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ac Coat
남성복 역사를 뒤져보면 브랜드의 특정 아이템이 곧 그 옷의 이름이 된 경우가 많다. 1823년 찰스 매킨토시가 개발한 방수 코트를 일컫는 ‘맥코트’도 그중 하나. 두 장의 천 사이에 생고무와 콜타르, 나프타류의 혼합물을 대고 압력을 가하여 접합시킨 것으로, 변덕스러운 날씨에 우산 역할까지 해냈다. 맥코트의 대명사 격인 매킨토시는 여전히 맥코트를 생산하며, 그 표본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클래식하게 입는 것이 합당해 보였지만 요즘은 시티 캐주얼 쪽으로 많이 기우는 추세다. 아무리 단순하게 입어도 풍기는 ‘오라’만큼은 여전하다.
실루엣이 명확한 감색 맥코트 1백65만원 매킨토시 by 비이커, 감색 니트 19만6천원 맥로젠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흰색 면 팬츠 11만9천원 그라미치 by 센트럴포스트 제품.
2. Open Collar Shirts
봄의 전령사라 불리는 옥스퍼드 셔츠와 샴브레이 셔츠를 누르고 오픈칼라 셔츠를 감히 ‘필수’라고 자부하는 건 고전적이지만 최신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요즘도 1970년대처럼 셔츠 칼라를 재킷 밖으로 빼 입는 건 아니다. 오픈칼라가 작은 라펠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출한 셔츠 차림이라 할지라도 재킷처럼 당당해 보일 수 있다. 최근 셔츠 재킷 형태의 옷이 많아진 것도 이런 이유. 덩달아 오픈칼라 셔츠에서 파생된 하와이언 셔츠도 주목받고 있다. 이로써 오픈칼라 셔츠는 고전에서 찾은 가장 현대적인 옷이 됐다. 리넨 소재 카키색 오픈칼라 셔츠 30만1천원 하버색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얇은 면 소재 와이드 팬츠 15만원 코스, 안감이 양털로 된 갈색 플립플랍 가격미정 어그 오스트레일리아 제품.
3. Work Jacket
워크 재킷은 데님 브랜드나 스트리트 브랜드에서 주로 볼 수 있다. 그 뿌리가 워크웨어에 있다 보니 당연하겠지. 그래서 소재도 데님이나 두꺼운 캔버스가 대부분. 하지만 워크웨어를 워크웨어답지 않게 입는 것이 또 요즘 추세. 너무 묵직한 소재보다는 가벼운 면이나 나일론 소재도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 디자인도 디테일이 많은 것보다는 단순한 것이 앞일을 위해 더 이롭다. 좀 더 새로운 시도를 원한다면 와이드 팬츠와 함께 입어도 꽤 근사하다. 워크웨어의 본질과 기능성보다는 그 분위기만 취해도 충분하다는 소리.
베이지색 워크 재킷 25만원·베이지색 티셔츠 6만9천원·와이드 팬츠 15만원 모두 코스, 선글라스 가격미정 조르지오 아르마니 by 룩소티카, 플립플랍 가격미정 어그 오스트레일리아 제품.4. Knit Polo Shirts
영화 <리플리>에서 주드 로가 자주 입고 나오던 폴로 셔츠를 기억하는가. 그 옷이 우리가 알던 폴로 셔츠와 다른 것 하나는 바로 소재다. 이는 작은 부분이지만 캐릭터를 확립하는 데 아주 절묘한 요소였다. 니트의 조직감이 주는 여유로움과 세련됨이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졌던 것. 영화 속 순간을 표방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올봄 니트 폴로 셔츠에 도전해보자. 색감은 복고적일수록, 팬츠는 넉넉하고 흰색에 가까울수록 좋다. 팔이 드러난다면 시계 대신 은색 팔찌가 더 맞다. 때론 고전적인 것이 가장 세련돼 보일 때가 있다.
세로 줄무늬 니트 폴로 셔츠 30만6천원 맥로젠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은색 팔찌 11만2천원 필립 오디베르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제품.
5. Anorak
대중적이지 못하고 별나기만 한 디자인은 남성복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아노락이라 불리는 옷 역시 화성에서 나타난 듯 이색적이지만 생각보다 별난 아이템은 아니다. 아노락의 시작은 그린란드의 이누이트들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이누이트들은 바다표범이나 곰의 가죽으로 아노락을 만들어 입곤 했다. 사람이 살기 힘든 척박한 땅에서 추위와 싸우기 위해 만든 옷인 것이다. 1920년경 노르웨이에서 아노락을 보고 고안해낸 옷이 최근 나오는 디자인. 아웃도어는 물론 운동복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형태의 편리함은 입어본 이들만 안다고.
