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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우리가 알던 그 다이나믹 듀오 맞다. 여전히 흥겹고 신나는데, 좀 더 세련돼졌다. 트렌치코트를 걸친 힙합 보이같이.<br><br>[2008년 10월호]

UpdatedOn September 25, 2008

Photography 김지태 stylist 고민희 Editor 이기원

(왼쪽) 블랙 컬러 수트와 화이트 셔츠 시스템 옴므, 블랙 트렌치코트, 지이크, 스웨이드 소재의 페도라 알프레도 던힐 제품.
(오른쪽) 다크 그레이 수트 빨질레리, 블랙 트렌치코트와 화이트 셔츠 갤럭시, 스웨이드 모자 알프레도 던힐 제품.

얼마 전 이언의 장례식에 참석한 걸 봤다.
이언에게 사고가 난 날이 우리 앨범 발매일이었다. 참 슬프더라고. 진실한 녀석이었다. 얼마 전에 우리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려 했는데, 스케줄 때문에 못했다. 그때 뮤직비디오를 찍었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점점 이별이 많아진다. 그게 사랑이건, 우정이건, 단절이건, 죽음이건.
며칠 전 전화했던 순간이 생생하다. 그래도 기분 좋게 보냈다. 녀석은 정말 천국에 갔을 거다.

한 선배가 그러더라. 당신들의 음악에서는 강남 필이 느껴진다고.(웃음) 좋은 집에서 잘 큰 애들 같다는 거지. 강남에서 자랐나?
하하 맞다. 둘 다 큰 어려움 없이 중산층에서 컸다. 우리에겐 심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어두운 감성 같은 건 없다.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상대적 분노를 고민하게 됐다고 할까.

그러면서 앨범 제목을 <라스트 데이즈>라고 비장하게 지었다. 커트 코베인을 동경이라도 한 건가? 아니면 군대 가니까?
일단 20대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고, 또 군대 가기 전의 마지막 앨범이니까.

게다가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며. 건강하다는 건 좋은 거지만 아쉽지 않나?
지난 8년 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우리가 뭘 하는지도 모르겠고, 쉴 틈이 필요했다. 군대가 일종의 도피처로 보였다. 하하.

지금은 그런 생각 들지? 막상 군대 가면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후회할 거다.
어떡하지 고민되네. 하하.

이쯤에서 싸이 얘기가 안 나올 수 없지.
싸이 형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너무 유명해서 질타의 대상이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공익근무하면서 더 심한 경우도 훨씬 많지 않나. 하지만 다시 현역 들어갈 때도 별로 걱정 안 했다. 그 형은 어딜 가도 잘할 거야 하는 생각이 있었다.

군대 얘기 지겹다. 앨범 얘기 좀 하자.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사운드가 ‘때깔 난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조금 투박할지언정 에너제틱했는데. 단점을 살리고 장점을 죽인 것 같았다.
맞다. 우리의 ‘다이나믹한’ 모습이 좀 지겨웠다. 그래서 좋은 사운드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강했고, 후반 작업에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 우리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도움도 많이 받고.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다. 앨범 작업 내내 이런 게 음악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을 했다.

진화라고 불러도 될까?
맞다. 변화보다 진화가 맞는 표현이다.

그래도 힙합을 기반으로 ‘음악’을 하는 팀이라는 느낌은 여전하다. 그 잘빠진 멜로디만 봐도.
꼭 미국 스타일을 따라가고 싶지는 않다. 힙합의 매력은 동시대 문화를 반영하는 거다. 본토 래퍼들의 가사를 보면 생활이 다르고 메시지도 다르다. 극단적인 클럽, 섹스. 그런데 우리 생활은 그렇지 않은걸 뭐.

‘길을 막지 마’라는 곡이 인상적이었다. 누가 그렇게 당신들의 앞길을 막던가.
우리 자신?

진부하다.
그럼 차트 욕심이라고 대답하겠다. 차트 욕심을 내면서 심하게 매너리즘에 빠진 적이 있다. 성공에 대한 욕심이 생긴 거지. 음악이 어려운 직장 상사 같던 날들이었는데, 지금은 편한 친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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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김지태
stylist 고민희
Editor 이기원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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