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루키라고 말할 수 없겠지?
데뷔가 늦은 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나는 대학도 다녔으니까.
지난해부터였다. 축구 좀 본다는 사람들이 이재성의 플레이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아시안게임이 있었다. 그때 조금 활약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준다.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라고도 불린다. 대표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겠지?
하하. 그렇게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슈틸리케 감독님이 대표팀을 맡으셔서, 내가 국가대표라는 자리에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 고마운 분이다.
우리가 아는 슈틸리케는 기자회견에서 본 모습이 거의 전부다. 실제 필드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어떤가?
일단 독일인이다. 하하. 매우 섬세하고 꼼꼼하다. 경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아는 분이다. 또 철저하게 준비한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 역시 매우 철저하게 경기를 준비한다. 선수에 대한 편견이 없어서 모든 선수를 동일하게 봐주신다. 덕분에 K리그 선수들도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나 역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전북현대모터스의 최강희 감독도 빼놓을 수 없다. 이재성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감독이고, 특히 2015년 좋은 기억이 많을 것 같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과 차이점도 있을 테고.
전북현대모터스는 워낙 좋은 공격수들이 많다. 또 나는 중앙에서 많이 희생해야 하는 자리에 있고, 감독님도 그런 점을 내게 주문하신다. 그래서인지 전북에서는 좀 더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반면에 대표팀에서는 항상 우측 공격수로 출전했고, 감독님이 마무리까지 요구하신다.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거다.
선수들마다 포지션이 있다. 가장 익숙하고, 자신 있는 자리 말이다. 전북현대모터스에서는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를 맡았는데, 대표팀에서 우측 공격수를 소화하다 보면 어색할 때도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선수들의 포지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다. 다른 포지션에서 뛰면 혼란을 겪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대학에서부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연습했을뿐더러 실제로 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불편한 건 없다. 각 포지션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불편한 건 없다. 오히려 즐겁다.
지난해 성적이 워낙 좋았다. 신인상도 탔다. 특별한 순간들이 떠오를 것 같다.
축구를 하면서 최고의 해였다. 꿈같았다. 전북현대모터스가 12년 만에 2연패라는 큰 업적도 달성했고, 개인적으로는 대표팀에서 꿈에 그리던 자리에 섰기 때문에 행복했다. 또 적응도 잘해서 좋은 한 해를 이룬 것 같다. 사실 돌이켜보면 좋은 일밖에 없었다. 하하.
선수들은 국가대표라는 자리에 굉장히 큰 가치를 부여한다. 선수에게 국가대표는 어떤 의미일까?
축구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국가대표를 꿈꾼다. 모든 선수들이 꼭 국가대표 자리에 들어가고 싶다는 목표를 갖는다. 그래서 대표팀에 뽑히기 위해 노력한다. 실제 대표팀에 들어가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대표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축구 사이트에서 이재성 선수를 가리켜 한국형 모드리치라고 부른다. 알고 있나?
하하. 많이 들어봤다. 스타일이 비슷하다는데, 훌륭한 선수와 닮았다고 봐주시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보완하고, 노력해야 할 게 정말 많다.
경기 흐름을 잘 조율하고, 2선에서 빠르게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플레이가 비슷하더라.
전북현대모터스가 레알 마드리드와 전술 형태가 비슷해서 그런 것 같다. 또 K리그에서 좋은 선수들을 많이 영입하는 점도 닮았다. 포지션이 비슷해서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다.
촬영할 때 들었는데, 걸 그룹을 좋아한다고?
학창 시절에 운동하면서 가요 프로그램을 항상 보았다. 또 선수단에서 남자들끼리만 지내니까 걸 그룹 방송을 많이 본다. 아무래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대학 다니고, 프로 선수 되면서 가요 프로그램을 접할 시간이 줄었는데, 그래도 남자라면 걸 그룹 좋아해야지.
좋아하는 걸 그룹을 꼽아볼까?
이상형은 소녀시대 윤아다. 얼마 전 행사에 참석한 에이핑크도 좋고, 여자친구도 자주 찾아본다.
얼마 전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에서 축구 선수의 일과가 나왔는데, 엄청 치열했다. 인상적인 것은 휴식을 전략적으로 취한다는 점이었다.
운동을 준비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보강 운동도 한다. 항상 운동에 전념한다. 쉬는 것도 훈련을 앞두고 충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낮잠을 많이 잔다. 몸이 생명이라 마음대로 놀러 나가거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스마트폰 갖고 노는 걸까?
걸 그룹도 보고,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하하. 다들 스마트폰 잡고 산다.
그럼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PES(축구 게임)를 한다. 친구나 선배들과 내기도 많이 하고, 오후에는 훈련 준비를 위해 주로 낮잠 잔다. 클럽 하우스 식단이 잘 나오기 때문에 아주 가끔 힘들 때만 보양식 먹으러 나간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축구에 대해 잘 알고, 전술 이해도도 높으니까 PES 게임도 잘할 것 같다. 그런데 PES 같은 게임이 실제로 도움이 되나?
수비할 때 도움이 된다. 수비는 몸과 몸을 부딪치면서 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를 잘하려면 결국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상대가 어떻게 드리블을 할 것인지, 어디로 패스할 것인지 등 예측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게임을 통해 반복 훈련을 하다 보니까 조금은 도움이 된다.
K리그 팀으로도 해봤나? 게임에는 선수들의 능력치가 적용되어 있는데, 그 능력치들은 정확한 편인가?