카키색 풀오버 아노락 19만8천워 어나더오피스 by 스왈로우라운지, 흰색 셔츠 4만9천9백원 에잇세컨즈, 회색 면팬츠 39만원 인코텍스 by 비이커, 카키색 스니커즈 21만5천원 스파워트 by 비이커 제품.6. Bright Denim Pants
데님의 장점이자 단점은 보통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다소 부담스러운 재킷을 데님 팬츠와 입으면 평범해진다. 이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데님 팬츠는 일상복에 대수롭지 않게 입기 마련. 다소 소박(?)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옷이 단출해지는 봄에는 단점이 부각되는 상황이 많아진다. 방법은 밝은색 데님을 이용하는 것. 데님의 색이 밝아지면 평범함과 생기를 맞바꿀 수 있다. 거기에 톤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옷을 곁들인다면 의외의 말쑥함이 나온다. 오염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때가 묻을수록 멋이 나는 게 데님의 미덕이니까.
민트색 니트 13만6천원 이스트 하버 서플러스 by 샌프란시스코 마켓, 흰색 셔츠 4만9천9백원 에잇세컨즈, 하늘색 데님 팬츠 19만8천원 클럽 모나코, 스웨이드 스니커즈 13만9천원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제품.
7. Denim Jacket
데님 재킷처럼 시간이 흘러도 디자인 변형이 거의 없는 옷도 드물다. 다르게 말하면 자칫 눈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것. 데님 재킷의 선택보다 곁들이는 옷이 중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가장 무난한 방법은 회색 슬랙스를 이용하는 것. 데님 팬츠 위에 포멀한 재킷을 입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상반된 이미지가 하나의 룩에 공존하면 믹스 매치 효과를 낼 수 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첨가하자면 데님 재킷은 예나 지금이나 한 치수 작은 느낌으로 입는 것이 좋다. 반대로 팬츠는 넉넉한 것이 균형 잡혀 보인다.
데님 재킷 54만9천원 디럭스, 감색 니트·팬츠 모두 가격미정 랄프 로렌 퍼플 라벨, 주황색 실크 스카프 에디터 소장품.8. Cotton Suit
남성 패션에서 변하지 않고 설레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스니커즈, 질 좋은 가죽 가방, 안경 그리고 면 소재 수트다. 이유를 열거하자면 이렇다. 우선 수트가 주는 정중함은 유지한다. 그러면서 발랄한 스니커즈, 티셔츠, 선글라스 등과 만나도 이질감이 없다. 스타링일에 제약이 별로 없는 것이다. 다소 엉뚱한 전자시계를 차도, 낡은 가죽 팔찌나 프린트 티셔츠를 입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다. 이러니 옷 잘 입는 남자들이 설렐 수밖에. 그리고 색은 연회색이나 파스텔 계열을 선택해도 면 소재의 특성상 그리 부담스럽진 않다.
연회색 재킷 40만원·팬츠 15만9천원 모두 폴로 랄프 로렌, 흰색 티셔츠 가격미정 캘빈클라인 플래티늄, 살구색 슬리브리스 2만5천원 H&M 스튜디오 2016 S/S, 스니커즈 7만9천원 반스 제품.
9. Retro Sunglass
어느새 선글라스에도 경향이란 게 생겼다. 선글라스의 특별함이 이제 일반화됐다는 반증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불필요해 보일 때도 있다. 지난해 유행했던 미러 렌즈 선글라스가 종적을 감추고, 올봄엔 틴트 렌즈가 붐이란다. 미러 렌즈 선글라스의 유행이 도래하려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선글라스 마니아가 아니라면 진득한 거 한두 개면 충분하지 않을까? 레트로풍 뿔테 선글라스는 유행을 거의 타지 않는다. 이미 수년 동안 아니 수십 년 동안 스타일 아이콘들을 통해 검증된 사실.
베이지색 집업 재킷 9만9천원 H&M 스튜디오 2016 S/S, 연노란색 반투명 뿔테 선글라스 28만원 커스텀+SFM, 체크 머플러 에디터 소장품.10. Penny Loafer
몇 해 전 페니 로퍼가 유행의 최전선에 자리한 때가 있었다. 그 이후로 프레피 룩의 아이콘이었던 페니 로퍼의 장르가 다양해졌다. 고정된 이미지에서 탈피한 것이다. 알다시피 페니 로퍼는 1930년대부터 시작된 뿌리 깊은 신발이다. 그리고 현존하는 매끈한 신발 중 가장 편리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구두의 딱딱함이 싫은 남자라면 꼭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직도 샌님처럼 보일까 걱정이라고? 요즘은 존 F. 케네디 대통령보다 마이클 잭슨처럼 신는 것을 더 반기는 추세다.
데님 팬츠 4만9천원 H&M, 흰색 양말 가격미정 유니클로, 검은색 페니 로퍼 13만9천원 G.H. 바스 by 플랫폼 플레이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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