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ASHION MORE+

결정적 순간들

2015 F/W 시즌을 함축하는 9개의 찰나.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핵심 키워드.

UpdatedOn November 13, 2015


연회색 모직 롱 코트·데님 팬츠 모두 가격미정 디올 옴므, 흰색 셔츠 가격미정 에르메스, 검은색 타이 가격미정 프라다 제품.

1. Long Coat

아우터가 길면 일단 버겁다. 모델처럼 키가 크지 않아서가 첫 번째 이유일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코트는 일상에서 불편하기 짝이 없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견해라면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길이가 긴 코트는 특유의 분위기를 풍긴다. 액션 영화와 누아르 영화의 차이처럼 실질적이진 않지만 어떤 이상향 같은 게 존재한다. 어쩌면 우린 옷을 입을 때 너무 실용성만을 따지는지도 모르겠다. 옷에는 감성이 담겨 있고, 그 또한 어떤 디테일보다 매력이 될 수 있다.


짙은 갈색 가죽 더플백 가격미정 질 샌더 제품.

2. Duffle Bag

가방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순수한 목적으로서의 가방은 이제 종적을 감춘 것일까? 이번 시즌 몇 안 되는 가방들 중 ‘이건 어때?’ 하고 등장한 것이 바로 질 샌더의 더플백이다. 

질 샌더의 맑고 깨끗한 DNA를 이어받아 탄생한 이 가방은 왠지 무언가를 넣어 다니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더플백이 주는 의외성도 한몫했다. 백팩은 왠지 오글거리고 크로스백은 진부하다. 한쪽 어깨에 툭 하고 걸친 더플백은 그 모양새나 분위기가 무심해서 좋다

3. Washing Leather Coat

한동안 디자이너들은 워싱이 들어간 가죽 아우터를 허락하지 않았다. 공정 자체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현대적이지 못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을 것이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에서 이번 시즌 이런 우려를 극복하고 현대적이면서 자연스러운 워싱이 가미된 가죽 코트를 선보였다. 

칭찬받아 마땅한 선택이다. 이너로 입은 수트와 카디건을 같은 톤으로 최대한 현대적으로 스타일링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조심스럽게 빈티지 무드의 바람을 예상해본다. 물론 전체가 아닌 부분이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3 / 10

워싱이 들어간 가죽 코트·베이지색 울 수트·앙고라 니트 카디건 모두 가격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 제품.

워싱이 들어간 가죽 코트·베이지색 울 수트·앙고라 니트 카디건 모두 가격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 제품.


광택이 도는 카키색 팬츠·아웃솔이 두터운 갈색 레이스업 슈즈 모두 가격미정 루이 비통 제품.

4. Heavy Outsole Shoes

남성 슈즈의 볼륨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자동차 바퀴가 그 위를 지나가도 끄떡없을 정도로 우악스럽기까지 하다. 밑창을 포함한 아웃솔 역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남성 슈즈의 이런 흐름은 예전 클래식 의복에서 타이의 매듭을 높여 남성성을 강조한 것과 비슷한 이치처럼 보인다. 의도치 않게 키 높이 구두를 신게 된 남성들은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젠더리스가 남성복을 지배하는 요즘, 남성성이 강조된 슈즈들이 그 대항마로 등극할 예정이다.


헤링본 소재 더블브레스트 재킷·테리 소재 스웨트 셔츠·연보라색 조거 팬츠·스카프로 스타일링한 겨자색 타이 모두 가격미정 보테가 베네타 제품.

5. High-end Jogger Pants

조거 팬츠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활용 범위가 커지고 있다. 나이키가 수트를 만들었을 때보다 파격적인 모습의 조거 팬츠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보테가 베네타가 으뜸인데 함께 입은 다른 아이템의 소재를 최대한 고전적으로 맞춰 조거 팬츠의 이미지를 격상시켰다. 포근하고 격조 있는 소재들의 조합은 조거 팬츠가 클래식 영역에까지도 다가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조거 팬츠를 마냥 편하게만 입는 이들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기도 하다.


글렌 체크무늬 수트·보라색 니트 머플러 모두 가격미정 에르메스 제품.

6. Short Knit Muffler


다들 한번쯤 긴 니트 머플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한 적이 있을 거다. 그리고 머플러는 재킷이나 코트에 묻히게 매치하는 것을 정석으로 여겼다.

에르메스의 이번 시즌 컬렉션 중 깡총하게 둘러맨 니트 머플러가 유녹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길이는 짧고 컬러는 톡톡 튀어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을 붕괴시켰다. 그러면서도 에르메스 특유의 우아함까지 묻어났으니 오죽하겠는가. 당분간 이 매치는 두고 두고 회자될 전망이다.


