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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드는 자신의 다이어트 이유를 “에디 슬리먼의 46 사이즈 재킷을 입고 싶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디올 옴므의 2005 S/S 컬렉션에서 에디 슬리먼이 선택한 모델은 하나같이 미소년의 얼굴과 가느다란 팔과 다리를 자랑했고, 레깅스 수준에 가까운 팬츠와 볼륨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재킷이나 수트로 일반인이 쉽게 근접할 수 없기에 더욱더 매력적인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향수와 시계 등의 론칭을 진두지휘하며 책까지 집필하는 등의 다재다능함을 갖춘 33세의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이 디올 옴므를 최고의 남성복으로 만든 데는 다른 남성복 디자이너보다 뛰어난 모더니티를 반영한다는 것에 있다. 파리를 사랑하며 파리에서 디자인의 영감을 얻지만 대부분을 파리에서 보내는 건 지루할 뿐이라는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데 시간을 보낸다. 사진 촬영을 좋아해서 개인 스튜디오까지 있고, 집보다는 호텔에서 생활하는 것에 익숙해 대중적으로 노출된 공인의 입장을 적절히 즐길 줄 알며 음악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다르다. 그 예로, 영국에서 최근 발매된 앨범<Capture/Release>로 격찬받고 있는 그룹 ‘더 레이크스’의 공연장을 찾은 에디 슬리먼은 싱글 ‘22 Grand Job’이 뜨기 시작하는 것에 때맞춰 4명의 그룹 멤버를 위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룹 멤버의 마른 체형이 자신이 디렉팅한 디올 옴므를 구체화하기에 더없이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관계는 상호적이기까지 해서 ‘더 레이크스’는 에디 슬리먼의 다음 컬렉션에 쓰일 특별한 사운드 트랙을 녹음하기도 했다. <아레나>의 인터뷰 촬영을 위해 직접 옷을 제작하기까지 한 에디 슬리먼을 보고 그룹의 리더인 앨런 도노호는, “멋진 경험이었어요. 3파운드짜리 프리마크 바지를 입고 다니다가 엄청 비싼 디올 바지를 입게 됐죠. 형편없는 의상을 입고 다니는 다른 인디 밴드와 차별화되어 무척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디올 옴므가 에디 슬리먼을 영입한 이후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이유는 단 한 가지. 쉽게 입을 수 없는 옷을 만드는 데 있다. 현재 가장 슬림한 남성복 라인으로 대변되는 에디 슬리먼의 디자인은 때로는 시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페미닌하다는 견해를 보일 정도다. 물론 그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옷이란 여성성과 남성성을 모두 공유할 수 있고, 그것이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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