한 번씩 소속팀으로도 경기한다. 가끔 내 캐릭터로 플레이하는데, 능력은 비슷한 것 같다. 유명 선수들은 능력치가 굉장히 높은데, 그건 내가 반박할 수 없다. 선수들도 인정하는 부분이거든. 하하.
축구 외의 것들도 이야기해보자. 요즘 관심사는 무엇일까?
대학 1학년까지는 패션이나 외모에 신경을 안 썼다. 이제는 조금 나이도 들고, 메이크업도 받다 보니까 글루밍에 신경 쓰게 된다. 또 예전에는 사복 입을 일이 별로 없어서 무신경했는데, 최근에는 패션에도 관심이 간다. 그런데 패션을 자주 접하지 않아서 무엇을 어떻게 고르고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 선수들 중에는 그냥 비싼 것만 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패션 잡지를 보고 있다.
조금 더 어린 시절 얘기를 해볼까? 언제 축구를 시작했나?
어릴 때 축구공이 가장 접하기 쉬운 장난감이었다. 다들 집에 축구공 하나는 있었으니까. 축구공이 좋았다. 다섯 살 위인 형이 축구를 해서 함께 학교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축구를 시작했다. 부모님은 형이 축구 하며 많이 힘들어하는 걸 보셔서 나까지 축구 하길 바라진 않으셨다. 반대가 좀 심했다. 하지만 고집 부려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그 후로 꾸준히 축구를 했다. 대학 때까지 대표팀 자리에는 한 번도 못 갔지만, 내가 갈 길을 포기하지 않고 즐기면서 해왔다.
고대 출신이니까 고연전에 대한 부담도 컸을 것 같다. 진 적도 있나?
비정기전에서는 한 번씩 졌다. 그래도 정기 고연전에서는 한 번도 안 졌는데, 마지막에 학교 나올 때 졌다. 지고 도망 나왔다. 하하.
곧 군에 입대한다. 4주간 훈련도 받을 텐데 걱정될까?
다른 것보다 머리를 밀어야 하는 게 부담된다. 행동의 자유가 없고, 제약이 있는 것들이 걱정이다. 본래 축구 선수고, 평소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훈련이 걱정되진 않는다. 어쨌든 빨리 다녀오면 더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으니 얼른 다녀오고 싶은 마음뿐이다.
4주 훈련 뒤의 계획은 뭔가?
1월 4일 팀 소집 후 5일에 두바이로 간다. 전북현대모터스는 항상 두바이에서 훈련을 한다. 두바이는 환경이 좋아서 유럽 팀들도 많이 훈련하러 오는 곳이다. 두바이에서 경기 뛰면서 시즌을 준비하는데, 나는 4주간 훈련을 받아야 해서 몸 상태가 떨어질까 걱정이다. 훈련소 퇴소하면 바로 관리해서 몸 상태를 올려야 한다. 2월 23일부터는 ACL(AFC 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되거든.
진짜 바쁘다. 아이러니한 게 일반인은 훈련소에 가면 몸이 좋아지는데, 반대로 선수들은 몸 상태가 떨어진다는 건가?
프로 선수들은 훈련량이 많다. 그런데 갑자기 훈련을 못하게 되니 몸 상태가 떨어진다. 특히 훈련소는 개인 운동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다녀온 형들 말로는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6개월까지 걸린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잘 준비해서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작년에 골을 많이 넣었다. 최고의 골을 꼽아볼까?
지난 7월에 홈에서 2위 수원과 한 경기였다. 관중이 3만 명이나 왔었다. 지면 순위가 바뀌는 중요한 경기인데 우리가 1대0으로 지고 있었다. 그런데 80분대에 루이스가 동점골을 넣었다. 5분 뒤 내가 역전골을 넣었는데, 그때의 전율이란 정말…. 3만 관중이 일어서서 응원가를 불러줬다. 유럽 못지않은 분위기였다. 그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축구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겠다.
그런 순간을 위해 모든 시간을 투자한다고 말할 수 있다.
주로 무슨 훈련을 하나? 집중해서 하는 특별한 훈련이 있나?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팀 훈련을 잘 소화하려 한다. 조직력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그 외에 내 포지션이 공격수와 미드필더이기 때문에 연결 동작들, 마무리 결정력 연습을 한다.
팬들은 이재성이 유럽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유럽은 언제나 꿈꾸는 곳이다. 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뛴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또 얼마나 재미있겠나? 그 꿈은 항상 갖고 있는데, 그래도 아직 전북현대모터스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 그 목표를 이뤄가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겸손하다.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가?
엄청 많다. 아직 2년 차지만 목표를 이뤄가고 있는 상태다. 올라갈수록 더 높은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감독님도 동기 부여를 위해 더 큰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해주신다. 그래서 우선 아시아 챔피언을 꿈꾸기로 했다.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또 꾸준히 활약해서 2018년 월드컵에 출전하는 게 정말 큰 꿈이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는 누구인가?
바르셀로나의 이니에스타를 좋아한다. 그렇게 하고 싶다. 그가 뛰는 경기와 안 뛰는 경기는 차이가 보인다. 이니에스타가 뛰면 패스 플레이가 잘되니까 팀의 경기력이 향상된다. 그는 늘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인데, 나도 그처럼 좋은 선수를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 또 팀의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선수로도 남고 싶다.
이재성은 그렇게 될 거다. 열심히 하니까.
하하. 축구를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즐거워서 지금까지 싫증 안 내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축구가 정말 좋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