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ERATI Granturismo
마세라티는 작명법이 직설적이다. 콰트로포르테는 이탈리아어로 숫자 4인 콰트로(Quattro)와 문인 포르테(Porte)를 붙였다. 그러니까 문이 네 개인 세단이란 뜻이다. 너무 직설적이라 오히려 강건해 보인다. 본질에 충실하게 완성도를 높였다고 짧게 답했달까. 그란투리스모도 마찬가지다. 큰 혹은 웅장함이라는 그란(Gran)에, 여행인 투리스모(Turismo)를 붙였다. 웅장한 여행. 차 성격 나누는 용어인 GT를 아예 이름으로 붙였다. 역시 합당한 성능을 낸다고 짧게 답했달까. 그란투리스모는 달리기 선수로 따지면 마라톤 선수다. 단거리보다 장거리에 더 알맞다. GT카의 공통된 특성이지만, 그란투리스모는 더 알맞다. 긴 여정을 즐겁게 하는 배기음이 있는 까닭이다. 어지간한 음악은 소음으로 들릴 정도로 흡입력이 높다. 가속페달 밟는 정도에 따라 음색이 달라진다. 운전은 연주가 되고, 여행은 공연이 된다. 4.2리터 V8 엔진과 6단 변속기, 후륜구동의 합주는 꽤 감동적이다. 가격은 1억8천6백만원.
BMW M6 Coupe
고출력을 후륜에 싣는다. 간단한 말이지만 많은 일이 일어난다. 정지 상태에서 깊숙이 가속페달을 밟으면 두 바퀴가 비명 지른다. 차체 후미는 움찔거리며 폭발적인 출력을 도로에 흩뿌린다. 드래그 레이스 장면처럼. 주행 중이라면, 시트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체험도 한다. SF 영화 워프 장면처럼. 코너 돌 때 가속페달 밟으면 엉덩이가 흐르는 묘한 감각도 느낀다. 쫓고 쫓기는 첩보 영화 장면처럼. 고출력과 후륜이라는 두 조건이 만날 때 차는 롤러코스터가 될 수도 있다. M6는 그 롤러코스터 중에서 짜릿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차다. 4.4리터 V8 트윈 터보 엔진은 시종일관 사납게 으르렁거린다. 포효할 때마다 최고출력 560마력, 최대토크 69.3kg·m는 차체를 한계로 밀어붙인다. 그 공간에서 운전자는 중력가속도라는 별개 시공간을 관광한다. 담대해야 한다. 언제나 새로운 세계로 발 내디딜 땐 각오가 필요하다. M6 쿠페는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한 차다. 대신 준비된 자에게 아낌없이 내준다. M6의 기준이다. 가격은 1억8천4백20만원.
LOTUS Exige S Roadster
로터스를 이끌 대표 선수다. 엘리스보다 출력도, 가격도 높다. 로터스의 경량화 제일주의에 풍성한 출력까지 담은 모델이다. 게다가 소프트톱 단 로드스터. 감성까지 책임진다. 3.5리터 V6 엔진을 토요타에서 받아 로터스답게 손봤다. 최고출력은 350마력이다. ‘슈퍼’라고 하기엔 숫자가 조촐한 건 사실이다. 대신 극단적인 경량화 차체가 붙으면 달라진다. 고작 1,172kg이다. 모닝 1.0 바이퓨얼보다 약 170kg 더 나갈 뿐이다. 차를 빨리 달리게 하는 건 두 가지다. 출력을 높이거나 무게를 낮추거나. 로터스는 후자를 극한으로 몰아붙인 브랜드다. 더불어 경량 차체를 버틸 강성과 서스펜션 기술력에 매진했다. 수도하듯 전념한 신념은 독특한 차를 탄생시켰다. 엑시지 S 로드스터는 운전석에 앉는 자체로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운전대를 잡을 때도, 가속페달을 밟을 때도 각각 풍경이 달라진다. 골목이든, 국도든, 고속도로든 모두 서킷으로 탈바꿈시킨다. 마법 부리는 차다. 가격은 1억2천6백만원부터.
AUDI RS7
더없이 편하다. 길이가 5미터 넘는 차를 운전하며 편할 수 있다니.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야 가능한 일이다. 2톤이 넘는 차체 무게가 실감 나지 않는다. 4리터 V8 직분사 엔진 정도 되어야 납득할 수 있다. 560마력이란 숫자 역시 합당해 보인다. 출력을 잘 분배하는 사륜구동 시스템까지 수긍할 요소가 이어진다. 마력보다 토크가 더 눈에 띈다. 최대토크는 71.4kg·m나 된다. 가솔린 차 중에 이런 무지막지한 토크를 뿜어내는 차가 있었나? 각 브랜드 정점을 군림하는 몇 차종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니까 RS7은 꼭짓점에서 경쟁하는 차다. 외관 디자인도, 실내 품질도 눈에 띄는 상한선은 없다. 해야 하는 순간, 할 수 있는 만큼. RS7은 진중함이 미덕이다. 아우디가 고성능 모델을 내세우는 방식이다. 요란하게 치장하지 않는다. 무광 외관은 덤덤해서 오히려 더 튀어 보이긴 하지만. 은색 무광 사이드미러 달고 공기흡입구 (기능상 필요하기도 하니) 더 키워 방점 찍는 수준이다. 아는 사람만 알기에 더 특별하다. 가격은 1억5천5백80만원.
LAND ROVER Range Rover Sport
SUV 중 가장 빠르다고 할 순 없다. 대신 SUV답게 잘 달린다. 커다란 덩치 위에서 호령하듯 도로를 누빈다. 시야가 쾌적하고 거동이 탄탄하다. 레인지로버가 갈고닦은 편안함도 계승했다. 사막의 롤스로이스 레인지로버는 기함의 풍모를 고수한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그보다 활동성에 무게 둔다. 외관 또한 성격에 맞게 바뀌기도 했다. 세대가 바뀌면서 이보크와 연결된 디자인으로 갈아입었다. 듬직한 와중에 세련된 장식도 몇몇 치장했다. 레인지로버와 가는 길이 다르다고, 외관에서부터 보여준다. V6 3.0 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는 출력 잘게 나눠 꾸준히 뽑아낸다. 최고출력은 306마력. 덩치에 비해 적어 보일지 모른다. 대신 최대토크 71.4kg·m가 초반 가속을 책임진다. 더불어 상시 사륜구동은 커다란 덩치를 지면에 잘 붙들어놓는다. 날카로운 주행 감각 대신 호쾌하게 도로 딛고 달린다. 어떤 면에서 달리는 쾌감이 극대화된다. 가격은 1억2천1백30만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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