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요? 유빈 씨가 <언프리티 랩스타 2>에서 디스전 끝나고, 인터뷰하며 울먹였을 때 사람들은 유빈 씨가 순둥이라고 했어요.
하하. 저에게서 순한 모습이 보였나 봐요. 다행이에요. 원더걸스에서 맏언니고, 랩을 하다 보니 기 센 이미지로만 알려졌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센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언프리티 랩스타 2>에서는 오히려 제 평소 모습이 비쳤지요. 순둥이? 그게 제 본모습이에요.
<언프리티 랩스타 2>의 다른 출연자들이 세 보여서, 상대적으로 순해 보인 건 아니고요?
시즌 1이 더 무서웠어요. 이번 참가자들은 기가 엄청 센 것 같지는 않아요. 다들 착하고 순해요. 그중에서도 제가 말이 느리고, 목소리도 낮아서 그렇게 보인 것 같아요.
말이 느린 대신 침착하고, 꼼꼼하지 않을까요?
꼼꼼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사실 저 되게 덜렁대요. 휴대폰 잃어버려서 찾으러 다닌 적도 꽤 되고.
디스전이 늘 화제였어요. 유빈 씨는 효민, 키디비와 디스전을 했어요. 하지만 디스전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요. 굳이 저렇게 비난해야 하나? 저게 어떻게 존중이지? 하는 의문도 들고요. 당사자도 힘들어 보여요. 특히 유빈 씨가 그랬어요.
디스는 처음이었어요. 내게 맞지 않는 옷이라고 느꼈어요. 하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필요한 부분이에요. 경쟁하는 시스템이고, 참가자들이 대결하는 구도가 필요하니까요. 제게 맞지 않았던 건 분명하지만…. 준비는 열심히 했어요. 강한 애티튜드를 보여주는 건 못할 것 같아서, 가사 준비를 많이 했거든요. 무척 긴장해서 준비한 만큼 못 보여드린 것 같아요.
아직도 무대에서 긴장하나요?
무대에 있을 때는 좋아요. 간혹 긴장하기는 해요. 음… 컴백 무대나 경쟁하는 무대요. 경쟁은 처음이라 굉장히 긴장했어요. 그러고 보니 첫 콘서트에서도 엄청 떨었네요. 항상 처음이 떨리는 것 같아요.
경쟁 프로그램은 한 곡당, 공연 기회는 한 번만 주어지니까요.
그래서 아쉬워요. 연습 기간이 길고, 여러 번 공연하면 더 잘할 수 있겠죠. 더 멋진 무대를 보여드릴 수도 있고. 하지만 시간이 없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죠. 기회가 되면, 다시 하고 싶어요.
<언프리티 랩스타 2> 첫 번째 방송에서 프로다운 모습과 자세를 언급했어요. 프로의 기준 같은 거겠죠. 유빈 씨가 생각하는 프로의 기준은 뭘까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해요. 실력도 중요하죠. 대충 해도 잘하는 친구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어요. 타고난 재능은 사람마다 달라요. 그리고 각자 프로다움의 기준이 있을 테고요. 저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실력이 훌륭하다고 해서 다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태도는 중요해요.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맞아요. 아무리 방송 프로그램이라도 서로 물고, 헐뜯고, 깔아뭉개는 건 경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싸움이죠. 경쟁은 서로 열심히 노력하는 거예요. 그래야 시너지 효과도 낳고, 프로그램도 살죠.
벌써 최종 무대가 끝났어요. 시간 정말 빠르죠?
그러게요. <언프리티 랩스타 2> 첫 화 촬영할 때 언제 끝나나 했는데 벌써 끝났어요. 후련하기도 하고, 아쉬운 것도 있어요. 더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이런 아쉬움은 언제나 있죠. 이번 무대만이 아니라 모든 무대가 그래요.
가장 아쉬웠던 무대가 궁금해지네요.
세미 파이널 무대요. 조금 더 몰입했다면 완벽한 무대를 만들었을 거예요. 그날 관객석에 친구들이 많이 왔어요. 아는 사람들도 있고, 가족도 와서 신경이 더 쓰였어요. 곡에 온전히 빠지지 못했죠. 그게 아쉽네요.
무대에서 가족의 표정이 보여요?
그럼요. 관객들 표정이 전부 보여요. 즐기고 있는지, 아닌지 에너지가 느껴지죠. 저는 리허설 때와 본 무대에 설 때가 매우 다른 편이에요. 리허설도 열심히 하지만 재미는 없어요. 관객석이 비어 있으니까요. 실전처럼 하려 해도 잘 안 돼요. 본 무대에서는 관객과 소통하니까 에너지가 더 분출돼요.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이 나올 때도 있어요.
원더걸스 없이 무대에 올랐다는 점도 낯설었죠.
떨렸어요. 혼자 무대를 채운다는 게 부담이고,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원더걸스와는 다른 느낌의 무대라 많이 긴장했어요.
데뷔 9년 차예요. 9년 동안 가요계에서 버텼다는 건 유빈 씨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오래하는 게 힘들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선배 가수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멋있어요. 저희 원더걸스도 그런 선배 가수가 되면 좋겠어요.