스리 버튼 캐멀색 재킷 19만5천원·차이니스칼라 셔츠 6만5천원·팬츠 11만5천원 모두 MNGU, 은색 펜던트 목걸이 16만8천원 이페쎄 제품.

7. Camel Suit

캐멀색은 이제 더 이상 남성복에서 ‘별색’이 아니다. 당신의 빤한 컬러 팔레트에 당장 추가해야 할 색이다. 캐멀색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요즘 캐멀색 수트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띤다. 수트로 입었을 때 혹은 전체 룩을 캐멀색으로 매치했을 때 그 힘은 더 강렬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시기적으로도 잘 맞아떨어진다. 캐멀색 특유의 포근함과 시각적 편안함은 가을의 대표 소재인 울과 코듀로이와 단짝을 이룬다. 캐멀색을 좀 더 과감하게 입어볼 절호의 기회가 왔다.


퀼팅 소재 카키색 블루종·광택이 도는 카키색 팬츠 모두 가격미정 루이 비통 제품.

8. Shirring Blouson

디자이너 킴 존스가 지난 시즌부터 강력하게 밀고 있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블루종이다. 일반적으로 블루종은 밑단을 밴드로 처리해 실루엣이 짧게 떨어진다. 킴 존스는 그렇지 않아도 짧은 블루종의 밴드 길이를 길게 해 더 깡총하게 만들었다. 그가 이렇게 블루종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의미로 분석할 수 있다. 블루종이라는 남성성 강한 아이템을 좀 더 중화시키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전체 룩의 균형을 파괴함으로써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움에 매료됐을 가능성이다.  

9. Small V Zone

수트의 흐름을 말할 때 버튼 개수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버튼 개수의 차이가 수트 전체 실루엣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 이번 시즌 수트들의 경향을 살펴보면 스리 버튼이 강세다. 그만큼 V존이 좁아지고 라펠도 작아진다. 

이번 시즌 프라다에서 이런 수트들이 대거 출몰했는데 한 가지 독특한 것은 스리 버튼의 실루엣을 강조하기 위해 더블브레스트로 처리했다는 거다. 스리 버튼은 몸판이 좁아 보여 날씬해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양인에게는 취약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다.

3 / 10

진회색 더블브레스트 수트·감색 셔츠·검은색 타이 모두 가격미정 프라다 제품.

진회색 더블브레스트 수트·감색 셔츠·검은색 타이 모두 가격미정 프라다 제품.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CREDIT INFO

PHOTOGRAPHY 박원태
MODEL 김상일
HAIR&MAKEUP 채현석
ASSISTANT 권다은
EDITOR 이광훈

2015년 10월호

MOST POPULAR

  • 1
    FILL THIS SEASON
  • 2
    THE OFFICIAL AFTER HOURS
  • 3
    전설의 시계
  • 4
    Shaving Ritual
  • 5
    <아레나> 12월호 커버를 장식한 세븐틴 조슈아

RELATED STORIES

  • FASHION

    뉴욕 마라톤 우승을 이끈 언더아머의 운동화

    마라톤 선수 셰런 로케디가 언더아머와 함께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FASHION

    CINEPHILE

    방황하는 젊은 날, 혼돈, 고독, 낭만이 뒤엉킨 치기 어린 청춘의 표상. 그해 12월은 지독하리만큼 사랑했던 영화 속 한 장면들처럼 혼란하고 찬란하게 흘려보냈다.

  • FASHION

    Everyday is Holiday

    겨울의 한복판, 폴로 랄프 로렌 홀리데이 컬렉션과 함께한 끝없는 휴일.

  • FASHION

    이민혁과 엠포리오 아르마니 언더웨어의 조우

    그의 눈에는 젊음이 그득히 물결치고 있었다.

  • FASHION

    태양의 시계

    스위스 워치메이커 태그호이어가 브랜드 최초의 태양열 작동 워치인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200 솔라그래프’를 출시했다.

MORE FROM ARENA

  • INTERVIEW

    윤라희는 경계를 넘는다

    색색의 아크릴로 만든, 용도를 알지 못할 물건들. 윤라희는 조각도 설치도 도자도 그 무엇도 아닌 것들을 공예의 범주 밖에 있는 산업적인 재료로 완성한다.

  • FASHION

    ‘나를 돌파’ 언더아머 SS22 브랜드 캠페인 공개

    김연경, 김현수, 김지찬, 이해란 선수와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퍼포먼스 및 이야기를 담은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 ARTICLE

    방한준비

  • FASHION

    혁신과 전통의 융합

    유서 깊은 두 이탈리아 브랜드의 뜻깊은 만남.

  • INTERVIEW

    오후의 엄태구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에 출연한 엄태구와 조용한 오후에 조용하게 화보를 촬영하고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작은 목소리로 섬세하게 반응한 엄태구와의 시간.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