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상을 떠올리면 슈퍼카가 연상된다. 람보르기니를 재현한 조각 작품 ‘The Sculpture 2’는 원서동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 갇혀 있다. 슈퍼카는 달려야 하는데….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게 옳을까? 옳지 않아,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 라고 혼잣말을 한다. 넋두리다.
권오상은 무엇인가 붙들어놓는다. 그래서 그는 조각가다. 일반적으로 조각가는 멈춰 있을 만한 것을 붙든다. 권오상은 움직여야 하는 것도 붙든다. 연초에 그는 재규어 코리아의 새 차 ‘뉴 XJ’ 출시를 기념해 컬래버레이션 작품을 발표했다. 뉴 XJ의 세부 사진을 인터넷에서 수집한 후, 인화해 조각 패널을 만들었다.
XJ의 엠블럼, 핸들, 바퀴, 대시보드 등이 조각의 일부가 된 것이다. 권오상은 그것들을 기하학적으로 조립했다. 기하학이라는 말은 반쯤 맞고 반은 틀리다. 자세히 보면 이 작품은 운전하며 바라보는 풍경 같다. 풍경의 긴 흐름을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붙들어놓은 것이다.
해의 움직임(어쩌면 달일 수도 있다), 산의 곡선, 나무 등이 떠오른다. 작품명은 ‘뉴 스트럭쳐 11 NEW XJ & JAGUAR’다. ‘뉴 스트럭쳐’는 권오상의 ‘사진 조각 시리즈’다. 사진은 찰나를 기록하는 것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래 기록된다. 사진이 조각으로 바뀔 때 찰나와 영원은 보다 실제적인 것이 된다. 이 작품에선 그것이 자동차다.
곧 사라지고 떠나는 것. 그런데 열한 번째 스트럭쳐는 ‘레이어’가 하나 더 있다. 재규어의 모든 디자인은 과거 재규어의 유산이다. 재규어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간직한 드문 차다. 그래서 2016년 지금, 권오상이 ‘뉴 스트럭쳐 시리즈’로 재규어 XJ를 표현한 것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붙드는 마음’으로 만든 ‘움직임의 조각’이기 때문에. 그것은 시간이기도 하며 기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READ & SEE 이달, 보거나 읽을 멋진 것들.
잘 모르는 사이
박성준 | 문학과지성사
첫 시집 <몰아 쓴 일기>를 읽었을 때, 정말 몰아 쓴 것 같았다. 말이 많고, 감정도 너무 많고, 서사도 많고, 설명도 많아서, 되레 무엇인가 빠져 있다고 느꼈다. 시의 결함이 아니라 ‘박성준’이라는 인간, 그가 처한 문학적 상태였을 것이다. 그것은 꽤 고유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때 발견하지 못한 것을 새 시집 <잘 모르는 사이>에서 깨닫는다. 정직함이다. 그는 양심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한다. 그것이 그를 쓰도록 만드는 힘이다. 무엇인가 너무 많을 때는 안 보였는데, 그것을 걷어내니까 보인다. 아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다. 그는 비로소 자신에 대해, 자신을 앞세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은고지 | 창비
제목에 ‘페미니스트’라고 적혀 있어서 기분 나빠진 남자라면, 반성해야 하지 않나? 그렇게 만든 게 여자들이잖아, 라고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사로운 감정보다 여자가 남자와 동등해지는 것은 훨씬 중요하고 소중하다. 수백 년이 지나면, 미래의 인간들은 2000년대를 돌아보며, 심지어 저 시대까지 여자들이 학대를 받았어,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학대? 분명하다. 익숙해져서 감지 못할 뿐! 2백50만이 본 화제의 TED 강연을 책으로 만들었다.
정창섭 개인전
국제갤러리
정창섭은 한지를 캔버스 위에 붙이고 자연스런 수묵의 번짐을 표현한 ‘귀’ 연작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그때가 1970년대다. 1980년경부터 한지 원료인 닥을 사용해 ‘닥’ 연작을 시작했다. 닥을 물에 불려 캔버스 위에 놓은 다음 손으로 펴고 밀고 만지며 미묘한 주름이 태어나도록 했다. 그는 작품을 만든다기보다 발견했다. 초기부터 후기까지 3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Meditation 91108’ Best fiber on canvas, 200×110cm, 1991 Image provided by Kukj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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