한단 말인가? 나는 녀석의 침이 온통 시트 위에 범벅이 되는 것도 싫고, 커버 위에 발톱 자국이 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게다가 녀석이 앞좌석에 타게 되면 사람들은 잠깐이나마 녀석을 내 아내로 착각할지도 모른다(물론, 내 아내를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 말이다). 혹은 최악의 경우 사람들은 주인과 개가 비슷해 보인다는 오래된 노래를 불러댈 것이다(나와 내 개는 똑같이 붉은 빛이 도는 블론드 머리털과 커다란 귀를 가지고 있다).

개를 가진 대부분 도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왜건을 살펴보고 있다.
개들이 몸을 펼 수 있는 커다란 트렁크 공간, 시야가 탁 트인 넓은 유리창, 심지어 인간과
개를 분리 수용할 수 있는 칸막이 옵션까지. 이보다 더 이상적인 해결책은 없다.

그러므로 트렁크가 없으면 안 된다. 하지만 밀폐된 트렁크 안에 개를 밀어넣고, 죽은 듯이 그 속에 구겨져 있기를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점에 관해서는 나와 아내의 의견이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녀는 개를 뒷좌석에 태우는 데 아무런 불만도 없는데, 생각건대 그 녀석만이 유일하게 뒷좌석에 앉아 이래라저래라 목청을 높이며 참견을 하지 않는 가족 구성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MPV(Multipurpose Vehicle, 다목적 차량)도 제외다. MPV는 사람들을 태우기에는 좋을 지 모르지만 개를 싣기에는 별로다. 왜냐고? 분리된 트렁크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첫 번째 관문에서 바로 탈락이다. 스파니엘을 MPV 뒤편에 얹어놓으면 녀석은 마치 뒷마당이라도 되는 양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닐 것이다. 물론, 목걸이를 씌우고 줄을 맨 다음 뒤에 묶어놓으면 될 듯하지만 브레이크를 세게 밟는 순간, 당신은 개주인이 아니라 교수형 집행자로 변신하게 될 것이다.

4×4 모델(4륜 구동차, 주로 SUV나 RV 차량을 의미한다)은 우리 집 차고와 크기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나와 아내는 결코 녀석을 들어 올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대부분 ‘크로스오버’ 자동차들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나는 레인지로버를 꿈꾸기는 하지만 - TDV8 중고를 싼 가격에 찾을 수만 있다면 - 늙은 개의 승차를 도울 목적으로 에어서스펜션을 활용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 해치백이나 왜건 정도가 남아 있는 선택인데 우리 가족은 이미 해치백 차량을 하나 갖고 있다(푸조 107인데, 18세가 운전해도 안심할 수 있는 유일한 차라는 이유로 구매한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푸조의 작은 트렁크에 우리 집 개가 아주 딱 들어맞는다. 녀석은 마치 컴퓨터 케이스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노트북처럼 뒷좌석과 유리창 사이에 안성맞춤으로 딱 들어간다. 하지만 긴 여행은 불가능하다. 아시다시피, 움직일 수 없게 되면 개들은 안절부절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전에 타고 다니던 포드의 포커스(Focus)는 개가 움직일 수 있는 트렁크 공간이 좀 더 넓었지만, 목걸이와 목줄로 트렁크에 묶어두지 않으면 녀석은 항상 뒷좌석으로 뛰어 올라서는 강력한 입 냄새와 침으로 뒷좌석 멤버들을 공격하곤 했다.

그래서 개를 가진 대부분 도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왜건을 살펴보고 있다. 아마도 볼보나 메르세데스-벤츠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는 막스 & 스펜서(Marks&Spencer)에서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사는 것만큼이나 독창적인 일이다. 왜건이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개들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개들이 몸을 펼 수 있는 커다란 트렁크 공간, 시야가 탁 트인 넓은 유리창, 심지어 인간과 개를 분리 수용할 수 있는 칸막이 옵션까지. 이보다 더 이상적인 해결책은 없다.

우리는 개를 소유한 아주 흔해빠진 가족의 라이프 사이클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녀석이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되면 동물병원에 들이는 돈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마침내 천국으로 가버리고 나면 아마도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한 마리 사겠지. 그러면 우리는 개가 있는 전형적인 웨스트 런던풍 가족으로 변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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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기원
WORDS 개빈 그린(Gavin Green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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