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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그 사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 새삼 이들을 보면 맞는 듯하다. 멀티숍, 카페, 바 등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장소의 느낌을 습자지처럼 담은 패션을 하고 있다. 특히 아우터에 주목해보라. 올가을 그들에게 배우는 아우터 스타일링법이 꽤 유용할터이니.<br><br>[2008년 10월호]

UpdatedOn September 24, 2008

Photography 김린용 Editor 김가영, 김민정

On Friday
김지운 + 배정남 + 이진욱 + 박지원 + 이준우 + 한태민 + 앤드루
압구정 도산공원 근처의 캐주얼 레스토랑 온 프라이데이. 그곳을 아지트 삼아 모이는 이들은 출중한 외모와 화려한 패션 감각을 자랑한다. 우선 오른쪽에 앉은 이부터 소개하자. 모델 앤드루. 도톰한 YSL 재킷과 고급스럽게 축 늘어진 회색 티셔츠, 여기에 아무렇게나 뭉쳐놓은 듯한 감성적인 머플러까지. 옷 입는 게 업인 모델답게 아이템 하나하나가 퍼즐 조각처럼 딱딱 맞아들어간다. 우윳빛 손목 위의 포실(Fossil) 시계까지도. 그리고 그 옆으로 하버색(Haversack)의 더블브레스트를 멋들어지게 소화한 샌프란시스코 마켓의 사장 한태민. 엔지니어드 가먼트의 모직 베스트를 귀엽게 매치한 온 프라이데이의 이준우 사장, 영국 스트리트 패션 신을 연출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지원, 하버색의 그레이 울 코트에 12년 된 화이트 컨버스화를 신은 DJ 진욱, 영국에서 구입한 빈티지 밀리터리 재킷으로 한껏 각을 살린 모델 배정남, 찰랑거리는 단발머리에 선글라스로 포인트를 준 선글라스 쇼핑몰(www.monopop.co.kr) 대표 김지운. 제각각 체형도 취향도 달라 보이지만 그 밑바닥엔 유러피언 클래식에 대한 동경이 흐른다.
문의 02-512-1271

Tom Greyhound
김규상 + 이상권

멀티숍 톰 그레이하운드에 가보면 세계의 청춘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 캐주얼부터 세미 클래식을 망라하는 옷들이 빽빽이 걸린 행어에서 그들이 꺼내든 호레이스(HORACE)의 새로운 아우터들. 김규상이 선택한 건 패딩 베스트에 가죽 재킷 소매를 접붙이기한 듯한 점퍼와 늘씬한 다리선을 돋보이게 하는 에이프릴 77(April 77)의 스키니 팬츠, 크리스 반 아쉐가 디자인한 체크 셔츠, 뒤로 슬쩍 넘어가는 비니. 그 뒤에 선 날씬한 각선미의 김규상 또한 에이프릴 77의 보라색 지브러 무늬 팬츠를 입었다. ‘지브러’라는 단어만으로도 움찔할 보통 남자는 평생 시도도 못해볼 룩이다.
문의 02-3442-3696

Ecru
이명우
트렌디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룩을 보여주는 패션 멀티숍 에크루의 세일즈맨이자 바이어인 이명우. 옷의 전체적인 색은 젊지만 유치하지 않고, 스타일링은 재밌지만 우습지 않다. 크레릭 체크 셔츠와 베이지색 재킷은 코스믹 원더, 두 번 롤업해 좀 더 짤막하게 연출한 진 팬츠는 유나이티드 뱀부 제품이다. 모두 에크루에서 바잉한 제품들이다. 재킷 소맷부리를 보기 좋은 두께로 접고 셔츠 단추를 3개쯤 풀어 일부러 흐트러진 듯 연출한 것이나 발목을 드러내는 유쾌한 바지 길이를 본다면 분명 당신도 이명우를 패션 고수로 임명할 것이다.
문의 02-545-7780

Hot gossip
임형석 + 박창환 + 박신의 + 송재림

강남 바닥에서는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그 소문의 진상은 핫가십에 천정명을 닮은 서빙 맨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었다. 실제 모델 지망생인 임형석, 송재림, 박창환 그리고 매니저 박신의. 타고난 몸매인지라 뭘 걸쳐도 그림이 되는 이들이 이번 가을 주목한 옷은 서상영의 F/W 컬렉션이었다. 서상영의 그레이 울 재킷에 복사뼈 위로 올라오는 팬츠, 레드윙의 투박한 부츠, 이게 올가을 유행 아이템이란 사실에 의문을 제기할 자 누가 있겠는가. 이렇게 멋진데 말이다.
문의 02-515-0028

DIAFVINE
김남훈

이 남자 멋을 타고난 듯하다. 안타까울 정도로 마른 몸은 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포즈를 만들어낸다. 일부러 포즈를 잡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의자에 축 늘어졌을 뿐인데 말이다. 디아프바인은 자체 디자인한 제품과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들을 8대2 비율로 갖춰놓았다. 디아프바인에서 제작된 블랙 코듀로이 블루종에 챔피언의 그것만큼이나 눈에 띄는 벨트 그리고 적당히 해지고 낡은 흰색 부츠, 깊게 눌러 쓴 모자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유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바이커나 로커를 연상시키는 검은색 옷들이 유난히 많은(색 때문에 가려진 디테일을 찬찬히 뜯어보면 꽤 ‘쎈’ 옷들이다) 디아프바인의 브랜드 매니저 답다.
문의 02-544-2793

