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시 무라카미는 닌텐도에 대한 일본 미술계의 응답이다. 1990년 도쿄 호소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등장한 이후, 그는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물며 커다란 호응을 얻었고, 극동의 미술에 대한 서양의 편견에 도전하며 일본 미술계 최대의 수출품이 되었다. 그의 작품은 ‘망가’와 ‘아니메’에 굳건한 뿌리를 두고 있으며, 초기 작품들은 ‘슈퍼플랫(Superflat)’이란 용어로 잘 알려진 회화 스타일을 개척하는 근간이 됐다.
하지만 무라카미가 그토록 폭넓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한 가지 규칙에 얽매이는 팍팍한 삶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자기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완성하고, 카니예 웨스트의 앨범 커버를 디자인하며 음악계에 깊이 관여하는가 하면, 루이 비통, 비즈빔과 공동 작업을 통해 패션계에도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다. 게다가 1996년에는 회화와 조각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글자 그대로 수천 개의 장난감들과 티셔츠, 그리고 피겨들을 대량생산하는 공장, ‘히로폰(Hiropon)’을 설립했다. 스타일 매거진에 등장하는 진부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으나, 이와 같은 무라카미의 영향력 그 자체가 증명하는 것은 그가 흔해빠진 미술가가 아니라 진짜배기 미학을 가지고 취향을 선도하는 미술가라는 점이다.
공장, 노골적인 상업주의, 포스터 같은 느낌을 주는 슈퍼플랫 스타일이 성의 없는 제목과 결합하면서 무라카미는 일본의 워홀이라 불리게 되었다. 어떤 측면에선 이런 비교가 적합한 듯 보인다. 워홀과 마찬가지로 무라카미도 문화적 중요성을 띠지 않는 듯 보이는 아이템들을 선택한 뒤 재포장해 미술품으로 파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라카미는 자신의 영향력과 작품들의 진입 장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대중들이 미술품에 접근 및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다. 가장 높은 가격으로는 작년 5월에 열린 경매에서 1천5백20만 달러에 팔린 ‘나의 외로운 카우보이’와 같은 조각들이 있다. 반면 그가 루이 비통과 협동 작업을 통해 생산한 액세서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인 몇천 달러 정도이며, 그의 플러시 토이는 단돈 25파운드면 구매가 가능하다.
그는 자신의 한정판들과 대량생산되는 아이템들을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하며, 그 둘 사이의 분명한 차이점은 “디테일에 대한 주의 깊은 관심 그리고 몇 달 혹은 몇 년씩 걸리는 집착”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또한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마법을 부려 만들어낸 물건들을 특별하다고 칭찬하면서 다양한 소모품들을 순수 미술품들처럼 대한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인다. “그것을 만든 사람의 살아 있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물건은 어떤 것이든 근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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