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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G-드래곤

G-드래곤은 `사장님`의 명령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꼭두각시의 범주에 결코 속하지 않는다. 스스로 `사회생활 9년차`라고 당당하게 규정하는이 약관의 청년은 나날이 혁신하는 스타일 아이콘이자, 대한민국 20대의 대표이자, 그들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br><br>[2008년 12월호]

UpdatedOn November 22, 2008

Photography 보리 Retouching 신호준 Set Styling 노제향 Feature Editor 박지호 Fashion Editor 민병준

“아, 괜찮습니다. ‘아이돌’이라는 단어를 편하게 쓰셔도 됩니다. 전 아이돌 그룹이라는 표현이 정말 자랑스럽거든요. 유독 한국에서만 이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이는 것 같더군요. ‘아이돌’이란, 말 그대로 누군가의 우상이라는 뜻일진대 세상 그 어떤 단어가 이보다 더 황홀한 뜻을 담을 수 있을까요? 아마도 미국과 일본의 아이돌 그룹은 외모뿐 아니라 음악성까지 탁월한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반면, 지금껏 한국의 음악 시장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담겨 있는 거겠죠.

맞습니다. 전 사회생활 9년차를 맞고 있는 음악인이고, 한 그룹의 리더이기도 합니다. 작곡을 할 때에도,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줄 때에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합니다. 리더란, 팀원들을 추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룹의 포인트를 잡아내는 전략가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힙합’이라는 장르를 들고 처음 데뷔했을 때 ‘어린 나이치고는 잘하는 편’이라는 사람들의 평가가 그렇게도 듣기 싫었습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음악성 대신, 화려한 겉모습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바꿔놓고 싶었던 거죠.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30대, 아니 그 이상의 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을 하자. 한 번 들으면 최소한 사나흘은 그 리듬과 멜로디가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 중독성 강한 음악을 그들의 머릿속에 주입시키자. 그래서 선택한 전략이 바로 리듬과 멜로디가 반복되는 하우스 반주에 랩을 얹고, 귀에 쏙 들어오는 후렴구를 뻥하고 터뜨리는 방식, 이른바 ‘거짓말 스타일’입니다.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면 곧바로 ‘G-드래곤 스타일’이라는 단어가 뜬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입니다. 제게 음악과 패션은 마치 숟가락과 젓가락의 관계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현 시대의 가수란, 들려주기보다는 보여주는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퍼포먼스와 노래를 자신만의 스타일 안에 담아서 대중들의 뇌리 속에 박아 넣을 수 있어야 하는 거죠. 다른 가수들의 노래도 독특한 패션 질감이 살아 있는 곡을 즐겨 듣습니다. 다프트 펑크가 대표적이죠. 화려하고, 빠르면서도 당찬 느낌이 드는 그의 노래들은 마치 런웨이에서 모델이 워킹하고 있는 듯한 풍경을 연상시킵니다. 그 가슴 뛰는 느낌이 너무나도 좋습니다.

어릴 때부터 옷을 고르고 입어보는 게 그렇게도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 집에서 옷을 만들어 입으셨던 어머니를 흉내 내며 옷감을 가위질하고, 깁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만의 스타일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던 겁니다. 최근 들어 저처럼 키 작고, 비쩍 마른 남자들이 소화할 수 있는 룩이 대폭 늘어난 것도 제게는 큰 행운입니다.

요즘 꽂힌 브랜드는 마르지엘라입니다. 물론 남성복이 아닌 여성복 라인을 입어야만 치수가 맞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클래식하고 세련되면서도, 입는 사람이 어리건 나이를 먹었건 간에 각자에게 어울리는 핏을 완성해주는 포용성이 마르지엘라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시와 존 갈리아노도 제가 사랑하는 브랜드입니다만 요즘은 일본 등지에서 길거리 쇼핑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제 신체 사이즈 때문에 아무래도 일본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옷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요즈음 시사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건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일본산 옷을 구입하는 비용이 2배 가까이 뛰면서부텁니다. ‘세계 금융 위기’라는 낯선 용어가 제 일상까지 파고드는 묘한 경험을 했던 거죠.

6~7년 전만 해도 남자는 화장은커녕, 몸매 라인을 드러내는 옷차림만 하고 거리에 나가도 뒤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전, 옷 잘 입는 남자는 그만큼 자기 철학, 또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남자든 자신의 철학에 맞춰 매치업을 완수할 수 있는 요즘 시대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Arena Says

빅뱅은 첫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기존의 유순한 아이돌과는 180도 다른 ‘날것 그대로의 냄새’를 짙게 풍긴 채 등장한 빅뱅은 당연히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 중심에 빅뱅의 리더, G-드래곤(권지용)이 우뚝 서 있다. 이제 막 약관의 나이를 넘어섰건만 그는 지금껏 명민함을 넘어서 기민한 행보를 밟아왔다. 직접 작사, 작곡을 할 줄 아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콘셉트는 그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힙합을 하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마케팅 포인트가 잘 먹히지 않자, 곧바로 30대 이상 세대를 겨냥해 하우스를 차용하는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면밀한 수완 덕이다. 일부 히트 곡에 표절 시비가 붙자 곧바로 그 당사자인 다이시 댄스와 공동 작업을 결정하는 결단력 또한 이 그룹이 롱런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하다. G-드래곤의 최대 강점은 자신의 재능과 매력을 또렷한 스타일로 승화시킬 줄 아는 남다른 감각에 있다. 눈 주변에 진한 스모키 화장을 서슴없이 하고 다니질 않나, 방송 중에 영어 욕설과 비속어가 또렷이 적힌 존 갈리아노의 옷을 떡하니 입고 나오지 않나, 머리칼 반쪽을 싹 밀어버린 모히칸 스타일을 하고 나와도 “멋있다!”는 찬사를 빠짐없이 듣고 다니는 G-드래곤은 어느덧 현대 한국 남성을 대표하는 스타일 아이콘의 위치까지 획득한 상태다. 향후 몇 년간 한국 남성들의 스타일은 물론, 사고방식까지 휘저어놓을 것이 분명한 G-드래곤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가는 이유다.

Profile 1988년생, 즉 만으로 딱 20세가 된 이 청년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는 아무도 감히 예측할 수 없다. ‘2001 대한민국’이라는 음반에 참여하며 YG 패밀리의 일원이 된 권지용은 지누션, 원타임 등 뛰어난 선배들 밑에서 ‘힙합’의 기본기를 탄탄히 다졌으며, 무엇보다 자신과 멤버들을 조련하고 성장시키는 리더의 자질을 갈고닦을 수 있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06년 데뷔 앨범을 낸 빅뱅은 단 2년 만에 대한민국 최고의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2008년을 상징하는 ‘스타일 아이콘’이라는 위상까지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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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Photography 보리
Retouching 신호준
Set Styling 노제향
Feature Editor 박지호
Fashion Editor 민병준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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