Caster
김영빈 + 나나 + 김태욱 + 미료 + 목영교

문화를 즐길 줄 안다는 이들이 모여드는 곳, 홍대. 그곳에 파리의 카페 되마고처럼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바 ‘캐스터’가 있다. 그곳에 모인 이들은 옷도 예술로 입는다. 타투이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김영빈에게 패션은 실험대상이다. 흰 재킷을 도화지 삼아 일러스트가 현란하게 그려져 있는 재킷과 모자 모두 일본에서 사온 것이다. 초록색 바지는 의외로 할아버지들이 즐겨 입는 ‘복돼지표’ 내복 바지라고 한다. 하이톱 스니커즈는 80년대 빈티지 푸마.
일본 만화 주인공 같은 나나는 빈티지 데님 재킷에 손때 묻은 인형을 브로치처럼 연출했다. 헤어스타일부터 범상치 않은 김태욱은 패션 디자이너로 헬무트 랭이 본다면 ‘바로 이거야!’라고 외칠 만큼 그의 옷을 잘 소화해냈다. 사인펜처럼 선명한 파란 구두에 흰 양말,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훑어보니 그 양말이 아니면 안 되겠다 싶다. 아트 디렉터 목영교는 헬무트 랭의 스키니 팬츠에 걸음걸이에 맞춰 리듬감 있게 흔들리는 프린지 장식의 웬디앤짐(Wendy & Jim) 티셔츠, 그 위로 순백의 헬무트 랭 가죽 재킷을 걸쳤다. 아, 닥터 마틴의 둔탁한 부츠도 이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한몫했다. 여기에 DJ로 활약 중인 미료까지. 5명의 예술가들이 뭘 하며 노는지 궁금하다면 홍대의 놀이터, 캐스터로.
문의 02-8259-3073

Dar:l
윤필규
그는 불룩한 알통과 범상치 않은 눈빛을 소유한 마초스러운 남자인데 의외로 주얼리를 디자인한다. 근데 그의 주얼리를 본다면 그가 여전히 마초 기질이 농후한 남자임을 알게 될 거다. 투박한 쇠사슬을 이어 만든 볼드한 팔찌며 목걸이. 이를 판매하고 있는 빈티지 숍 달에서 그를 만났다. 블랙과 화이트로 깔끔하게 스타일링한 패션과 일직선으로 다듬은 헤어스타일(본인이 직접 손질한다)에서 그가 디자인한 주얼리만큼이나 힘이 느껴진다.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는 재킷과 달에서 판매되는 블랙 배기 팬츠, 여기에 나이키 코르테즈의 조합. 역시 남자는 블랙을 입을 때 제일 남자답다.
문의 02-3442-4534

LIFUL
남무현 + 엄대근 + 최태훈
브루클린 뒷골목에서나 볼 법한 그래피티가 강렬한 옷들은 압구정 패션숍 라이풀의 상징이다. 라이풀은 전시와 판매를 아우르는 복합 공간인 동시에 자체 생산하는 오리지널 브랜드명이기도 하다. 20대 초반 젊은 층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곳에서 만난 세 남자, 무색의 도시에 나타난 무법자 같다. 익살스런 오렌지색 후드 점퍼를 입은 남무현, 착 달라붙는 블랙 스키니 진과 함께 피트되는 빨간 사파리 재킷, 그리고 페도라까지 뭐하나 얌전한 것이 없는 엄대근, 라이풀 로고의 메신저 백을 귀엽게 메고 있는 최태훈. 라이풀 매장에 들르면 그들이 입은 옷과 함께 그 옷을 팔고 있는 멋진 이 세 남자를 만날 수 있다.
문의 02-544-1793

Worksout
구세회 + 임자원
‘럭셔리’로만 도배된 곳이 압구정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스트리트 컬처’를 주도하는 패션숍들이 많다. 그 선두 주자라 할 만한 웍스아웃. RVCA, Pointer, Carhartt EV 등은 아티스트와 협업으로 명성을 얻은 자유로운 스트리트 브랜드 옷을 판매하는 셀렉트 숍이다. 그 멋진 감식안을 가진 이들이 바로 판매와 바잉을 맡고 있는 구세회와 임자원. 구세회는 Carhartt EV의 모직 체크 팬츠에 RVCA의 짙은 그레이 니트를, 금방이라도 무대에 오를 것 같은 임자원은 RVCA의 데님 점퍼를 입었다. 화려한 색을 덜어낸 스트리트 패션은 의외로 마초스럽다.
문의 02-541-0852

American Apparel
오정남 + 이덕영 + 강찬양 + 김세양 + 김선호 + 김언식
괜시리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명동 아메리칸 어패럴에는 그런 사람들이 무리로 있다. 만화책을 보는 듯 유쾌한 캐릭터들. 제각각 개성을 살려 아메리칸 어패럴 옷으로 스타일링한 솜씨도 재미나다. 까만 피케 셔츠에 하얀 보타이를 깜찍하게 매치한 것도, 코듀로이 반바지에 저지 카디건으로 프레피 룩을 연출한 것도, 회색 비니와 파란 헤어밴드 같은 액세서리도 개성이 넘친다. 이제 명동 아메리칸 어패럴에 들르면 꼭 이들에게 스타일링 조언을 받아보길.
문의 02-779-2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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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김린용
Editor 김가영,김민정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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