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 1. 턴테이블의 이해
360사운즈의 크루는 모두 힙합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집단이다. 이들에게 디제잉을 배운다면 올드 스쿨 힙합을 제대로 플레잉할 수 있는 턴테이블이 필요하다. LP로 플레잉하는 힙합 디제이라면, 레코드판 재생기를 뜻하는 턴테이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우선이다. 지금 당장 바이닐(Vinyl)을 스크래치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알겠지만 일단 ‘턴테이블리즘(Turntablism)’에 대해 잠시 짚고 넘어가야겠다. 간단하게 말하면 턴테이블을 무궁한 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악기처럼 생각하고 음반을 사용한다는 개념이다.
1970년대 초반 미국의 디제이 쿨 허크(Kool Herc)가 음악을 틀 때 목소리 없이 반주만 나오는 부분, 즉 ‘브레이크(Break)’ 구간을 연결해서 튼 것이 시초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또 1995년 디제이 바부(Babu)가 그냥 판을 트는 디제이와 LP판을 만지고 움직이며 공연하는 디제이를 구별하기 위해 그 개념을 널리 알렸다고도 말한다. 이후에 그랜드 위저드 시어도어(Grand Wizzard Theodore)가 어느 날 엄마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레코드 소리를 끄기 위해 바늘 아래 레코드판을 왔다 갔다 움직이다 소리 내는 스크래칭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결정적으로 1984년 그래미 어워즈 축하 공연 중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이 ‘Rockit’에 등장한 그랜드믹서(Grandmixer) DXT의 스크래치 퍼포먼스 덕분에 대중화되었다. 이 공연은 현재 활동 중인 전 세계 수많은 디제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가장 큰 사건이었다. 턴테이블이 단순히 음악을 트는 ‘장비’가 아니라, 디제이의 손을 거쳐 새로운 사운드와 다양한 분위기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Class 2. 장비의 재구성
디제잉에 관한 다양한 장비를 갖추려면 끝도 없지만, 올드 스쿨 감성을 만끽하기 위해선 턴테이블 2대와 믹서, 그리고 스피커와 헤드폰이 필요하다. 용산의 전자 상가에 가면 다양한 가격대의 턴테이블을 만날 수 있는데 중고 제품이 대부분이라 하자가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초보자들에겐 꽤나 골치 아플 수 있으니 주변에 턴테이블 디제이가 있다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구입하는 것이 기분 좋게 돈을 쓸 수 있는 방법. 턴테이블은 아날로그 신호로 소리를 내기 때문에 힘이 약하다.
그것을 증폭시키는 장비가 바로 믹서. 턴테이블 두 개를 믹서와 연결해 양쪽에서 나오는 소리를 하나로 모아준다. 스피커는 믹서로 모은 소리를 들려주는 역할을 한다. 레코드판을 읽는 카트리지, 소위 바늘은 작은 장비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어떤 카트리지를 택하느냐에 따라 소리가 더 크게 플레이되기도 하고, 부드럽게 플레이되기도 한다. 종류와 가격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믹서에 꽂는 헤드폰도 마찬가지다. 대개 한쪽 귀로는 바깥에서 들리는 전체 소리를 듣고 다른 한쪽 귀로는 턴테이블의 소리를 듣느라 한쪽에만 헤드폰을 걸치는데 이 역시 개인 선택이다. 많이 들어보고 발품을 팔수록 원하는 바가 뚜렷해진다.
Class 3. 본격 플레이
손은 눈보다 빠르다. <타짜>의 명대사는 턴테이블 디제이가 갖춰야 할 덕목과 맞닿아 있다. 틀고 싶은 LP 음반을 몇 개 골랐다면 이제 레코드판을 익혀야 한다. 오늘날 레코드판은 기본적으로 1분에 33.3회 돌아간다. 하지만 간단한 스위치 하나로 회전수를 45회전으로 바꿀 수 있다. 음반에 따라 33회전으로 맞춰진 것도 있고 45회전인 것도 있기 때문이다. 레코드판 설정에 따라 회전수를 바꿔 트는 방법을 기본적으로 알아두자.
레코드에 바늘을 올리는 것도 빠른 손동작을 요한다. 대략 어느 위치에 원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바늘을 올리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턴테이블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므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틀고자 하는 부분의 위치를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 디제이들이 가지고 다니는 LP는 12인치 싱글인 경우가 많다. 레코드 한 면에 한 곡씩, 양쪽으로 두 곡만 들어 있다.
12인치 싱글은 디제이를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음악을 기록할 수 있는 면적이 여유로워 보다 크고 안정적인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어 디제이들이 선호한다. 레코드판 위치에 대한 감을 잡았다면 템포 조절을 통해 자연스러운 믹싱을 연습해야 한다. 턴테이블에 있는 템포 바꾸는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초보자들은 집에서 같은 형식의 노래를 다섯 곡에서 열 곡 정도 골라서 마치 한 곡인 것 같은 느낌으로 음악을 쭉 틀어보는 연습을 해보자. 힙합을 예로 들자면 옛날 음악에서 소스를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연관성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완성할 수 있다. 간주, 후렴 부분 사이사이 틈을 찾아서 노래와 노래를 연결하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게 될 것이다.
interview
디제잉 과외 선생님, DJ 재용과의 일문일답.
간단하게 자기소개?
DJ Jeyon이다. 360사운즈 소속으로 주로 솔, 훵크, 힙합 음악을 튼다. 주말에 이태원과 홍대 등지에서 활동하며 360사운즈에서 운영하는 레코드 스토어 ‘룸 360’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요즘은 디제잉 학원도 인기다. 어떻게 디제잉에 입문했나?
나는 CD를 구입하는 마지막 세대다. 음악 듣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디제이 문화를 접하고 360사운즈를 알게 됐다. CD 시장이 붕괴되면서 역설적으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LP를 모으기 시작했다. 어깨너머로 배우면서 손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많이 연습했다.
주변에 디제잉 과외를 해달라고 하는 사람 없나?
제안은 있지만 가르치지는 않는다. 음악에 대한 감을 체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많이 들어볼 것을 권한다. 음악을 알면 알수록 나만의 리스트가 생기고 음악과 음악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내 신선한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
독학하기에 좋은 참고 자료를 소개한다면?
‘보일러룸 티비(Boiler Room TV)’라는 채널이 있다. 유능한 영상, 음악 팀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세계적인 디제이와 프로듀서를 섭외해 공연 실황을 보여준다.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스타 디제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룸 360에서 수입하는 레코드 레이블 중에 ‘스톤즈 로’가 있는데 재작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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