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graphy 우정훈 Editor 박인영 hair&make-up 리뷰티코아 stylist 이한욱
‘영화제의 사나이’란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그는 첫 작품부터 연기력으로 시선을 끌었고 계속해서 독특한 작품을 선택했으며, 진한 주름살을 이마에 새긴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영화 잡지 지면을 장식했다. 작년에는 <용서받지 못한 자>로 한국영화비평가협회 신인남자연기상을 수상하더니 올해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시간>과 뮤지컬 영화 <구미호 가족>에서 특유의 연기력을 발산했다. 순식간에 배우 아버지의 그림자를 거뒀고 ‘배우 냄새’ 나는 손꼽히는 신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왠지 대중성이나 인기에서는 한발짝 물러나 자나 깨나 영화 생각만 할 것 같은 하정우. 그런 그가 굉장히 패셔너블한 모습으로 촬영장에 나타나서는 꼼꼼하게 <아레나> 화보를 훑어보고 있다. “이 모델들은 어떻게 선택해요? 이 옷 브랜드가 뭐예요?” 하정우는 요즘 ‘빈센트 갈로’에 빠져 있다. 할리우드 주류에 반대하는 독립영화의 최고 배우 중 하나인 그는 성공한 예술가이고 유명한 패션모델이며 자신의 밴드까지 가지고 있다.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가 <매치 포인트> 등으로 연기력을 뽐내면서도 하이패션지인 <누메로> 등의 잡지를 통해 슈퍼모델로서 활동하는 것처럼 그도 패션모델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또 재즈를 사랑하는 그는 언젠가 <피아니스트>의 애덤 브로디처럼 허공에 대고 피아노를 치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담긴 영화에 출연하고도 싶다. 그는 지금도 재즈 피아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초의 한미 합작 영화인 <네버 포에버>의 주연을 맡으면서 해외 진출을 위해 영어 공부에도 열심이다. 주체할 수 없는 끼와 머릿속을 가득 채운 예술에 대한 욕심, 그리고 전천후 예술가로서의 재능 때문에 몸이 남아나지 않는 하정우지만 아직 손톱만큼밖에 이루지 않은 탓에 한창 몸 달아 있다.
너무 채찍질하면 금방 지칠 텐데. 좀 쉬고 싶은 생각은 없나.
영화 세 편을 우르르 찍어서 좀 지친 감은 있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피곤하지는 않다. 최대한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촬영장을 떠나면 머릿속에서 일에 관한 생각을 없애버린다. 마음에 들지 않는 신이 있어도 오랫동안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타입도 아니고. 쉽게 지치지 않는 이유가 될 것도 같다.
신인임에도 연기에 대한 호평 일색이다.
몸둘 바를 모르겠다. 평론가와 관객들이 잘 봐주어서 그런 거겠지. 그런 평들이 부담스러운 건 아니지만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독립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김기덕 영화를 택했고 그리고 뜬금없이 뮤지컬 영화 <구미호 가족>을 택했다. 어떤 기준인가.
김기덕 감독이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고 날 택했는데, 그의 영화니까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왠지 자신감도 있었고 관객이 완전히 외면할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구미호 가족>은 상업영화지만 최초의 뮤지컬 영화라는 것에 의의를 두고 출연을 결정했다.
<프라하의 연인> 이후 트렌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굳힐 생각을 해봤을 법도 한데.
글쎄. 일부러라도 트렌디 물은 쳐다보지 않았다. 평생 할 연기인데 인기에 급급해 하고 싶지 않으니까. 배우로서 하정우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작품을 고르고 싶었고, 거기에 약간 운도 따라준 것 같다.
<용서받지 못한 자>가 소개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1년 간 가장 크게 변화한 것이 있다면?
스스로 갖게 된 자신감. 예전에는 배우 하정우가 하는 연기나 말이 그리 큰 신뢰감을 줄 수 없었지만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 서서히 인정받으면서 배우로서 나를 신뢰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곧 자신감으로 연결됐고, 연기를 할 때나 사람을 만날 때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네버 포에버>로 외국에서 외국 스태프들과 일한 소감은 어떤가?
연기에 대한 열정이나 일의 시스템이 한국과 비교해 크게 다르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배우나 스태프를 위한 식사와 간식을 엄청 신경 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상대 배우 베라 파미가와의 호흡은 어땠나?
굉장히 열정적인 배우였고 배우로서 하정우를 많이 좋아해준 것 같아 쉽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매우 프로페셔널한 배우였고 연기에 대한 애정이 지대해서 함께 일하면서 굉장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해외 진출을 도모 중이라던데.
해외 시장을 보면 일정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10년 전만 해도 흑인과 백인이 구도를 이루는 관계가 많은 영화를 차지했다. 요즘은 공리나 장쯔이 등 동양 여자배우 하나가 끼어 있는 구도가 추세인 것 같다. 곧 동양 남자 배우가 필요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 그때를 위해 열심히 영어를 공부하고 있고, <네버 포에버> 같은 영화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영화 이외에 요즘 최대의 관심사는?
패션과 음악, 그리고 여자? 워낙에 패션에 관심이 많아 쇼핑하는 것도, 트렌드를 읽는 것도 좋아한다. 패션모델을 하고 싶기도 하고. 영화 말고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재즈인데 언제나 CD를 듣고 재즈 피아노 연습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아직 여자친구가 없어서인지 외로움을 많이 타서 싱글인 여자들에게도 관심이 많이 쏠린다.
마초적인 이미지인데 요즘 여자들에게도 먹히나? 예전에 싸움깨나 했을 거란 얘기를 종종 듣는데,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게 일탈행위를 한 적도 없다. 난 여자에게 이미지보다는 유머러스한 말발과 솔직함으로 대시하고 있다. 아직 8개월째 여자친구가 없기는 하지만.
관심사는 다양하지만 그래도 ‘영화’가 최우선 순위에 놓인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한 편 한 편 찍는 영화마다 DVD를 소장하고 있는데, 그것을 하나하나 늘려 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 과거를 모은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영화가 좋은 것 같다. 아직 몇 편 되지 않지만 필모그래피가 쌓여갈 때마다 엄청난 쾌감을 느끼고 있다. 11월 중순쯤 또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것 같은데 기대가 크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아직 이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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