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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나의 작은 책방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책을 읽고 싶어 한다. ‘베스트셀러’라는 장막을 거두면 아름다운 책들은 넘쳐 난다. 사회를 잠식한 담론들을 빠져나오면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진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자신을 찾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이 작은 책방에 간다. 막연하게라도 느끼는 것이다. 소중한 게 이 작은 책방 안에 있다는 것, 그 우주로 희망이 모여든다는 것. 세 개의 책방, 세 명의 지은이를 만났다.

UpdatedOn March 11, 2016

 

‘만일’의 세계

망원동 골목, 무심히 지나치면 ‘만일’을 보지 못한다. 그곳엔 세계가 있다. 어떤 미약한 태동의 힘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책방 ‘만일’이다. 인문, 사회 분야 책들이 꽂혀 있다. 지은 사람 이승주.
 


서점을 열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공연 기획을 하다가 잡지를 만들었다.

여긴 어떤 책들이 있지?
서점 이름이 ‘만일(What if)’이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가 아닌 ‘만일의 세계’를 상상해볼 수 있는 책. 인간답게 먹고사는 것, 적어도 그러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길을 제시하는 책을 소개한다. 인문, 사회 관련 책이 많지만 인문 사회 서점이라기보다는 주제나 키워드별로 책을 고르는 테마 책방이라고 보는 게 나을 것 같다.

문학 서적도 보인다.
해외에 비해 국내에 덜 알려진 작가의 책과 한국 젊은 작가들의 책도 조금 있다. 넓게는 대형 서점 구석에 있는, 덜 팔리는 책을 전면에 두는 것이 ‘만일’의 기준이다.

운영은 잘되나?
생각보다는. 생각이나 기대를 워낙 적게 했다. 운영비는 나온다. 인건비는 안 나온다.

최근엔 어떤 책이 많이 팔렸지?
울리포프레스에서 이준규 시집과 자끄 드뉘망 시집을 출간했는데 짧은 기간 안에 놀랄 정도로 많이 팔렸다.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는 없는 책이다 보니 사람들이 여기로 온다.
 


그런데 왜 책방을 하게 됐나?
책방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회사를 그만둔 후 혼자 일을 하려고 여기에 작업실을 만들었다. 그러다 공간이 여유로워 책 읽는 세미나도 하고 책 돌려보기도 했다. 책을 매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플랫폼, 유연한 방식의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이곳이 책방이 됐다.

메시지, 유연한 방식의 사회운동이라는 말이 신기하고 낯설다. 이곳의 지향점이라고 봐야 할까?
책, 공간을 매개로 새로운 방식의 운동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려 한다. 흔히 말하는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지만 거리로 나가지는 않는다. 지금 이루어지는 사회운동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럼에도 계속 이질감을 느껴왔다. 사회 문제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는 어떤 매체나 방식이 있을지, 그걸 책과 책방에서 찾고 싶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희우정로16길 46
영업시간 오후 1시~8시 / 일요일 휴무
SNS instagram@manilbooks


 

 

고요한 서사

‘고요’는 알겠고, ‘서사’의 의미는 서너 가지 떠오른다. 무엇이든 상관없이 맑고 고운 이름이다. ‘고요서사’는 이태원 해방촌에 있으며, 문학 책이 주로 꽂혀 있다. 지은 사람 차경희.
 

어떻게 책방을 열게 됐나?
책 편집자로 일하면서 세상에 좋은 책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책을 골라 소개해주는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엔 어떤 책이 있나? 주로 문학 관련 책들이 있다는 것은 알겠다.
문학도 있고 인문, 사회, 예술 관련 책도 있다. 초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 위주로 골랐다. 그러고 나서 주변에 믿을 만한 사람들한테 물어서 책꽂이를 채워 나갔다. 요즘엔 신간 중에서 구입하고 있다. 좋은 구간을 소개하는 일을 더 하고 싶은데, 그 작업은 아직 못하고 있다. 곧 할 거다.

운영할 수 있는 만큼 수익을 거두나?
문 연 지 네 달 됐는데 적자를 면하는 정도다. 인건비도 못 번다. 가을에는 날씨가 좋아서 손님이 꽤 있었다. 겨울에 매출이 많이 떨어졌다. 해방촌이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날씨 영향을 받는다.

‘해방촌 카페 ㅇㅎㅎ’와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건가?
숍인숍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카페는 문 연 지 1년 넘었다. 3명이 동업하는데 그중에 한 명과 아는 사이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당시 연희동, 연남동 쪽에 책방 자리를 알아보는 중이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친구가 여기 공간이 비니까 같이 쓰자고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웬만하면 서점만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는 월세가 비싸서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해방촌이 마음에 든다. 괜찮은 것 같다.

낭독회와 워크숍을 해도 좋을 것 같다. 20명은 충분히 앉을 것 같은데. 계획하고 있나?
이제 해야지. 문학 서점이니까 관련 워크숍을 하고 싶다. 소설 창작 워크숍을 기획 중이다. 전문가 수준은 아니고, 취미보다는 조금 더 제대로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한 워크숍이다. 낭독회도 하자는 분들이 꽤 있다. 내가 구체화해야 한다.

