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규
건축가
장윤규의 건축은 실험적이다. 그의 건축들은 상투적인 것과 거리를 둔다. 그래서 낯설며 때로는 놀랍다. 도심에 세운 그의 건축물들은 경탄의 연속이다. 2001년 건축가 그룹 운생동을 설립해 대치동의 복합 문화 공간 크링, 홍익대학교 대학로 캠퍼스, 청심 물 문화관, 갤러리 보고재 등을 완공했다. 장윤규는 현재 국민대 건축학과 교수이자 갤러리정미소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건축가에게 향수는 무엇일까?
사람과의 관계 아닐까? 건축가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에 첫인상이 중요한 직업이다. 그러다 보니 체취에 신경 쓰게 되었다. 그래서 향수를 사용한다. 사람의 체취는 관계의 시작이기도 하다. 우리는 사람을 말투나 행동으로 기억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체취로 기억하기도 한다. 건축가는 작품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말하지 않을 때 인상을 좌우하는 건 체취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향수는 관계의 시작이 된다.
본인에게 블랙 앤 화이트란 무엇인가?
공간의 본질이다. 완전히 비어 있는 공간을 화이트 큐브라고 부른다. 가장 본질적인 공간을 뜻하는 것이다. 또 완전한 암흑 공간, 빛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 역시 공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화이트와 블랙은 재료조차 존재하지 않는 가장 추상적인 것이다. 빛이 있을 때와 전혀 없을 때의 상태. 즉, 공간의 시작점이다.
몽블랑의 두 향수 레전드와 레전드 스피릿을 건축물에 빗댈 수 있을까?
음, 레전드 스피릿을 화이트 큐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완벽히 비어 있는 미술관이 떠오른다. 미술품을 채워나가야 할 테니, 완벽한 보이드라고 볼 수 있겠지. 레전드 역시 똑같은 보이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레전드 스피릿은 빛의 보이드, 레전드 공간의 보이드인 셈이다.
디자인할 때 영감을 받는 장소가 있다면?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공간이 영감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공간이 발견되는 시점이다. 동일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그 영감은 시간과 관계가 있다. 매우 중요한 점이다. 예를 들어 매일 지나다니는 똑같은 거리지만, 영감을 얻는 순간이 있다. 바로 그 시점, 시간이 공간보다 더 중요하다. 특정 공간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아니다. 특별한 순간이 영감을 선사한다.
몽블랑 레전드와 레전드 스피릿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레전드 스피릿은 상큼하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은 향이다. 그에 반해 레전드는 차분하다. 산에서 조용히 생각하고, 사색해야 할 것 같다. 나는 평소에 고민을 많이 하니까 기왕이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레전드 스피릿이 잘 맞는 것 같다. 또 향은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좋아해야 하니까.
그렇다면 몽블랑 레전드 스피릿은 언제 사용할 것인가?
오히려 평소에 사용할 것 같다. 삶이 곧 여행이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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