가능성 있어요. 유빈 씨는 작곡과 작사도 잘하잖아요.
에이, 잘하는 건 아니에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랩을 쓰니까 작사는 예전부터 했는데, 작곡은 처음이에요. 네 곡을 만들었고, 랩 메이킹에 참여한 게 두 곡 더 있어요. 간혹 노래를 잘 못 부르는 사람의 멜로디가 중독성 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자신 있게 했어요.
작곡할 때 무슨 생각했어요?
곡의 콘셉트나 멜로디, 장르, 템포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곡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해요. 이야기에 따라서 빠르고 느린지, 멜로디가 많이 쪼개지는지 아닌지가 정해지거든요. 그리고 남이 만든 노래를 표현만 할 때와 제 것을 직접 만들어서 표현할 때는 확실히 달라요. 몰입도가 더 크죠. 그리고 좀 더 사람들과 소통하는 기분이에요. 예전에는 표현만 했다면, 이제는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잖아요. 상상이나 경험 그 무엇이든 간에 저만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냈죠. 그래서 이번 앨범이 가장 애착 가요.
앨범 준비는 반년 정도 했어요. 악기 연습까지 하면 1년이 넘죠. 저희가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에요. 그래서 재미있고, 즐겁게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연주는 춤과 달라요. 달라서 매력적이에요. 햇병아리 수준의 드럼 실력이지만, 색다른 원더걸스의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재미있었어요.
앨범 제목처럼 원더걸스의 첫 변신이라고 느꼈어요.
정말 큰 변신이었죠. 정체성이 하나 더 생겼으니까요. 덕분에 공연이 더 풍성해졌어요.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만이 아니라 이제는 연주도 하죠. 팬들이 좋아하고, 저희도 즐거워요.
유빈 씨의 변신도 커요. 다른 사람처럼 변했어요. 머리색과 메이크업도 달라졌어요. 기술적인 차이는 설명 못하겠지만,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이 다들 유빈 씨가 예쁘대요. 예뻐서 좋대요.
우와! 감사합니다. 여자에게 최고의 칭찬이죠. 어렸을 때는 보이시했는데, 이제는 조금 여성스러워져서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유가 뭐가 됐건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죠. 그래서 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의 좋은 모습을요.
유빈 씨를 재발견한 해예요. 드럼 치는 모습도 그렇지만 유빈 씨가 쓴 노랫말들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Play’ 가사는 소녀 같다고 느꼈어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하하. 소녀 같았나요? 나름 파격적으로 썼는데, 선정적이고 싶진 않았어요. 야하기만 한 건 노래의 목적이 아니니까요. 이 가사를 쓰는 이유가 필요했죠. <언프리티 랩스타 2>에서 랩을 했기 때문에 경쟁과 프로듀서, 협업 등에 대해 무대에 빗대 묘사하고 싶었어요.
유빈 씨 인터뷰를 찾아보니까. 항상 만화 이야기가 나오던데요?
만화책과 영화를 좋아해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랩과 노래, 만화, 영화는 전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기자기한 면도 있지만 그다지 여성스러운 편은 아니에요. 집안에서 맏이라 어려서부터 삼촌들하고 많이 지냈거든요. 삼촌들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삼촌 덕이 커요. 하하.
어쩐지 유빈 씨가 좋아하는 만화들에서 형아 냄새가 났어요.
하하. 명절마다 <슬램덩크>는 꼭 봤어요. 삼촌들과 다 같이 쪼르르 앉아서 한 권씩 돌려 읽었죠. 그런 유년 시절이 보이시한 느낌을 형성한 것 같아요. 랩을 하게 된 것도 그 영향이었던 것 같고.
<슬램덩크> 캐릭터 중에서 누가 제일 좋아요?
윤대협과 정대만이요. 머리 스타일은 송태섭을 좋아했어요.
유빈 씨 현재 화두는 뭐라고 하면 될까요?
진짜 고민은 어떻게 하면 랩을 더 잘할까? 어떻게 하면 드럼을 더 잘 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연습만이 정답인 것 같아요. 푹 빠져 살아야 하는 거죠. 덕후 기질이 필요해요.
그럼 유빈 씨의 덕후 기질은….
랩과 드럼 그리고 만화. 하하.
내일에 대한 고민 같은 건 없나요?
그건 내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지금이 중요해요. 한동안 고민했어요. 우리는 언제 컴백하지? 나는 뭘 해야 하지? 그런데 내일을 고민하느라 오늘을 허비하는 게 시간 아깝더라고요. 너무 생각을 많이 하는 것도 안 좋거든요.
미국에서도 했던 고민들이죠?
미국은 진짜 재미있었어요. 버스 타고 투어 다니는 건 만화에서나 봤던 건데, 제가 직접 해봤으니까요. 언제 그런 경험을 해보겠어요. 평생 남을 추억거리 중 하나예요.
20대를 정말….
알차게 보내고 있어요. 도전을 많이 해서 후회가 없어요. 앞으로 남은 20대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30대가 되면 알겠죠. 솔직히 30대도 기대돼요. 다른 시야가 생길 것 같거든요. 지금보다 더 넓은 시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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