어두운 갈색 책꽂이가 이곳의 중심을 잡는다. 진중하지만 무겁지 않고, 힘이 느껴진다.
주문해서 맞췄다. 이 책장에 가장 큰 욕망을 투여했다.

‘고요서사’가 어떤 곳이 되기를 원하나?
가장 무난한 이상적인 서점을 만들고 싶었다. 소설을 주로 구비해놓은 이유는 재밌는 책을 접하면, 독서에 더 관심이 생기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여기 와서 실망할 수도 있다. 수준이 높지 않네요, 라는 눈빛으로 보는 분들도 실제로 있다. 그분들은 본인들의 관점이 있는 거다. 그런데 나는 책이 주인공이고, 책에 관심이 생겨서 한번 읽어볼까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서점을 만들고 싶다.

수준이 높지 않네요, 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곳에 있는 보석을 못 찾겠지.
저기에 뽑기 기계가 있다. 5백원을 넣고 돌리면 캡슐이 나온다. 그 안에는 문장을 적어놓은 종이가 있다. ‘고요서사’에서 팔고 있는 책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재미 삼아 저걸 뽑아보고, 책에 관심을 갖게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만들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아니다. 진짜.

책을 팔아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위치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98 1층
영업시간 정오~오후 8시/일요일 휴무, 변동 시 SNS 공지
SNS instagram@goyo_bookshop


 

 

멈추고 보기

‘일단멈춤’에서는 여행의 모호한 풍경을 판다. 구체적이지 않아 아름답고, 상상하게 만들며, 포근하다. 염리동 골목에 있다. 지은 사람 송은정.
 


문 연 지 얼마나 됐지?
2014년 11월 말에 문을 열었다.

원래 어떤 일을 했나?
책 편집을 하고, 잡지사에도 다녔다. 건축, 인테리어를 다루는 잡지였다.

‘일단멈춤’은 여행 책을 파는 책방이다. 여행 책만 파는 서점은 처음 본다.
작은 책방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개성이 없는 것 같았다. 그때 떠오른 게 여행이었다. 국내에는 한 분야만 다루는 서점이 별로 없다. 그래서 작게나마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후회한 적은 없나? 그러니까… 작은 책방에서 책이 팔려봤자 돈이….
후회한 적은 없는데 자주 막막하다. 그래서 부업을 한다.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난방비 내고 책도 사고 그런 거지. 솔직히 나는 큰 의미를 두고 책방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고 싶던 일들 중 하나를 선택한 것뿐이다.

저녁에 워크숍도 열린다고 들었다.

여행을 주제로 책 낭독회도 하고, 독립 출판물 만드는 워크숍도 연다. 프랑스어 수업, 인디자인 수업, 일러스트레이터 수업도 한다.

요즘은 어떤 여행 책이 많이 팔리나?

아이슬란드 관련 책이 엄청 많이 팔렸다. <꽃보다 청춘>이 ‘아이슬란드’편을 방송한 덕분이다. 원래 9월 한 달 동안 이탈리아 남부로 여행을 갈 계획이었는데, 나도 아이슬란드에 들르기로 했다.

‘일단멈춤’은 한 달 멈추는 것인가?

쉴까 생각 중이다. 안식월처럼.
 


이곳이 마포구 염리동이다. 처음 와봤다.
공간을 찾을 때 조건이 있었다. 우선 너무 서울 같지 않을 것. 그리고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염리동을 알게 됐다. 여기에 소금길이라는 산책로가 있다. 이 위쪽으로는 오래된 골목이 있고, 더 올라가면 신촌이 내려다보인다. 이대역에서 가까운데 우리가 생각하는 이대역이라는 곳과는 정반대다. 그런 부분들이 재밌었다.

어떤 사람들이 오면 좋을까?
여기에는 모든 나라의 모든 도시에 관한 책이 없고, 게다가 가이드북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목적지를 정한 상태에서 오면 얻어 갈 수 있는 게 제한적이다. 오히려 여행에 관한 갈증을 풀고 싶고, 당장 어디로 갈지 모르겠고, 계획도 없지만, 그저 마음만을 가지고 있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여행 가이드북이 없나?
없다. 큰 서점에 가면 여행 코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 가이드북이다. 굳이 여기에서 팔 필요가 없다. 대신 여행과 관련된 에세이가 있고, 여행에 관한 직접적인 책은 아니지만 여행을 가기 전이나 여행을 갔다 온 후에 읽으면 좋을 책들이 있다.

‘일단멈춤’을 운영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음… 한 달에 한두 번 오는 손님이 있는데, 어느 날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근처에 사는 시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고 혼자 시간을 보낼 때 꼭 ‘일단멈춤’에 들른다고. 누군가에게 이곳이 소중한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기쁘다.

위치 서울시 마포구 숭문16가길 9 1층
영업시간 오후 1시~8시/ 매주 일요일, 마지막 주 토·일요일 휴무
SNS instagram@stopfor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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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이우성

201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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